이미지가 만들어낸 낙인
(수전 손택의 책 <은유로서의 질병>을 읽고)
201811876 산림소재공학 권민서
우리는 살면서 대화와 경험을 통해 많은 이미지를 머릿속에 만들어 낸다. 그것들은 알게 모르게 모여 내 생각과 언어를 지배하게 된다. 책 <은유로서의 질병>은 그런 경험들이 모여 '질병'에 대한 인식과 그것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의 문제점을 말해주는 책이다.
우리는 살면서 "암적인 존재", "편집증적 사회" 와 같은 표현들을 듣거나,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또 여러 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자 수전 손택은 이러한 '질병을 사용한 은유적인 표현'이 옳은가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서술했다. 사람들은 질병이라는 단어를 통해 두려움, 죽음 등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질병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고통을 주기에 우리는 저런 단어들을 떠올리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질병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 또 그러한 행위 때문에 해당 질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또 다른 이미지를 씌어 환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우린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에이즈'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는 난잡한 성생활, 불명예스러운 질병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들 통해 "에이즈 환자들은 난잡한 성생활을 해서 걸린 거야" 라는 관념이 생기게 된다. 어느 에이즈 환자는 실제로 그러한 행동을 통해 질병을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에이즈에 걸린 환자는 자신에게 씌어지는 저런 이미지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 환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줄 것이 뻔하다. 또한, 피부병은 씻지 않는 더러운 사람들이 걸리는 병과 같은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은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의 비유는 실제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 옳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보편적인 이야기에서만 적용되는 것일 뿐, 실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존재할 것 이다.
과거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만들어진 이런 표현들은 시간이 지나 의학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다른 이들에게 차별을 받기도 하며, 동정의 시선을 받기도 하고, 심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질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그들에게 부여함으로써 그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뿐만 아닌, 사회적, 도덕적인 죽음을 주기도 한다.
저자 수전 손택은 질병의 은유가 남용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질병의 은유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질병을 이미지화하고 은유하며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질병이 아닌 또 다른 비슷한 사례들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대중매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우리는 뉴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여러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들을 이미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중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였다. 우리는 한국 영화 중에 변호사, 검찰이 나와 법정에서 대립하며 재판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영화들은 무고한 주인공과 반대되는 부패한 경찰과 검찰, 일을 대충 마무리하려는 국선변호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린 수사기관은 모두 부패했으며, 국선변호사는 일을 대충 하고 돈도 잘 못 버는 변호사라는 이미지를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사기관이 부패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몇몇 경찰들은 자신의 의무를 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국선변호사는 변호사 중에서도 뽑히기 어려운 직종이라고 한다. 우린 많은 매체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들을 알게 모르게 주입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가진 여러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