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헌 별자리 / 최재영
원림에 드니 그늘까지 붉다
명옥헌*을 따라 운행하는 배롱나무는
별자리보다도 뜨거워
눈이 타들어가는 붉은 계절을 완성한다
은하수 쏟아져 내리는 연못 속 꽃그늘
그 그늘 안에서는 무엇이든 옥구슬 소리로 흘러가고
어디선가 시작된 바람은 낮은 파문으로 돌아와
우주의 눈물로 화들짝 여울져 가는데,
기어이 후두둑 흐드러지는 자미성(紫微星)*
연못 속으로 어느 인연이 자맥질 해 들어왔나
문이란 문 죄다 열어젖히고
한여름 염천에 백리까지 향기를 몰아간다
그 지극함으로 꽃은 피고지는 것
제 그림자를 그윽히 들여다보며
아무도 본 적 없는 첫 개화의 우주에서
명옥헌 별자리들의 황홀한 궤도가 한창이다
한 생을 달려와 뜨겁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드디어 아무 망설임 없이 안과 밖을 당기니
활짝 열고 맞아들이는 견고한 합일의 연못
눈물겹게, 붉다
명옥헌(鳴玉軒): 전남 당양군 소재. 조선중기 오이정이 세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소리 같다하여 명옥헌이라 함
자미성(紫微星): 자미는 백일홍나무, 배롱나무라고도 하며 하늘의 은하수를 본따 명옥헌 연못 주위에 28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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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감상
조선 중기 명곡(明谷) 오희도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둔하면서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앞뒤로 네모난 연못을 파서 주변에 적송, 배롱나무 등을 심어 가꾼 정원이다.
시냇물이 흘러 한 연못을 채우고 다시 그 물이 아래의 연못으로 흘러가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것만 같다고 하여 연못 앞에 세워진 정자 이름을 명옥헌(鳴玉軒)이라고 한다. 이 정원을 명옥헌 원림이라고 한다. .28그루의 자미화를 심은 것은 동방청룡 7수.서방백호 7수.남방주작 7수.북방현무 7수 해서 하늘의 별자리 28수를 나타낸다. (도교에서는 북극성이 자미성이고 그 주위를 은하수의 별들이 운행한다고 한다.)
정원과 원림의 차이 조선시대 정원과 원림, 그 용어 구분과 공간적 특성 - 한국공간디자인학회 논문집 - 한국공간디자인학회 - KISS (kstudy.com), 사찰소식 :: 포토갤러리 (daewonsa.or.kr)
한국의 정원과 원림은 선비들의 관념과 사상이 축적되어있는 장소로써, 우리의 정서에 깊게 관여되어 왔다. 정원은 주거 등의 주된 기능을 가진 공간과 함께 공존하면서, 휴식과 여가는 물론 사회적 접객의 기능을 가지며 일상적 여가 생활이 이루어진 공간이다. 반면, 원림은 자연 깊은 곳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은둔 생활을 목적으로 하며, 비일상적 주거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1. 메세지
ㅇ 주제: 자아와 세계의 합일(안과 밖, 주객의 합일)
ㅇ 원림의 연못에 비친 배롱나무 꽃의 그림자도 붉다고 한다.여기서 착안하여 안과 밖이 모두 붉음을 존재론적으로 형상화.꽃의 붉음은 진리의 현현이라고 볼 수 있다.(구체성, 현장성에서 좋은 표현이 나오는 것을 보여줌)
ㅇ 주관과 객관의 합일 철학(자아의 세계화, 세계의 자아화)
<성리학의 체계>https://m.cafe.daum.net/somdaripoem/rA34/1934?svc=cafeapp
1. 존재론(이기론-만물 즉 세계는 원리인 기와 질료인 기로 구성),
2. 심성론(마음은 마음이 움직이기 전(미발)의 성과 움직인 후(이발)의 정으로 구성),
3. 수양론(미발의 관찰인 거경과 이발의 궁리와 격물치지, 격물치지는 물을 궁리하여 지극함에 이름의 의미)
→ 주희의 활연관통(격물의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나 범우주적 자연에 작용하는 리에 관한 깨달음,그렇게 하나로 관통되는 확연한 깨달음에 이름)
“설마 그럴 리(理)가!” 퇴계 이황(李滉), 최후의 깨달음 (chosun.com)
<기타 주객합일의 철학>
-원효:원융회통, 불이(不二), 불이(不異), 일체유심조
-불교, 힌두교- 범아일체
-장자의 심재(무아)와 좌망(무분별지)
*심재(心齋)는 정신을 청정(淸靜)하게 가다듬는 것
*좌망(坐忘): 세속적인 지(知)에서 벗어나 대도와 합일하는 것. 사려(思慮)를 떠나 무(無)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양법
-상키아 학파:푸루샤는 순수의식으로서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고 다만 프라크리티를 관조할 따름. 질료인(質料因)인 프라크리티는 물질(질료)을 전개하는 힘을 지니며 그 결과로서 나오는 물질은 구성의 우열에 따라 차이가 생겨나고 푸루샤와 결합하여 개체가 됨. 이기이원론과 유사
- 플라톤: 이데아가 코라를 통해 현상계를 창조하였고 이성과 명상에 의해 다시 이데아를 지향
-헤겔: 절대정신이 현상계에 현상하여 정반합 운동을 통해 다시 절대지에 도달
-기독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대속을 통해 세상을 구원.자신의 형상을 본따 인간을 창조
-칸트의 구성론:인간의 인식이 세계를 구성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인식이 세계를 구성한다는 칸트의 구성론을 전도하면서 '다자로서의 잡다함이 일자로서의 통일성을 만들어 냄'을 도입
-수피즘:나를 비움으로써 내 안에 신을 가득채워 내가 신이 됨
-동학 시천주 사상: 하느님을 모신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과 서로 통하고 그 사람의 기운이 하느님의 기운과 하나가 되는 놀라운 경지
2. 이미지
ㅇ 상징의 이미지
- 원림: 선비의 세계
- 명옥헌 : 선비
- 연못: 선비의 마음(이기, 선과악, 밝은 마음과 어두운 마음, 생멸문과 진여문, 번뇌와 보리심)
- 배롱나무: 선비의 칠정/지정의, 바깥세계를 구성하는 표상, 혹은 바깥세계.바깥세계는 이가 기화한 것
ㅇ 자미성 : 땅의 배롱나무가 하늘의 은하수의 별로 확장하는 중요한 객관적 상관물
ㅇ 사용한 이미지
- 바슐라르의 4원소 이미지-물, 불,공기,흙
1)물: 연못, 눈, 눈물,옥구슬, 은하수,파문,흘러가고
2)불:붉다, 배롱나무, 꽃,별자리,자미성, 한여름,염천,타들어가는, 붉은 계절
3)공기: 바람,파문,몰아간다
4)흙(대지,땅): 원림, 명옥헌
-하이데거의 사방세계: 1)죽을 자로서의 인간이 2)하늘 아래서 3)땅의 기운을 받으면서, 4)신적인 것들과 사중四中의 관계
- 유교의 천지인 이미지
1)천: 우주, 은하수,자미성
2)천지인 합일: 원림, 명옥헌, 연못
3) 인: 명옥헌,연못
-오감의 사용:시각,청각, 후각,촉각
1)시각:연못, 꽃,붉다 등
2)청각: 옥구슬 소리
3)후각: 향기
4)촉각: 바람
3. 리듬
- ㄱ자음운, 그의 반복
- ㄹ자음운
-ㅎ자음운
- ㅂ자음운
- 윽의 리듬 - 지극과 그윽
명옥헌 별자리 / 최재영
* 자미성(紫微星): 자미는 백일홍나무, 배롱나무라고도 하며 하늘의 은하수를 본따 명옥헌 연못 주위에 28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함
원림에 드니 그늘까지 붉다
(원림 즉 선비의 세계에 드니 연못 즉 선비의 마음이 수양의 결과로 깨끗해져 객체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혹은 그늘(마음의 어두운 부분, 악 등)까지 붉다. 붉은 것은 생생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늘도 실체다, 에고도 참나의 작용이고 번뇌도 보리심이다.생멸문, 보리심, 가선가악인 칠정도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명옥헌*을 따라 운행하는 배롱나무는
별자리보다도 뜨거워
눈이 타들어가는 붉은 계절을 완성한다
(명옥헌이 선비를 비유한다면 이 선비를 따라 운행하는 배롱나무(선비의 주위세계)는 하늘의 이치 즉 본연지성인 별자리보다 뜨겁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기질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뜨겁고 치열하므로 자연의 이치인 여름을 더욱 뜨겁게 한다)
(배롱나무는 선비들이 엄선한 주위환경으로 선비를 하늘의 이치로 이끌어줄 존재이기도 하다. 치열한 수양을 상징한다)
은하수 쏟아져 내리는 연못 속 꽃그늘
(연못은 인간의 마음을 상징.인간의 마음에 하늘의 이치가 쏟아져 내린다)
(꽃 그늘이라고 한 것은 마음에는 꽃의 측면도 있고 그늘의 측면도 있다. 이 연못에는 인간의 기질지성을 대표하는 가선가악인 칠정 즉 그늘도 있고 밑바탕 즉 순수지성인 하늘의 이치인 선 즉 꽃, 은하수도 있다)
그 그늘 안에서는 무엇이든 옥구슬 소리로 흘러가고
(선비의 마음 속으로 좋은 것이 흘러들고 혹은 흘러들도록 수양을 하고)
어디선가 시작된 바람은 낮은 파문으로 돌아와
우주의 눈물로 화들짝 여울져 가는데,
(어디선가 시작된 시련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이것은 존재의 우주론적 슬픔이 되는데)
(눈물이 있어야 꽃도 핀다. 눈물-꽃으로 이미지 확장)
기어이 후두둑 흐드러지는 자미성(紫微星)*
(슬픔이 인연이 되어 배롱나무는 활짝 핀다)
( 땅의 배롱나무는 하늘의 은하수의 별로 확장하는 중요한 객관적 상관물)
연못 속으로 어느 인연이 자맥질 해 들어왔나
문이란 문 죄다 열어젖히고
한여름 염천에 백리까지 향기를 몰아간다
(선비의 마음 속으로 어느 존재가 들어왔나
(선비의 마음은 인생과 우주에 대한 깨달음이 생긴다)
(깨달음이란 자아가 세계와 동일화되는 것)
그 지극함으로 꽃은 피고지는 것
(성리학의 수양론인 궁리, 격물치지는 마음이 사물에 나아가 사물을 궁리하여 지극함에 이름을 의미하므로 여기서는 격물치지를 상징화함)
(그 좋은 마음을 발하려는 노력으로 존재는 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 존재는 순간적인 것임)
제 그림자를 그윽히 들여다보며
(성리학의 수양론 중 거경은 마음이 사려는 없지만 지각이 있는 상대적인 고요한 상태를 관하는 것을 말하므로 거경의 상태를 상징,위빠사나)
(선비는 자신의 마음을 그윽히 들여다보며)
(지극과 그윽의 리듬을 연쇄하고 있음)
아무도 본 적 없는 첫 개화의 우주에서
명옥헌 별자리들의 황홀한 궤도가 한창이다
(깨달음의 세계는 개인적인 것이므로 아무도 본 적 없는 것이다. 선비의 마음을 중심으로 깨달음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깨달음은 자아가 우주로 확장 되는 것이다)
한 생을 달려와 뜨겁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깨달음의 생의 질곡을 겪고 지금 이순간 뜨겁게 피어나는 깨달음의 상징인 배롱나무)
드디어 아무 망설임 없이 안과 밖을 당기니
(드디어 깨달음에 이른 세계에서는 안과 밖은 이와 기가 상통하는 것이다. 선비의 마음의 세계는 이와 기와 이루어져 있고 그 이와 기는 만물과 같은 것이라는 깨달음, 장재의 유기체우주론, 천인합일, 불교의 범아일체)
( 주희는 격물의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나 범우주적 자연에 작용하는 리에 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설파한다.
그렇게 하나로 관통되는 확연한 깨달음을 그는 활연관통(豁然貫通)이라 했다.)
활짝 열고 맞아들이는 견고한 합일의 연못
(안과 밖뿐이겠는가. 전후좌우상하내외 모두 합일되는 세계다.)
(위의 부분에서는 자아가 세계화했다면 여기서는 세계가 자아화하는 합일, 서로 융통하는 세계, 어차피 하나이므로)
눈물겹게, 붉다
(깨달음의 세계는 거경과 궁리(격물치지)로 얼마나 외롭고 높고 눈물겨운 수행을 거쳐왔겠는가. 그 과정이 눈물겨운 것이고 드디어 깨달음의 새계에 이르렀으므로 눈물겨운 것이다.개인적 개화의 세계가 하늘의 이치인 별자라의 운행으로 확장된다.선비의 깨달음의 세계 황홀하고 붉다)
명옥헌(鳴玉軒): 전남 당양군 소재. 조선중기 오이정이 세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소리 같다하여 명옥헌이라 함
자미성(紫微星): 자미는 백일홍나무, 배롱나무라고도 하며 하늘의 은하수를 본따 명옥헌 연못 주위에 28그루의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