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환경에서 자란 자식이지만 첫째와 둘째의 직업관은 다르다. 첫째는 기획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반면 둘째는 사람과 어우러져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을 좋아한다.
한국은행이 주관하는 고등학생 경제 캠프 등에 참가하며 경제학도를 꿈꾸던 첫째가 나와 같은 직업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다행스럽기도 했다.
“아버지의 직업이 자식의 직업 선택과 관련이 있을까?”
나와 직업이 같은 친목회원 12명을 대상으로 맏이의 직업과 아버지로서의 생각을 물었다.
맏이의 직업군은 전문직 7명, 공무원 2명, 회사원 2명, 사업 1명이고 전문직 중 중등교원은 4명으로 부와 직업이 같은 비율은 33%였다. 그리고 직업이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선호했다. 부모는 맏이의 직업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으며 둘째의 경우 가능하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다.
임창규의 「세대 간 직업계층 상속성과 직업계층 안정성 관계 연구」 논문을 보면 ‘첫 직업을 얻기까지의 사회경제적인 요인에 대한 영향과 아버지의 직업과 동일한 경우와 다른 경우의 유지 기간과 이동 횟수’를 알 수 있다. 사회계층은 삶의 기회와 양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어느 계층에 속하는가에 따라서 가족의 구체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가족은 개인이 태어나서 권위와 권력이라는 사회적 교환 과정에 영향을 받는 최초의 집단이다. 개인의 생애는 출생, 가족의 경제와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다. 가족은 사회적 지위 성취 과정에서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인 동시에 한계로서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생산과 재생산과정의 중요한 매개변수이다.
가족의 배경은 교육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현대사회에서 고등교육으로의 진학이 상위의 계층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수준이 높은 직업은 학력과 진학한 대학의 사회적 서열에 의해 점차 차등화되고 있다.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이 자녀에게 직접 세습되기보다는 자녀의 교육 수준과 직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상위 계층의 부모는 자녀 세대가 자신들과 비슷한 계층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경제적 자원 동원 측면에서 볼 때 불평등과 세습화를 가져올 수 있다.
대니얼 마코비츠는 「엘리트 세습」에서 현재의 불평등 원인의 근간에 능력주의가 있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능력주의로 인해 엘리트와 중산층이 나눠지고 엘리트에게 부가 과하게 집중되어 중산층은 점차 자리를 잃게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특히 능력 시대의 엘리트는 집중 양육이라는 의도적 계획을 활용한다. 어린 시절부터 양과 질에서 풍족한 교육을 받은 엘리트 아이는 이미 정서와 학업 측면에서 크게 앞선 상태로 학교에 입학한다. 부유한 부모를 가진 행운이 최상위대학 졸업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세상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란 말은 사라지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만연한 능력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쟁취한 능력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능력주의는 부의 획득을 개인 능력에 의존하게 하며 자신이 가난하게 사는 이유를 노력하지 않고 능력이 부족한 잘못으로 생각한다. 승자들은 승리가 자기 노력의 결과이고 자신이 잘나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태어날 때 운이 없었던 사람들을 무시한다.
최근에 인기를 끄는 의대 진학도 마찬가지다. 의사로서의 사명감보다 돈이 되고 안정적 직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성적순으로 줄을 선다. 전국 1등부터 줄을 서서 의대 정원을 채우고 나면 서울대 순으로 들어간다. 의대에 가장 많이 진학하는 학교가 서울대라는 말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물론 아버지의 직업이 의사인 운이 좋은 사람은 의사가 될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를 실질적으로 먹여 살리는 분야는 과학기술과 공학이다. 90년대까지는 이공계열의 뛰어난 인재가 기업과 국민을 먹여 살리고 성장을 주도했다. 현재 이공계열의 우수한 학생은 의사로 빠져나가고 대기업은 과학기술 인력의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이 청진기를 들고 앉아 호의호식하는 한 미래의 첨단산업은 없다.”라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있다.
아버지의 직업과 양육 방식은 자식의 직업 선택에 간접 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제 성장을 주도 했던 부모 세대는 자식의 직업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내 자식만은 엘리트 계층에서 호의호식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자식이 선택한 직업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가.
2025.2.8.(44)
첫댓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의대에 집중하면 나라의 미래가 염려되어집니다. 공학계로 가야 나라가 더욱 발전 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이지만 독일 청년들의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것을 본 일이 있는데. 자종차 엔지니어, 미용사, 안과병원간호사 순이고, 은행원이나 교사는 한창 뒤로 쳐졌습니다. 물론 엘리트 층 젊은 이들은 다르겠지만 직업에 실질을 중요시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교류했던 대학병원의 한 의사는 항상 피곤하다고 하소연하여 의사가 그렇게 선호되는 직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제도나 정책의 차이에 따라 직업 선호도도 달라지는게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