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0717 진도 동석산(1)

[범고개]

작은 땅 대한민국이라지만 내가 못 디딘 곳이 많다.

내가 사는 광주 전남에서도 그렇다. 어느 산봉우리에 서서

주변의 산을 둘러보며 산이름과 주요 고을의 이름이라도 알고

그곳에서 나는 물자와 인물과 문화, 역사를 알면 나의 삶이 보다 풍요해 질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나면 눈이 더 맑아지는 것 같고

두통이 사라지며 술을 더 맛있게 마시게 된다.

술을 더 마시는 것이 잇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느 동네를 지날 때 

그 동네의 주요 산은 꼭 올라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진도는 몇 번 갔지만 대부분 관광이고 일행이 있어 차분히 산행할 기회도 드물어

잘 모르는 고장 중의 하나다.

해남에서 지내다 보니 진도가 그리 멀지 않다.

영암 기찬랜드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왕인박사기념관을 들러 돌아온다.

비상용으로 따로 가져간 교사의 자가용을 돌아올 때 내가 이용하여

월출산을 오르고 오자고 맘 먹는다.

아이들의 활동을 보고 나의 제안에 대한 교사의 반응을 보니

나의 행위가 상급자로서 심히 위험한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소한다.

체육관에서는 관내 교장들이 연수를 하고 배구를 한다.

젊은 교사들에게 가 보라하고, 얼른 텐트가 들어있는 배낭에 반찬 몇 가지를 넣는다.

네시가 넘었다. 금호호를 건너 황산 우수영을 거쳐 공사중인 진도대교를 건넌다.

진도읍농협하나로 마트에서 삼겹살 두 줄과 소주 막걸리 햇반 등을 산다.

동석산을 검색하니 세방 낙조 쪽으로 안내한다.

폭염에 하늘은 맑지 않지만 운 좋으면 세방낙조를 볼 수 있을까?

세방마을 쪽으로 가기 전에 왼쪽으로 돌아 마을 앞에서 천종사 앞까지 들어간다.

5시 반을 지났다. 7시 40분쯤에 해가 질테니, 두 시간 남짓 걸으면 되겠다.

어둠속의 바위 산은 지레 겁이 난다.

동석산 정상은 1km 정도고 세방낙조 전망대까지는 4km가 넘는다.

올려다보니 암벽 하나가 산이다. 바로 시작점부터가 바위 아랫부분이다.

대웅전이 덩그런 천종사를 밖에서 보고 대파밭을 지난다.

밭 끝에 빨갛게 익어가는 복숭아 두 개를 훔친다.

대밭사이 등산 안내판에는 위험하니 전문가 아니면 오르지 말라는 오래된 경고가 씌여 있다.

윗쪽을 보니 철다리와 난간이 보인다.

짧은 대밭 사이를 지나는데 모기들에게 여러 군데 밥보시를 한다.

바로 가파른 목재테 계단이 나오더니 계단이 없는 곳도 가파른 바위 사이

흙은 씻겨 나가고 돌들이 걸려있다.

자갈을 밟고 가파른 길을 오르자 정상 쪽과 미륵좌상 삼거리가 나타난다.

미륵좌상은 압멱 사이 둥그런 홈이 패였는데 미륵의 흔적은 찾지 못하겠다.

다시 돌아나와 그 윗봉우리를 올라가 사방을 둘러본다.

빨갛고 파란 지붕의 마을 앞으로 푸른 논들이 펼쳐지고 낮은 산 사이 바다가

몇 개의 섬을 감싸고 회색빛이다.

건너편 구름다리를 보고 줄을 잡고 오른다.

바위는 발 디딜만한 결이 나 있는데 가파르다. 신발은 미끄럽지 않지만 건방떨지 말자고

줄을 잡는다. 다리를 건너고 철계단을 오르고 나나간 사이를 몇 번 지나니

하산길이다. 아마 마을의 종성교회로 내려가나 보다.

천종사나 종성교회나 아마 바위 중 하나는 종모양인가 보다.

다시 돌아와 줄을 잡고 내려와 왼쪽 능선으로 바위 사이를 걷는다.

쇠붙이 난간이 한줄로 서 있다.

난 가능하면 난간이나 줄, 쇠고랑을 잡지 않고 암벽을 올라본다.

화강암은 아니지만 갖가지 결로 누운 편리들이 발폭도 안되는 작은 계단모양을 하고 있어

발딛기는 재미있다. 

가파른 암벽에서는 밧줄을 다리 가운데 넣고 유격훈련하듯 오르내리기도 한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 능선이 이어져 있다.

산악회 리본이 수북한 나무 가지를 잡고 건너 봉우리에 오르니 정상은 또 건너 봉우리다.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려서인지 나무 줄기는 단단하고 손잡는 높이 부분엔 사람들이

잡은 흔적이 반질반질하다. 시물푸레도 그렇고 잘린 노간주 줄기도 단단하다.

바위 끝마다 돌다보니 1km 정상을 한 시간 10분이 넘어 도착한다.

서쪽 세방 앞바다에 살짝 붉은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

산줄기가 거리에 따라 진하기가 다르고 그 사이로 보내는 빛줄기도 다르다.

바위 줄기를 가운데 두고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댄다.

바람에 땀을 식히고 암반 위에 앉아 배낭을 푼다.

남은 복숭아 하날 비비니 가렵다. 여귀산에서 남은 양주를 입대고 마신다.

경북 출장에서 받은 에너지바도 하나 먹는다. 

고르지 않은 돌바닥에 엉덩이가 아파 다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본다.

7시 10분을 넘어가지만 해가 지려면 더 남았다. 

바위 경사가 걱정되어 술병마개를 잠근다. 비겁하다.

내려가며 다른 봉우리에서 해를 보자고 챙겨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