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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 플라즈마의 밀페방법
앞 장에서 다루었듯이 유용한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핵융합로의 플라즈마를 최소 1억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동시에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도록 nτE를 유지해야 하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고온의 물질을 보관하는 문제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분야인 것이다. 예를 들어 금속이나 세라믹과 같이 흔히 있는 고체물질로 된 용기에 고온플라즈마를 넣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제용기에 주입된 플라즈마는 순식간에 확산되어 그 경계가 용기벽과 접촉하게 된다. 고온플라즈마 입자가 가진 막대한 열에너지는 벽과의 충돌과정에서 벽을 파손시키는 동시에 플라즈마 자체는 급속히 냉각되어 버린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내열성이 강한 고체재료라 하더라도 수만도 이상이 되면 그 형체를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용기로 플라즈마를 가둔다는 것은 얼음으로 된 용광로를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의 확산을 방지하여 플라즈마가 차지하는 공간과 용기벽 사이에 진공영역을 설계함으로 열에 대한 절연을 이루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플라즈마 밀폐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고 그 과정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4-1. 전기장에서의 하전입자
열절연방법중의 하나로 플라즈마가 이온과 전자로 되어있는 하전입자란 점을 이용하여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하전입자에 힘을 미치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구조를 갖는 전자기장을 이용하면 플라즈마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 + + + + + + - - - - 등전위면 E E 그림 4-1. 구대칭계 전기장 내의 하전입자
그러면 먼저 전기장을 이용하여 플라즈마 밀폐의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전기장 내에 하전입자를 놓으면 전기장의 방향으로 힘을 받아 전자는 (+)쪽으로 이온핵은 (-)극쪽으로 끌리게 된다. 플라즈마는 전자와 이온핵의 혼합체 상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기장으로 플라즈마를 밀폐시킬 용기를 만들 때 이온을 밀폐시키려면 전자가, 전자를 밀폐시키려면 이온이 빠져나오게 되어 이온과 전자를 동시에 밀폐시키지 못한다. 또한 전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 방향의 운동성분을 가지는 하전입자는 부호에 관계없이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장에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의 경로가 닫혀 있어야 한다. 기하학적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 그림과 같이 구형 등전위면이 형성되도록 하는 구대칭계뿐이다. 이렇게 되면 안에 있던 플라즈마의 전자는 밖으로 끌려 나오게 되고 중심에는 이온들만 남게 될 것이다. 핵융합에 관여하는 것은 전자가 아니라 중수소나 삼중수소의 이온뿐이라는 사실로부터 이와 같은 구상의 핵융합로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 반경 1m의 공 속에 밀도 n가 1014/cm3인 중수소이온을 밀폐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로슨조건에 따라 τ를 약 1초로 잡으면 밀도 n은 1014/cm3이 되는데 이는 핵융합로를 검증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수치이다. 반경 R인 공의 전체 전하량은 q=(4/3)πR3ne가 되고, 따라서 이 공의 표면전기장의 강도는
가 된다. 이 계산이 뜻하는 것은 공의 표면전기장의 강도가 1m당 600억Volt로서 이 전기장에 의해 중수소이온이 외부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의 표면에 발생한 전기장의 강도보다 강한 반대방향의 전기장을 외부에서 가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현대 공학으로는 실현시키기 어려운 난제를 낳게 된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에 중수소이온과 같은 수의 전자를 넣어 전기적으로 중화시키는 것 뿐이다. 결국 핵융합에서는 이온과 전자의 혼합체인 플라즈마를 밀폐시켜 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전기장만으로는 핵융합발전이 불가능하다.
4-2. 자기장에서의 하전입자 운동
앞 절에서 다룬 바와 같이 전기장만으로는 고온 플라즈마를 밀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법들이 많이 생각되고 있고, 전기장은 보조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자기장이 하전입자에 미치는 힘의 특징은 힘의 작용방향이 하전입자의 운동방향과 자력선의 방향에 다같이 수직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하전입자는 자력선 둘레에서 원운동을 하도록 강요받는 한편 자력선방향으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두가지 운동성분을 합성하면 플라즈마입자가 다른 입자와 충돌하지 않는 한 자력선을 따라 나선운동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2-1. 균일 자기장 내에서의 하전입자 운동
이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균일한 자속밀도 B내에서 하전입자의 운동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 경우의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로 표시된다. 이 식에서 자속밀도가 z-방향으로 평행하다고 가정하면 B=(0,0,B)가 되고, 위 식을 성분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 결과로부터 수평인 z-방향 자력선 속도 vz는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수직성분인 x와 y성분으로부터
임을 알 수 있다. 이 때 ωc는 사이클로트론 진동수라고 알려져 있다. 이 식으로부터
로 되는데, 여기서 a=v/ωc가 되다. 즉 수직성분의 하전입자 운동은 (x0, y0)를 중심으로 반경 a의 원을 각속도 ωc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온과 전자가 모두 10KeV의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고 자기장 세기가 1T일 때의 회전반경을 구해보면 중수소이온의 경우에는 21mm 정도이고 전자의 경우에는 0.337mm 정도가 된다.
4-2-2. 불균일 자기장에서의 하전입자 운동
그런데 일반적으로 플라즈마 밀폐에 사용되는 자기장은 불균일한 자기장 분포를 이루고 있다. 일정한 자기장 내에서의 하전입자 운동은 어느 곳에서나 회전반경이 같았었다. 즉, 하전입자는 어떤 범위에서 자력선 주위를 1회전 했을 경우 완전한 원궤도를 그리고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게 된다. 불균일 자기장 내에서의 하전입자의 운동도 결국은 두가지 운동의 합성으로 볼 수 있는데, 단지 다른점은 자력선에 수직인 면에서의 운동에 있어서 하전입자가 1회전 하는 사이에 자기장의 세기가 수시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지 1회전을 한 후에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지 않는 궤적을 그리게 된다. 즉, 이러한 상태에서의 하전입자는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의 기울기방향에 대해 모두 수직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원운동의 중심이 자력선을 수직방향으로 뚫고 나가는 운동을 드리프트(Drift) 운동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 다음 그림과 같이 z-방향의 자기장 B가 x-방향으로 변화하는 공간에서 양이온의 운동을 생각해 보자.
x y v F1 F3 F4 F2 a ∇|B| 그림 4-2. 1회전 중 양이온에 작용하는 힘
이 그림에서 만일 자속밀도가 일정하다면 표시된 4개의 로렌츠 힘의 평균값은 0이 되고 드리프트 힘도 없다. 그러나 ∇|B|와 같이 자속밀도가 x-방향으로 변화가 있으면 네 개의 힘에 대한 평균힘은 0이 되지 않으며, 하전입자의 방향에 외력을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그림상의 네 점에 대한 로렌츠 힘의 평균힘(FB)을 적용시키면 드리프트 속도를 구할 수 있다. 각각의 점에 대한 로렌츠 힘은 다음과 같다.
따라서 힘의 평균 FB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력(F)가 주어지게 되면 외력에 대한 드리프트 속도(V)는 다음과 같이 구해지게 된다.
이 식으로부터 불균일 자기장에 대한 드리프트 속도(VB)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여기서 ±부호는 양이온과 전자의 드리프트 운동방향이 서로 반대가 됨을 의미한다. 핵융합에서 고온플라즈마의 자기장 밀폐장치는 현실적으로 모두 자장세기에 기울기를 갖는 구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하전입자의 특징을 이용하면 플라즈마 유체가 자기장 내에서 어떤 흐름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모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심으로부터 주변을 향하여 자기장의 세기가 증가하는 구조의 자기장 배열을 가정하고 그 중심부에 플라즈마를 놓았다고 하자. 그러면 플라즈마는 스스로 팽창하여 용기중에 일정하게 확산되려는 성질을 갖을것이다. 플라즈마가 팽창하는 경우 점점 강해지는 자력선을 뚫고 퍼져나가야만 하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자력선은 플라즈마입자에 대하여 마치 고무줄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서 플라즈마가 퍼져나가려고 할 때마다 중심부로 다시 밀폐시키려 하게 된다. 자력선이 플라즈마에 미치는 이 같은 힘을 자기압력(Magnetic Pressure)이라고 하는데, 이 때 자기압력의 강도는 단위체적당 에너지라는 압력의 정의로부터 자기에너지 밀도인 B2/2μ0(μ0:투자율)로 표시되어져 자기장세기의 제곱에 비례한다. 바로 이 자기압력이 플라즈마 팽창 압력에 맞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자기장 세기를 벽으로 하고 가운데에 갇혀있는 우물과 같은 형상을 가지는 이유로 자기우물(Magnetic Well)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때 플라즈마는 자력선으로 이루어진 우물의 바닥에 밀폐되는 형상이 된다. 이 자기우물의 성질은 고온플라즈마의 자장밀폐장치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성질 중 하나이다.
플라즈마 0 a a 그림 4-3. 자기 우물(Magnetic Well)
B
B
4-3. 플라즈마 밀폐장치
열 핵융합을 위한 플라즈마 밀폐방식은 주로 자기장을 이용한 밀폐방법, 즉 자장밀폐방법(Magnetic confinement)이 주로 연구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금속용기 중심에 고체상의 연료(예를 들면 고체중수소)로 펠렛(pellet)이라 불리우는 직경 1-2mm의 작은 공을 만들어 위치시키고 여기에 거대한 출력을 갖는 레이져빔을 작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펠렛은 순간적으로 초고온ㆍ고밀도의 플라즈마로 되어 표면부터 팽창하기 시작하는데, 플라즈마가 완전히 팽창ㆍ확산하기 전의 아주 짧은 시간안에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한다. 이를 관성밀폐방식(Inertial confinement)이라고 한다.
4-3-1. 자장밀폐방식(Magnetic Confinement)
먼저 자기장을 이용한 플라즈마 밀폐장치를 생각하기 위해, 플라즈마로 채워진 원통관이 있다고 하고 이 원통관 둘레에 도선을 감아서 코일을 만든다.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전자석이 되어 원통관 내에 축 방향의 자력선을 갖는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모든 플라즈마 입자들이 정규운동을 한다면 강한 자기장에 의하여 벽에 충돌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에너지 손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통관의 축 방향으로는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유한한 원통관의 끝을 통하려는 플라즈마 입자들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손실을 막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원통관을 구부려 양 끝을 맞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원통관은 도우넛 모양의 형태를 갖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자연히 원통관의 끝을 통하여 빠져나가는 플라즈마 입자들은 없게 된다. 다른 하나는 원통관의 양 끝보다 강한 자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플라즈마 입자가 보다 강해진 자장 영역으로 들어오면 원통관 내로 되돌려 보내지게 된다. 전자와 같은 폐쇄형 구조를 토로이달 자장용기(Toroidal Magnetic Trap), 후자의 개방형 구조를 자기거울(Magnetic Mirror)이라 부르는데 고온플라즈마 밀폐의 기본이 되는 구조이다.
A. 개방형 B. 폐쇄형
그림 4-4. 자장밀폐방식의 종류
형태에 관련된 분류 외에도 밀폐되는 플라즈마의 열역학적 압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준의 크기로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플라즈마 압력의 크기는 입자밀도와 온도로서 결정되는 단위체적당 플라즈마 입자에너지와 같다. 즉, 이온 및 전자의 밀도를 각각 ni, ne라 하고 플라즈마의 온도를 T로 표시하면, 플라즈마 압력 PT와 자기압력 PM의 관계는 자기장용기로 플라즈마를 밀폐시킬 수 있어야 하기에
가 된다. 따라서 자기 핵융합연구에 있어서 자기압력에 대한 플라즈마 압력의 비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데 이를 ‘β’라고 부른다.
β값이 0.1에서 1 사이에 있는 장치를 High-β장치, β값이 0.1 이하인 장치를 Low-β장치라고 분류한다. 물론 β값이 높다는 것은 일정 자기장으로 많은 플라즈마를 밀폐할 수 있다는 뜻이 되므로 이러한 장치는 자장용기의 효율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정한 플라즈마를 얼마나 오랫동안 밀폐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가는 이와 별개의 문제이므로 high-β장치가 반드시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3-2. 관성밀폐방식(Inertial confinement)
핵융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의 밀도와 밀폐시간 그리고 온도의 세가지 양이 일정조건을 만족시켜야 함은 앞에서 논의한 바 있다. 임계조건을 예로 들면 D-T반응에서 플라즈마 온도를 10KeV라고 하면 밀도와 밀폐시간의 곱 nτE는 약 1014sec/cm3이 된다. 자장밀폐방식의 핵융합에서는 플라즈마 밀도가 1014/cm3에서부터 높을 때는 1017/cm3까지 된다. 따라서 요구되는 플라즈마의 밀폐시간도 1/100초에서 1초 정도이면 된다. 그러나 관성밀폐방식의 핵융합에서는 플라즈마밀도가 자장밀페방식에서보다 훨씬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보통 고체의 밀도는 n0≈4.5×1022/cm3 정도인데 지금 이 밀도로서 1억도의 플라즈마가 되었다고 하면 임계조건을 만족시키는 밀폐시간은 τE=1014/(4.5×1022)=2.2×10-9sec로서 충분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밀도ㆍ고온의 플라즈마를 자장용기 내에서 실현시킨다는 것은 플라즈마의 압력이 너무 커서 불가능하다. 이때의 플라즈마의 압력은 무려 수십억 기압이 되고, 이것을 밀폐하기 위한 자장을 계산해 보면 수만T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실현 가능한 자기장은 아물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수백T를 넘기지를 못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고밀도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밀폐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관성밀폐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즉, 거대출력의 레이져광선을 쬐여서 순식간에 고체 또는 그 이상의 고밀도 플라즈마를 만드는 동시에 핵융합온도까지 가열시키려 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고밀도 플라즈마는 매우 높은 압력 때문에 급속히 팽창한다. 그러나 이 때 플라즈마 입자는 관성 때문에 흩어지는데 매우 짧기는 하지만 약간의 시간을 요하게 된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핵융합반응을 달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관성밀폐방식은 펠렛이라 불리는 작은 구(직경 1~2mm)의 고체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표적으로 삼고 여기에 사방에서 강력한 레이져를 쬐이는 것이다. 강력한 레이져빔을 받는 펠렛은 표면으로부터 폭발적으로 증발을 시작하게 되는데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펠렛 내부는 강력한 압축ㆍ가열이 일어나서 10억분의 1초 안에 핵융합반응이 완결된다. 이러한 방식의 핵융합에서 펠렛의 플라즈마 밀도는 고체밀도의 1000~10,000배가 될 것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짧은 시간동안에 핵융합반응이 폭발적으로 수행된다는 점에서 이는 극소형의 수소폭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단지 기폭제가 원자핵이 아니고 레이져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외폭 내폭 레이져 그림 4-5. 관성핵융합방식의 원리
이러한 일련의 펠렛연소과정을 갖는 관성핵융합을 이용하는 발전소가 세워진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펠렛의 연소속도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계산해 볼 수 있다. 즉, 2mm 직경의 구에 5:5의 D-T가 175kg/m3의 밀도로 채워진 펠렛이 있어 이의 연료연소비율이 10%라 할 때 한 개의 펠렛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계산할 수 있다.
펠렛 무게 : (4/3)πr3ρ = 7.3×10-4g
평균 원자량이 2.5이므로, 펠렛 내 원자의 개수는
이 중 10%만이 연소과정에 참여하므로, 펠렛당 핵융합반응 총량은
따라서 펠렛 한 개당 방출하는 핵융합 에너지는
(9×1018) × (17.6MeV) × (1.602×10-13J/MeV) = 27MJ
된다. 열출력이 2,700MW로 설계된 발전소가 있다면 이러한 펠렛을 초당 100개씩 연소시켜야 할 것이다.
4-4. 플라즈마의 안정성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장용기 내에 밀폐하여 열핵융합을 달성하고자 하는 핵융합연구에서 중요한 과제는 플라즈마를 가열하는 문제와 자기장 내에서 플라즈마를 안정화시키는 문제로 요약된다. 그 중에도 플라즈마의 안정성 문제는 매우 복잡하여 지금까지 핵융합연구의 줄거리는 바로 이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극복의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플라즈마가 하나의 입자가 아닌 많은 입자가 함께 뭉쳐서 유체로 거동하게 되는 경우 자기장이라는 교통순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를 벋어나는 불안정한 거동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치 번잡한 도로상에서의 상황과 비슷하다. 한대의 차량이 교통의 흐름을 흐트려 놓으면 이 혼란은 급속히 전파된다. 통행차량이 밀집될수록 그 정도는 심해질 것이다. 특히 한 지점에서의 혼란은 전 도로상에서의 혼잡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 즉 한 지점에서의 조그만 혼란이 전체 플라즈마의 정상거동을 방해하는 현상이 흔히 일어나는데 이를 불안정성(Instability)이라고 부른다.
A. 비평형 B. 중립 C. 준안정평형 D. 안정평형 E. 불안정 평형 F. 불안정한 준안정평형 G. 안정한 준안정평형 그림 4-6. 중력장에서의 역학적인 평형과 안정성
자장용기 내에 밀폐된 플라즈마의 평형이나 안정성의 문제는 그림 4-6과 같이 중력장에서 물체의 역학적 문제에 비유하여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A의 경우 물체는 결코 평형을 이룰 수 없다. 나머지는 모두 평형을 이룰 수 있으나 외력이 가해졌을 때 평형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안정성이 얼마만한 외력까지 유효한지는 각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력장에서 물체가 평형상태에 있다는 것은 외력에 대해서 복원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즉, 외력에 의하여 물체가 보다 높은 위치로 옮겨지는 경우에는 안정하며 낮은 위치로 옮겨지는 경우에는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밀폐자기장 내에서의 플라즈마 안정성을 논하는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플라즈마가 밀폐자장 내에서 미소변위를 가지는 경우, 그 변위에 대해 플라즈마와 밀폐자장을 포함한 전체계의 내부에너지가 증가할 때에는 원래의 낮은 에너지상태로 되돌아 가려는 복원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에는 크게 나누어 거시적 불안정성과 미시적 불안정성으로 나누고 있다.
거시적 불안정성은 자기유체역학적 불안정성(MHD instability)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불안정성이 일어나면 플라즈마의 형태가 변하여 플라즈마 덩어리는 급속히 용기벽을 향하여 이동한다. 다음 그림 4-7은 거시적 불안정성의 대표적인 예이다. (a)와 같은 경우는 플라즈마 기둥중 한번 가늘어진 부분이 생기면 이 부분에서의 자기압력이 다른 부분보다 강해져서 계속 가늘어지게 되고 마침내 플라즈마 기둥은 끊기고 만다. 이 형태의 불안정성의 모양을 따서 소시지형 불안정성(Sausage instability)이라고 부른다. 또한 (b)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플라즈마 기둥이 약간만 휘어지면 휘어진 부분의 안쪽에서의 자기압력이 바깥쪽보다 강해지기 때문에 휘어지는 정도가 가속적으로 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용기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성을 킹크형 불안정성(Kink instability)이라고 부른다. 이들 불안정성을 없애는 방법은 외부로부터 플라즈마 기둥의 축방향으로 자기장을 가하여 플라즈마 기둥 내에 자력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안정화 시킬 수 있다.
그림 4-7. 거시적 플라즈마 불안정성
미시적 불안정성은 플라즈마의 거시적인 모양 자체가 변형을 일으키는 일은 없으나 플라즈마 입자가 개별적으로 관여하는 불안정성이다. 플라즈마도 일반 기체처럼 온도가 주어지면 입자의 속도분포는 가장 자연적인 형태인 맥스월-볼츠만 분포를 형성하려고 한다. 이 경우 플라즈마 내부에너지는 최저의 상태에 있게 되고 가장 안정하다. 플라즈마가 이 분포를 벋어나는 경우에는 그만큼 플라즈마의 내부에너지가 증가한 상태로 되어 스스로 안정한 분포로 복원하려 한다. 이 때 여분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플라즈마 내에 진동의 형태로 방출된다. 따라서 플라즈마 입자가 이 진동을 타고 자력선을 가로질러 급속히 확산하는 경우가 생긴다. 즉, 미시적 불안정성은 진동의 발생으로 자력선을 가로질러 일어나는 플라즈마 확산이 유난히 빨라지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