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가노라 삼각산아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야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時節)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어구풀이
-삼각산(三角山) :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北漢山)의 옛 이름
-고국산천(故國山川) : 고국의 산천. 조국 강산, ‘고국’은 조상이 살던 나라.
-시절(時節) : 여기서는 시세(時世), 시국(時局이란 뜻임.
-하 : 하도, 몹시
-수상(殊常) : 보통 때와 달라 괴이함
-올동말동 : 올지 말지
♣해설
-초장 : 삼각산아, 한강수야! 나는 이제 오랑캐에게 끌리어 간다마는 어느
날이고 다시 만나 보도록 하자꾸나
-중장 : 할 수 없이 조국 강산을 등지려 한다마는
-종장 : 시절이 하도 뒤숭숭하고 이상하게 돌아가니 다시 돌아오게 될지 어
떨지를 모르겠다.
♣감상
지운이 김상헌은 병자호란(丙子胡亂) 때에 주전파(主戰派)의 두
목격인 사람으로, 호(胡)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였으나 마침내
최명길 등의 화의파의 주장이 관철되어 화의 성립이 이루어지게 되
자 그는 항복하는 문서를 찢고 통곡하였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해
난(亂) 후에 세자와 대군을 인질로 끌고 간 다음, 그도 화의에 반대하였
다하여 심양(瀋陽)에 끌려 가 3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은 후에 돌아
왔다. 이 시조는 그가 서울을 떠날 때 지은 것으로 조국에 대한 그의
뜨거운 절규가 초장에 잘 나타나 있다. 시국이 이렇게 어수선하니 다
시 이 조국 강산에 돌아 올 수 있을지 없을지 의심하면서 떠나가던 비
참한 심정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작가소개
김상헌(金尙憲, 1570~1652) : 자는 숙도(叔度), 호는 청음(淸陰), 또는 석
실산인(石室山人), 병자호란 때에 강화 남문에 올라 자폭한 우의정 김상용
(金尙容)의 친동생, 선조 29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호당(湖堂)에 놀았고, 벼
슬이 대제학(大提學)을 거쳐 예조판서에 이르러서 병자호란을 당하게 됨.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에 들었다가 청병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불과 5일만에 항복하기로 조의(朝議)가 기울어졌으나 그는 최후까지
싸울 것을 주장함. 마침내 삼전도(三田渡)에서 인조가 몸소 무릎을 꿇으니,
공은 항복문서를 통곡하며 찢어 버리리도 함. 하성(下城) 후로는 태백산
(太白山)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더니 청인의 손에 잡혀 당시의 청도(淸都)
심양으로 끌려가 있다가 다시 고국에 돌아와 좌의정의 중임을 맡다가 83
세를 일기로 서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