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마음을 단정히 함과 부모의 은혜를 갚는 일
1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몸에는 다섯 도둑이 있어서, 사람을 이끌고 악한 길로 들어간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색ㆍ수 ㆍ상ㆍ행ㆍ식인데, 이 다섯은 사람들이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또 사람은 눈한테 속고, 귀한테 속고, 코한테 속고, 입한테 속고, 몸한테 속는다. 눈은 다만 보기만하고 듣지는 못하며, 귀는 다만 듣기만 하고 보지는 못하며, 코는 다만 냄새만 맡고 맛은 모르며, 입은 다만 맛만 알고 냄새는 모르며, 몸은 다만 차고 더운 것만 알고 맛은 모른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마음에 속하여, 마음이 근본이 되는 것이다.
비구들아, 도를 구하려거든 마음을 단정하게 하라. 사람은 우치를 따르므로 십이인연이 생겨 생사가 있다. 어떤 것이 십이 인가? 무명ㆍ행ㆍ식ㆍ명색ㆍ육입ㆍ촉ㆍ수ㆍ애ㆍ취ㆍ유ㆍ생ㆍ노사이다. 선을 닦는 자는 다시 사람이 되지만 악을 지은 자는 지옥ㆍ아귀ㆍ축생 중에 들어간다.
사람은 무명으로 말미암아 생사가 있다. 무엇이 무명의 근본이 되는가? 무명으로부터 와서 금생에 사람이 되어도 우치한 마음이 풀리지 않고 눈이 열리지 않아 죽으면, 어느 갈래로 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을 보고도 묻지 않으며, 경을 보고도 읽지 않으며, 사문을 보고도 받들어 섬기지 않으며, 도덕도 믿지 않으며, 부모도 공경하지 않으며, 세간의 괴로운 것도 생각지 않으며, 지옥의 심한 고초도 알지 못한다면, 이런 것을 이름하여 무명이라 한다. 그러므로 생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죽음은 호흡 사이에 있으니, 사람의 모숨보다 더 약한 것은 없다. 사람의 몸에 세 가지가 있다가, 몸이 죽으면 식도 가고 마음도 가고, 뜻도 가 버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항상 서로 따라다니며 나쁜 일을 지은 이는, 지옥ㆍ아귀ㆍ축생ㆍ귀신 속으로 들어가고, 좋은 일을 지은 사람은 혹은 친상에 나기도 하며 혹은 사람으로 태어나나니, 이 다섯 갈래에 떨어지는 사람은 모두 마음이 단정하지 못한 까닭이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모두 마땅히 너의 눈을 단정히 하고, 너의 귀를 단정히 하고, 너의 코를 단정히 하고, 너의 입을 단정히 하고, 너의 몸을 단정히 하고, 너의 마음을 단정히 하면, 몸은 비록 땅에 떨어질지라도 혼신은 다시 지옥ㆍ아귀ㆍ축생ㆍ귀신 중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비구들아, 마음을 마땅히 네모난 돌과 같이 가지라. 돌은 뜰에 있어서 비가 와도 파괴되지 않으며, 해가 내리쬐어도 녹아지지 않으며,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으니, 마음을 마땅히 이 돌과 같이 가지라.
비구들아, 도는 불가불 배워야 하고 경은 불가불 읽어야 하는 것이다."
2 부처님은 모든 사문에게 물으셨다.
"부모가 아이를 배어 십 삭을 품고 있을 때에는 몸에 중한 병이 되고, 낳는 날에는 어머니의 목숨이 위태하고, 아버지의 마음의 두려운 정상은 말할 수 없으며, 낳은 후에는 마른 데 눕히고 젖은 데를 차지하며, 정성이 지극하여 피가 젖으로 화하며, 만져 주고 씻겨 주며,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며, 아이의 얼굴이 즐거우면 어버이도 즐거워하고, 아이가 만일 슬퍼하면 어버이 마음도 타며, 문밖에 나가면 기다리고 들어오면 마음이 놓이며, 생각에 항상 잘되지 못할까 두려워하니, 부모의 은혜가 이렇게 무거우므로 어떻게 하면 갚을 것인가?"
여러 사문들은 대답했다.
"오직 예절을 다하고 자비한 마음으로 공양하면, 부모의 은혜를 갚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또 말씀하셨다.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되, 백 가지 맛난 음식으로 입에 맞게 하고, 여러 가지 풍악으로 귀를 즐겁게 하며, 좋은 의복으로 몸을 빛나게 하고, 양쪽 어깨에 업고 자식의 목숨이 다하도록 사해를 돌아다니며, 이렇게 해서 은혜를 갚으면 효도라 하겠는가?"
모든 사문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큰 효도라도 이에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것으로 효도가 될 수 없다. 만일 부모가 삼보를 받들지 않고, 흉악하고 잔폭하며, 비리로 남의 것을 도적하고, 외색에 음란하며, 도리에 맞지 않는 거짓말을 하고, 술에 빠져 황란하며 참된 도리를 저버리거든, 아들은 마땅히 극진히 간하여 깨우치고, 만일 그래도 깨닫지 못하거든, 마땅히 비유하여 나라의 옥 중에 갇혀 있어 형벌 받고 죽음을 당하는 죄수들을 보게 하여, '이 사람들은 법이 아닌 짓을 하다가 몸에 저렇게 여러 가지 고초를 받으며, 스스로 제 목숨을 끊게 될 뿐 아니라, 죽은 후에는 그 혼신은 반드시 태산 지옥에 들어가, 끓는 물과 타는 불에 만 가지 고초를 받으며, 홀로 부르짖으나 구원할 이 없으리니, 그것은 모두 악을 스스로 지어 그런 양화를 받는 것입니다.' 하고 여쭈어라. 그래도 오히려 고치지 못한다면, 울면서 음식을 먹지 말고 죽기로 작정하면, 어버이가 아무리 우매하여도 반드시 은애는 있어서, 자식이 죽을까 두려워하여 억지로라도 마음의 조복을 받고 바른 도리를 행할 것이다. 그리하여, 만일 어버이가 마음을 고치어 부처님의 오계를 받고, 인자하여 살생하지 않으며, 청렴하여 도둑질하지 않고, 정결하여 음행이 없으며, 믿음을 지키어 속이지 않고, 술에 취하지 않으면, 집안에 자연히 아버지는 사랑하고 아들은 효도하며, 가장은 바르고 아내는 곧아서, 구족이 화목하고 하인들도 순종하며, 그 덕화는 멀리 미쳐 중생이 모두 그 은혜를 받게 되고, 시방 모든 부처님과 하늘ㆍ용왕ㆍ귀신과, 착한 임금과 어진 신하와 만 백성이 모두 공경하고 사랑하며 도와주어 편안하게 되리니, 오직 이것이 효도가 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