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농지, 경작 않고 보유만"…'세금폭탄' 맞을 수도
A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A씨 부모님은 생전에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는데요. 부부의 유일한 자녀인 A씨는 이 농지를 상속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 입장에선 이 농지를 경작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직장을 그만 두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요.
그러나 부모님이 물려준 농지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냥 팔아버리기엔 무언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A씨는 농지를 계속 보유하면서 다른 농민에게 맡겨 임대 경작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는데요.
A씨의 계획,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경작 않는 농지, 세금 폭탄 맞을 수도
농지를 경작하지 않고 그냥 보유만 하고 있다면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법은 경자유전(耕者有田), 즉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을 따릅니다. 당연히 농지의 소작제도도 금지됩니다. A씨처럼 부모에게 상속·증여받은 농지에서 자녀가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다면 8년 뒤 양도소득세가 100% 면제되거나 농지의 교환·분합 또는 농업시설 취득 시 취득세가 50~100% 감면되는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지는데요.
반면 토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을 때는 양도세가 오히려 불어납니다. 이는 농지를 농사에 활용하지 않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행위에 부동산 투기 목적이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씨는 이대로 중과세되는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만 하는 걸까요?
부모로부터 농지를 물려받았다면 우선 그 농지의 소득세법상 성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 부동산과 같은 사업용 토지인지 비사업용 토지인지에 따라 양도소득세율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용 토지란 본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토지를 뜻합니다. 이와 반대 개념인 비사업용 토지는 소유자가 일정 기간 동안 해당 토지를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을 때를 말합니다. 농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도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합니다.
농지법에 따라 농업용 토지에서 별다른 경영을 하지 않으면 땅을 강제로 팔아야 합니다. 만약 1년 내에 당해 땅을 처분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의 2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연1회 부과됩니다.
3년 이상 보유한 경우, 한도 30% 내에서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매년 2%씩 줄여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사업용과 비사업용 토지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세 계산 시 6~45%인 기본세율에 세율 10%포인트가 더해진 16~55%의 세율로 중과세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양도차액의 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심지어 이보다 더욱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었는데요.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고 양도세 기본세율에 20%포인트를 가산해 중과세하자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경작 않는 농지 보유자에 대해 징벌적 성격의 중과세를 하자는 의미인데요.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이란?
비사업용 토지에 부과되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피하기 위한 일차적 방법은 이를 사업용 토지로 전환하는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토지를 해당 지목에 맞는 용도로 사용해야 합니다.
농지는 소유자가 해당 농지에 재촌(在村)과 자경(自耕)하지 않은 이상 비사업용 토지로 간주됩니다. 즉 토지 소유자가 농지 소재지와 동일한 혹은 직선거리로 20㎞ 이내에 있는 연접 시·군·구에 실제 거주해야 하며 본인이 해당 농지에서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직접 영위해야만 사업용 토지로 인정됩니다. 같은 논리로 임야 소유자는 실제로 해당 임야 인근에 거주해야만 사업용 토지로 인정됩니다. 대지 소유자는 해당 땅에 건물이나 주차장을 짓는 등 생산 활동에 땅을 활용해야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용 목적뿐만 아니라 보유 및 사용 기간도 중요합니다. 양도일 직전에만 해당 토지를 사업용으로 사용했다가 절세 혜택을 본 후 바로 용도를 바꿔버리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세법은 10년 이상 보유한 농지의 경우 양도일 현재로부터 △양도일 직전 5년 중 2년 초과 △3년 중 1년 초과 △전체 보유 기간인 10년 중 4년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 사업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토지의 상업적 이용을 인정해줍니다.
그러나 A씨와 같이 현실적으로 물려받은 농지를 당장 사업용으로 쓰기 어려운 이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이런 경우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농지은행이 운영하는 제도인 농지임대수탁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농지 소유자가 노동력 부족이나 고령 등으로 인해 직접 농사를 짓기에 무리가 있는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고 농지은행이 이를 다시 농사지을 땅이 필요한 농업인에게 5년 단위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서의 위탁 대상 토지에는 농업법인이나 대규모 농장이 소유한 땅뿐만 아니라 소규모 농지나 법적으로는 농지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농지로 사용 중인 땅도 포함됩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토지 소유자로부터 농지임대수탁사업 수행에 따라 발생하는 인건비, 운영경비 등 임대 위탁 농지의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요경비 명목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기준 농지임대수탁 계약 수수료는 연간 임차료의 5%선이었습니다.
아울러 사용대차, 즉 농지의 무상 사용·수익을 허용하는 대신 상대방이 추후 농지를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의 경우 계약 1회당 10만원의 수수료만 부과될 뿐입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을 통해 임대되는 농지는 땅 주인이 인근에 살거나 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아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됩니다. 당연히 이에 따른 양도세나 토지 미처분으로 인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도 않습니다. 나아가 농업은행에 농지를 8년 이상 위탁 후 매매한다면 양도차액이 발생하더라도 양도세에 부과된 중과세 10%가 절감됩니다. 결국 일반과세가 적용되며 비사업용 토지에서 제외되는 셈입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토지 소유자의 땅 관리와 절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농업인에게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임차농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장기간 영농이 가능한 데다 이로 인해 농민들을 위한 국가보조금인 직불금 등의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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