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옥이 너 또 산으로..!!!"
궁중예법을 익혀야 한다고 산으로 가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것만
또 산으로 올라 가 버린 여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유 부인은
씩씩거리며 돌아오는 여옥을 보며 소리를 지르다 말았다.
"다녀왔습니다."
유 부인을 보고 고개만 까딱하며 인사를 하고 그대로
마당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는 여옥.
입술은 여전히 꾹 물고 있었다.
"다홍아. 물 좀 받아 두거라."
"예? 예..아가씨.."
정색을 하고서 다홍에게 물을 좀 받아두라 말하는 여옥.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것을 참지 못 하는 다홍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여옥의 표정을 보고 여옥 옆에 붙어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캐 묻지 못했다.
물을 받아 놓은 솥 뚜껑을 열어 물에 손을 살짝 담궜다.
"식었네.."
다홍은 장작을 집어넣고 불을 지펴, 물이 끓기만 기다렸다.
여옥은 마루에 걸터앉아 땀이 맽힌 이마를 시원한 마루기둥에 살짝 기대었다.
어디서 부는지 모를 시원한 바람이 여옥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어려서 부터 쭉 함께 해 온 우형이지만 단 한번도 얼굴을 붉히며
싸워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고집을 부리는 여옥을 그저 묵묵히 받아주던 우형이었다.
게다..오늘은 여옥이 우형에게 손찌검 까지 했으니..
산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여옥은 눈을 살짝 감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의 표정과 눈빛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말이 무색 할 정도록 붙어다녔던 둘이었다.
눈빛만 보고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정도 였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정말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고 나 혼자만의 마음이었던 것인가..
"무얼 그리 생각하느냐."
여옥의 그림자 끝에 유 부인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여옥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 차림을 보고 한바탕 꾸짖을 것을 예상하고 고개를 내리까는 여옥이었다.
"얼굴이 어둡구나. 고민거리가 있는게냐."
왠일인가.
어머니의 꾸짖음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와,
여옥이 고개를 들었다.
"원..여자아이가 옷 꼴이며 얼굴이 이게 뭐냐.."
유 부인이 저고리 고름을 들어 여옥의 이마며 얼굴의 땀을 찍어내며,
치마를 잡고 여옥의 옆 자리에 살짝 앉았다.
여옥도 잠시 머뭇거리며 서 있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주 남자답고 강한 사내라 들었다. 여색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포악한 것도 아니고
얼굴이 추한것도 아니라 하더라. 기골이 장대하며 타고난 대장부라 하더라."
딸의 얼굴이 좋지 못한 것이 한번도 본 적없는 사내에게 시집을 가게
되어 충격을 받아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유 부인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비록, 보영당 은빈마마가 전하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을것이야..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유 부인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여옥의 나이 였었다. 열일곱..아카시아 향이 그득한 여름, 이곳으로 시집을 와 첫째 아들 서환과
둘째 딸 여옥을 낳았다. 두 아이 다 영리해 서환은 열아홉에 과거에 급제하여 스물의
어린나이에 벼슬에 올라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여옥 역시 영리하여 한번 익힌 것은
쉬이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특히 커 갈 수록 그 미색이 빼어나 유 부인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홀로 흐뭇한 미소를 지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겉으로 보기엔 다른 대갓집 부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는 그녀 였지만,
단 한번도 부부간의 정을 느낄 수 없었던 그녀는 뼛속 가득 외로움을 안은 체 살아왔다.
시집을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규호는 화련(우형 母)을 첩으로 삼아 데리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화련과 함께 들어온 사내아이 까지 자신의 아들이라 부르며 서환과 여옥이 못지않은 신분을 주었다.
한번도 규호에게 받은 적 없는 사랑. 그 외로움을 여옥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여옥이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임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만에 하나 삼간택에 들어 중전이든 후궁이든
후궁이 되지 않든 어느 쪽이든 묶여 지내는 것을 답답해 하는 여옥에게는 힘든 일일 것이다.
"제가..중전마마가 되는 것을 좋아하셨잖아요.."
여옥이 삐죽이 입을 열었다.
어제 규호가 여옥이 초간택에 들었다 할 때 반색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났던 것이였다.
"중전마마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으니 반색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유 부인이 여옥의 뽀얀 볼을 아프지 않게 살짝 꼬집었다.
"저는 싫어요 어머니..참..전하도 이상하지요..후궁마마들이 궁에 많으실 텐데
왜 구태여 규수들에게 간택령을 내리신 걸까요.."
"다른 대감들의 욕심 때문이지. 자기 자식이 중전마마가 되면 외척이 되어 그 세력이
더욱 커질테니..욕심 때문이지."
"궁궐에 들어가면 죽을 때 까지 나오지 못한다고 하였는데..저는 그게 싫어요..
새장안에 갖힌 새가 되는 건 싫어요."
여옥의 새카만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딸의 불안감에 덩달아 유 부인까지 불안 해 졌다.
하지만 유 부인은 내색하지 않고 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조금은 살집이 있는 유 부인의 손은 아주아주 따뜻했다.
"내일부터 궁중예법을 익혀야 할 게다. 나들이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버지 모르게
줄 테니 마음대로 나가면 안된다. 알겠느냐."
"어머니!"
유 부인이 여옥의 손을 꼭 잡은 체 웃으면서 말 했다.
생각지도 못 했던 어머니의 말에 여옥은 활짝 웃으면서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이럴 때 보면 여섯살 난 어린아이 같다.
그러고 보니 아장아장 걸으며 어머니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라며 캐 물으며
뒤만 졸졸 쫓아다녔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라 소녀티를 벗으려 하는걸까.
세월이 유수라 하더니 그말이 틀린 말이 아니로구나.
"아가씨! 물이 다 데워..아..마님.."
물이 다 데워졌다며 여옥을 부르러 오던 다홍이가 유 부인을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어서 가서 깨끗하게 씻고 쉬거라. 나중에 아버지 돌아오시거든 인사할 때 보자꾸나."
"네. 어머니."
유 부인이 치맛자락을 잡으며 일어나 마당으로 돌아 나갔다.
여옥도 유 부인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몸을 씻으러 다홍과함께
자리를 옮겼다.
"주인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니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 가 있던 꼬리가 쑥 내려갔구나?"
여옥이 먼저 하산하고 자신의 말을 데리고 뒤늦게 집으로 들어오던
우형이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비꼬는 서환과 맞닥뜨렸다.
주인과 꼬리라..우형을 개에 비유하고 여옥을 주인에 비유 해 비꼬는 것 이렸다.
우형은 서환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것이 자신에게 전혀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숙인 체 서환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 했다.
"난상지목 물앙(難上之木 勿仰) 이라..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하였다.
설마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화악 - 휙 - !!
씨익.
빈정거리는 서환의 말 쯤이야 그냥 넘기면 될 일이었건만 가뜩이나 기분도 좋지 못 해
어디 화를 풀 곳을 찾고 있던 우형은 결국 참지 못 하고 서환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서환보다 어리지만 키는 비슷했기 때문에 둘은 공중에서 시선을 맞 부딛혔다.
노골적으로 비웃는 서환. 순간 아차! 싶었다.
"뭐 하는 짓이냐!!"
유 부인 이었다.
여옥의 방에서 나오던 유 부인이 마침 우형이 서환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 하여 소리를 쳤다.
그제서야 우형은 잡고있던 서환의 옷을 놓았다.
"연유가 무엇이든 어찌 이리 버릇없이 구느냐! 너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형의 멱살을
잡다니 네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 여봐라! 이놈을 당장 헛간에 가두고 하루동안 굶기거라!
물 한모금 가져다 주는 것을 들켰을 시에는 경을 칠 테니 그리 알아라!"
서자(序子)는 호부호형을 하는 것 조차 불 가능한 일이었고 과거에 응시하는 것 조차
할 수 없는 판국에 서자(序子)가 정실부인 아들의 멱살을 잡다니, 유 부인이 이리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그렇다고 헛간에 가두고 하루나 굶길 것 까지는 없었다.
그저 유 부인의 마음에 있던 작은 악마가 움직였다고나 할까.
마당을 쓸고있던 노비에게 이끌려 헛간으로 가는 우형.
그리고 그 모습을 웃으면서 쳐다보는 서환.
우형은 헛간으로 끌려가면 서도 서환이 한 말을 계속하여 되뇌이고 있었다.
'난상지목 물앙(難上之木 勿仰) 이라..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하였다.
설마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못 오를 나무란 여옥을 가리키는 말이다.
굳이 서환이 말 해 주지 않아도 뼈 저리게 알고있었다.
규호가 자신을 서환과 여옥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아끼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선
맏 아들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는 있으나 엄연히 법으로 따지자면 우형에게 여옥은
감히 마음에 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여옥이 울었다.
뺨을 맞은 것 쯤이야 아픈 것도 아니었다. 다만..여옥의 눈물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우형의 가슴에 큰 생채기를 내었다.
"추운 날도 아니니 하룻저녁 정도는 괜찮으실 겁니다. 마님께서 안채에 드시고
나시면 저녁을 가져다 드릴테니 불편하셔도 쉬고 계십쇼."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볼일 들 보세요."
짚단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우형이 걱정하는 노비에게 자신은 신경쓰지 말라 하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오히려 잘된 셈 이었다. 혼자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으니.
노비가 꾸벅 인사를 하고 헛간의 문을 닫고 나갔다.
서산으로 너머가는 붉은 해가 헛간의 문틈 사이사이로 스며 들어와,
헛간의 바닥을 군데군데 붉게 물 들였다.
"작은 도련님 헛간에 가두셨수?"
유 부인과 서환이 방으로 들어가고, 한바탕 작은 소란이 잦아든 후 숨죽이며
행랑에서 이 일을 지켜보던 행랑어멈이 앞 치마를 부여잡고 달려나왔다.
"마님께서 가두라 하셨는데 난들 어찌해!"
"아이구..마님두..저녁에 대감마님께서 오시면 작은 도련님 찾으시는 걸
뻔히 아시면서 헛간에 가두라고 하시면 어쩌누.."
행랑어멈이 울상을 지었다.
작은 도련님. 이 집에서 우형은 당연하게 작은 도련님 대접을 받았다.
이유는 규호의 엄한 불호령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우형이 성격이 밝고
노비들을 친 가족 같이 대하는지라 그 누구도 우형을 서자라 얕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대감마님께서 돌아오시면 작은 도련님은 나오시겠지. 수선 떨지말고 들어가서
밥이나 해! 이 여편네야!"
"아유..마님도 너무 하시지..하필이면 그 더러운 헛간에 가두시다니..
혼을 내고 마시지.."
남자의 구박에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발만 동동인 행랑어멈.
그도 그럴 것이 행랑어멈은 우형을 아기 때 부터 돌봐온 유모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작은 도련님 전혀 언짢은 기색이 아니셨어.
오히려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된다며 자리잡고 앉아 계시던걸."
"작은 도련님 성품이 워낙 좋아야지요..원..분명히 큰 도련님께서
먼저 해코지를..!"
"아니! 이 여편네가 쫓겨 날 소릴 하고 있네! 당장 가서 밥이나 해!"
남자가 행랑어멈의 입을 막으며 등을 떠 밀어 부엌으로 밀어 넣고
혹여나 누가 들은 자가 없나 주위를 휘휘 살피고서 헛 기침을 하며
다시 마당으로 나갔다.
"헌데..우형이는 어딜 간 게냐?"
저녁.
우의정 규호가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인사를 받으면서 우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 가족에게 물었다.
여옥도 아까부터 우형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혹시나 낮에 산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아직 들어오지 않은게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벌을 받고 있습니다. 대감마님."
유 부인이 뭐라 말 하기도 전에 서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벌? 우형이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게요?"
"우형이가 서환 도련님께 대들어, 제가 벌을 주었습니다.
용서하세요..다 소첩이 잘 못 가르킨 죄 입니다."
이미 행랑어멈을 통해 일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서 부인이 고개를 숙이며 말 했다.
규호의 양 미간이 좁혀 지더니 주위를 물리고 서환을 데리고 안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옥만은 마루에 서서 돌아가지 않고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앉거라."
규호가 자리에 앉고 뒤 따라 들어오던 유 부인과 서환이 자리에 앉았다.
규호는 여전히 양 미간을 찌푸 린 체로 서환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우형이가 네게 대들었느냐."
"대감! 어찌하여 대든것이 뭐가 대수입니까! 우형이가 서환이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새파랗게 어린 것이 그게 형에게 할 행동 입니까! 따끔하게 벌을 주어야 합니다!"
아까의 일이 생각나는 듯 유 부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자
밖에서 듣고 있던 여옥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부인은 우형이의 성품을 모르고 그런말을 하는 것 이오?
우형이가 어디 아무 연유도 없이 형의 멱살을 잡았겠소. 서환이 니가 말 해 보거라.
연유가 무엇이냐."
도리어 날아오는 규호의 질책에 유 부인이 주먹을 꾹 쥐었다.
"소자가 형으로써 동생에게 한 마디 했을 뿐입니다."
"형으로써의 한 마디라..그래..무어라 했느냐."
"난상지목 물앙(難上之木 勿仰) 이라 하였습니다."
서환이 대답을 하자 규호는 잠시 할 말을 잃었고, 유 부인은 놀라긴 하였지만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밖에서 듣고있는 여옥은 너무 놀라 기절 할 지경이었다.
"뭐라? 난상지목 물앙(難上之木 勿仰)? 그게 무슨 뜻이냐!"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내가 그 말의 뜻을 물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 왜 우형이에게 그런 말을 하였느냐!"
규호가 탁자를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매우 화가 났음을 뜻 했다.
"태생이 그러 할 진데 여옥이를 친구마냥 대하는 것이 남들 보는 눈..!!"
짝 - !!
"아이고!! 대감!!!"
서환이 말을 채 다 잇기도 전에 규호의 손이 서환의 뺨을 내리쳤다.
놀란 유 부인이 서환에게 달려가 서환을 끌어안았다.
"대감!! 어디 서환이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아무리 서환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했다고 한들 형의 멱살을 잡다니요!! 그게 어디 있을 법 한 일입니까!
남이 알면 상놈의 집안 이라고 욕 먹을 짓 입니다! 어찌하여 서환이만 나무라십니까!"
"아버님. 저는 잘 못 한 일이 없습니다. 어느 집안에서 서자의 자식이 정실부인의
자식들과 동등하게 지내며 호부호형을 허 한단 말입니까! 이것은 엄연히 반상의 법도에
어긋나는 것 입니다!"
서환이 유 부인을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아버지를 똑 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다.
사실 서환의 말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렇게 친 동생 처럼 지내라 이르고 일렀건만 여전히 속으로는
우형과 화련을 인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 이었다.
"아니! 이놈이 그래도!!"
"아버지!"
규호가 다시 서환에게 손찌검을 하려 손을 들었다.
그때,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듣고있던 여옥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만 두세요..오라버니의 생각이 그러 할 진데 이렇게 한다고 오라버니의 마음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어머니 앞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버지.."
여옥도 서환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였다.
여옥의 말을 듣던 규호가 유 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망이 가득 한 눈.
그 눈을 마주한 순간 규호는 밀려오는 허탈감과 미안함에 들었던 손을 힘 없이 떨구었다.
"다들..그만 나가 보거라.."
탁 -
안방 문을 닫고 서환이 먼저 나오고 그 뒤를 여옥이 따랐다.
여옥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다홍이가 불안한 얼굴로 여옥을 맞았다.
"아가씨.."
"오라버니! 그 말이 사실 입니까?!"
여옥의 팔을 잡는 다홍을 밀어내고 서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니.. 그 말을 들었을 우형의 마음을
생각하니 화가나서 미칠 것 같았다.
"너 까지 나를 훈계하려 드는게냐?!"
"훈계가 아닙니다! 오라버니는 왜 그리 우형이를 못 살게 구십니까!
스스로 군자임을 칭하고 다니시면서 지금 오라버니께서 하시는 행동이
군자의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까!"
"못 살게 군다고? 내가? 잘 생각 해 보거라! 어머니와 나를 못살게 구는게
누구인지!! 그리고 나서도 니가 우형이 편을 들 수 있겠느냐!"
"허면..우형이가..어머니와 오라버니를 괴롭힌단 말씀 이십니까.."
"니 머리가 그리 나쁜 게 아니니 이해 할 꺼라 믿는다.
더 이상 내게 훈계하려 들지 말거라!"
서환이 화를 내며 가 버리고 여옥은 한동안 그 자리에 망연자실
멍 하니 서 있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랬다. 항상 우형이를 괴롭히고 노비와 같이 생각했고
너는 내 적이다 라는 기운을 온 몸으로 뿜어냈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우형이를 동생으로 여기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였다.
서모님과 우형이 때문에 어머니와 오라버니가 밀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니놈과 니 어미를 내 쫓고 말 것이다.
어머님 눈에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아버님은 친 아들인 나보다
서자인 니놈을 더 아끼셨지. 지금와서 아버님의 사랑을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짓 이지만 지난날 내가 받았던 서러움과 어머님의 고통을 그대로 갚아주마.'
울분을 삭히는 서환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難上之木 勿仰 (난상지목 물앙) -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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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극
여옥애전(麗鈺愛傳) 셋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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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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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고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