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보너 (Junior Bonner)
1972년 미국영화
감독 : 샘 페킨파
TV방영제 : 로데오 맨
출연 : 스티브 맥퀸, 로버트 프레스톤, 아이다 루피노
조 단 베이커, 벤 존슨, 바바라 리
메리 머피, 빌 맥키니, 덥 테일러
산드라 딜
'와일드 번치' '스트로 독' '겟어웨이' '가르시아' '17인의 프로페셔널' 등의 영화를 통해서 극심한 폭력장면들을 연출하며 '폭력의 미학'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샘 페킨파 감독,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 스티브 맥퀸과 1972년에 두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는데 '겟어웨이'와 '주니어 보너' 입니다. '주니어 보너'는 우리나라에 개봉이 안된 작품이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샘 페킨파와 스티브 맥퀸의 팬들이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해 만든 '겟어웨이' 하고는 굉장히 상반된 작품입니다. 폭력과 총질, 범죄가 난무하는 '겟어웨이'하고는 달리 '주니어 보너'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화입니다. 샘 페킨파의 작품중에서 아마도 손꼽히게 폭력 장면이 없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술집에서의 난투극 정도 장면이 있을 뿐입니다. 거칠고 남성적인 인간들이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로데오 경기를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 입니다.
스티브 맥퀸
40년대의 인기 여배우이자 여성 감독의
개척자인 아이다 루피노가 곱게 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 주니어 보너는 스티브 맥퀸이 연기하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실제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주니어 혹은 J.R. 로 불리우는 그는 로데오 맨 입니다. 미국 서부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로데오 경기에 참여하면서 정처없이 살아가는 떠돌이입니다. 이런 그의 기질은 이미 환갑 노인네지만 40년 이상 계속 로데오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아버지 에이스 보너(로버트 프레스톤)의 피를 물려받은 것입니다. 에이스는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허풍쟁이로 술과 여성편력이 심하고 둘째 아들 컬리(조 단 베이커)에게 받은 땅 판 돈을 여자와 은광 때문에 싹 날려먹은 인간입니다. 컬리는 아버지나 형과는 달리 일찌감치 사업가의 기질을 보이며 주택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컬리와 어머니 엘리(아이다 루피노)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돈벌이와 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에이스와 주니어가 완전 민폐덩어리겠지만, 영화는 서로 은근 잘 통하는 주니어와 에이스의 이야기로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아리조나주의 프레스콧 이라는 지역에서 열리는 당시 기준으로 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로데오 경기 대회, 영화의 주된 내용은 이 로데오 경기에 참가하기 위하여 고향 프레스콧 마을을 찾은 주니어가 대회에 참여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이스, 컬리, 엘리 및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워킹 톨'로 알려진 배우 조 단 베이커가
스티브 맥퀸의 동생 컬리 역으로 출연한다.
스티브 맥퀸의 아버지인 에이스를 연기한
로버트 프레스톤
대대적인 퍼레이드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주니어는 고향에 와서 어머니, 아버지, 동생 등과 재회하지만 빈털털이인 주니어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에이스도 땅 판 돈을 다 날려버리고 남은 돈은 호주 금광 사업에 다 투자해버린 무일푼 입니다. 컬리는 이런 아버지와 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주니어를 이해하고 걱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려하는 엘리,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로데오 경기 행사가 하루 동안 벌어지고, 주니어는 그 경기의 대미이자 하일라이트인 황소타기 경기에서 가장 악명높은 검은 황소 선샤인에 올라탈 계획을 세웁니다. 29번의 황소타기 대홰에서 단 한번도 카우보이들을 8초 이상 버티게 한 적이 없는 선샤인, 특히 29번째 경기는 불과 4일전에 다른 지역에서 열린 대회였고 바로 주니어 보너가 선샤인을 탔던 카우보이 였습니다. 과연 주니어는 황소타기 경기에서 선샤인에 올라타고 버텨낼 수 있을까요? 막대한 우승상금을 노리는 주니어, 호주에 갈 꿈에 부풀어 있는 아버지, 주택 사업을 통해서 백만장자가 될 꿈을 끼우는 동생과 처제, 이렇게 각자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샘 페킨파 감독은 주특기인 폭력에 대한 묘사 대신에 굉장히 디테일하게 로데오 경기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말로만 듣던 로데오 경기들을 이렇게 자세하게 표현한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로데오 경기의 여러 종목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말 안장위에 올라타고 오래 버티기 외에도 말이 아닌 크고 거대한 황소타기가 가장 위험한 경기로 꼽히고 있고, 소의 뿔을 잡고 빨리 넘어뜨리기,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로프를 던져 소를 잡은 뒤 빨리 우유 한병을 짜기 등 여러 유형의 로데오 경기를 구경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경기를 알리는 대대적인 퍼레이드가 열리는 장면도 매우 볼만합니다.
실제 아리조나 주의 프레스콧 마을 주민들의
대대적인 협조로 근사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로데오 맨의 삶을 걸어간 닮은꼴의
아버지와 아들
다양한 로데오 경기들이 디테일하게 보여진다.
실제로 아리조나 주의 프레스콧 지방에서 거의 촬영되었고, 지역 주민들의 대대적인 협조로 아주 실감나는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고, 특히 간간이 보여주는 실제 로데오 경기 장면들이 꽤 볼만합니다. 영화속 무대 중 하나인 팰리스 바 라는 술집은 실제로 프레스콧 마을에 존재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생생한 로데오 경기의 그 현장촬영을 통해서 디테일하게 로데오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 셈이지요.
설명이 필요없는 명배우 스티브 맥퀸은 방랑자 같은 운명의 로데오 맨으로 출연하여 적역의 연기를 보여주며, 동생 컬리 역은 조 단 베이커가 연기하는데 그는 1년뒤에 필 칼슨 감독의 '워킹 톨'이라는 폭력물에서 주인공을 연기합니다. 오히려 폭력물 전문 샘 페킨파의 영화가 아닌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절정의 폭력을 보여준 것이지요. 1940년대의 명 여배우이자 여성 감독의 개척자 같은 역할을 했던 아이다 루피노가 스티브 맥퀸의 엄마 역으로 출연하여 나름 곱게 늙은 모습을 보여주며 '뮤직맨'으로 알려진 로버트 프레스톤이 아버지인 에이스 역입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 너무 잘 어울리는 배우 벤 존슨이 황소를 제공하는 대회의 후원자로 등장합니다.
스티브 맥퀸이 적역의 연기를 보여준다
거대한 황소타기는 로데오 경기의 하일라이트
극중 바에서 공연곡으로 흘러나오는 '로데오 맨' 이라는 노래를 비롯하여 구수한 컨츄리 풍의 노래들이 영화를 더욱 정겹게 만들고, 고독한 카우보이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폭력은 없는 영화지만 샘 페킨파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남성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영화입니다. 샘 페킨파 감독은 '하오의 결투'로 데뷔한 이후 계속해서 서부극을 만들었었는데 이 영화는 1970년대가 되어 이미 구시대적 상징이 되어 버린 '사라져가는 카우보이'에 대한 향수와 그런 카우보이 문화가 현대화에 밀려나는 듯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 이후에도 샘 페킨파가 만든 서부극이 있지만 그 시기를 전후하여 샘 페킨파 감독도 서부극에서 슬슬 탈피하고 있었지요.
1970년대, 당시의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부극에 대한 향수를 보여준 영화로 아버지와 아들간의 끈끈한 가족애, 거칠고 무대포 같은 남자들의 우정과 사랑, 겉으로는 강하고 터프한 듯 하면서도 여리고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카우보이 들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티브 맥퀸, 샘 페킨파 라는 두 거물의 '덜 알려진 작품'입니다. 굉장히 인간적인 샘 페킨파의 영화입니다. 실제로는 12살 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로버트 프레스톤과 스티브 맥퀸이 찰떡같은 콤비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거의 TV에만 출연했던 아이다 루피노가 모처럼 다시 영화에 출연한 작품입니다. 총질하는 서부극과는 다르지만 카우보이의 정취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물씬 풍깁니다.
ps1 : 로데오 경기는 지금도 매년 열리고 있을까요?
ps2 : 황소타기는 정말 보기에도 위험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제한시간도 8초로 두고 있으니. 아마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8초기 매우 길겠죠.
ps3 : 70년대의 '추억의 초시계'가 등장하지요.
ps4 : 80년대에 '로데오 맨'이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제목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네요
[출처] 주니어 보너(Junior Bonner 72년) 로데오 맨의 인생|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