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달리다 바람끼리 부딪쳐 가루가 되었다고
바람이 죽은 줄 알지 맙시다. 바람의 가루도 바람이므로.
사람과 바람이 서로스치다 부서지는 아픔을 만나서
사람이 헤픈 울음을 내 보인다고 속 헤픈 여자로 생각지 맙시다
울음의 강 건너엔 까맣게 쌓아올린 꼿꼿한 쇠까시의 탑이 있으므로.
보이는 풍경만 말고 풍경너머 풍경에
비로소 속깊은 뼈대가 들어있음을 우리눈이 날마다 경험합시다.
그대여, 눈이 있으면 누워있는 아이도 누워서 걷는것을
뚫어지게 보는 연습을 합시다
눈 있는 자는 홀로 어디서나 분명히 살아남기 때문에..
김지향 ㅡ 살아남은 자의 눈
..
며칠 전 손전화(핸드폰)에 메세지 하나가 왔다.
"등에는 진이를 업고, 오른 손엔 준이 손을 잡고
또 한 손엔 가방을 들고 지금 나는 버스를 탔다.
나는 용감한 아줌마다"
이 메시지를 읽을 때는
그 와중에 버스안에서 문자 메시지까지 적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우선 웃음이 나와서 하하대고 웃기는 했지만 웬지 예사롭게 지나쳐지지 않았다.
이 문자를 보내온 사람은 27세에 결혼을 한,
올해 32세가 된. 현명하고 똑똑한 여성이라 할까.
그런데, 얼마전 그녀가 둘째 아이를 낳더니
꼭 둘째 아이에게만은 모유를 먹여 키우겠다는 결심으로
2달간의 출산 휴가에 공짜로 월급까지 받아 먹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더니, 27세에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더니만, 결혼 생활의 상처들을 이야기 하고
그래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더니 이젠 용감한 아줌마가 되었다는
흔한 내용의 메시지 하나 보내온 것이지만
웃음 너머로 가슴이 뭉클해 지는.. 이 마음은 뭐였을까..
오늘 아침에도
그녀랑 긴 통화를 하였다.
이제 우리는 시시콜콜한 슬픔들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살아내는 일에 더욱 현명해질까를 이야기 한다.
돌아보면 그녀보다 내가 더 철부지한 인생을 살았지 싶음에도
나는 좀 더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란 말을 자주 써먹곤 하는데
오늘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놓고, 이런 계획들 때문에 '너'자신을 밀쳐두지 마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너에게 있어 하루하루는 너의 일생 중 귀한 시간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였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애기들 한테 껌뻑 죽고, 시부모 공경하고
그 형제들로 부터 인정받고,그 나이에 갖출 건 다 갖추고 사는 그녀지만
진작에 남편에게 불만이 많은 그 마음은 헤아려 한 말이었다.
참으로 우습게도 일러 줄 말이 또 하나 있었으니..
"틈을 타서라도 음악을 들으면서 춤이라도 한번씩 추라구.."
두 아이를 돌보다 보면 잠도 휴식도 도저히 챙길 수 없다는 사람한데
춤추는 시간을 가지라 했다니 싶겠지만
그녀는 그 말이 얼마나 깊은 당부인지 알아 들어 주었다.
요즘, '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노래가 있어 가끔 듣게된다.
젊은 내 친구 하나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 오빠. 언니
친구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많은 갈등들을 보아 왔기에 결혼은
미친 짓이며 남자들이란 존재들이 시시하다면서도 그 결혼을 결국 하겠단다.
그래..이렇게든 저렇게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들을 한다..
그런데.. 난, 지금 무얼 말하자는 것인지?? ;;
이런 글을 쓰고 있으려니 바람같은 것이 실실거리는 건 또 뭘까.
^^
오늘은 김지향 님의 '살아 남은 자의 눈'이란 시를 읽으며
시인이 의도하는 내용을 떠나 그녀의 눈빛을 생각한다.
언제나 밝고, 인정스럽고, 총명한 젊은 그녀의 눈빛 속에서도
숨어 있는 어둠을 ,바람을 보곤 했기에..
그녀에게서 난 자주 느낀다
살아 있는 자의 눈빛을.
................
음악 / 이소라 -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뤄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첫댓글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가슴 앞으로 효정이를 뜀고, 기저귀 가방 어깨에 메고.. 책가방을 들고....... 용감한 아줌마 였습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오늘이 밝았고... 무릎에선 효정이가 젖병을 들고.... 어서 후딱 지금이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 정성스레 올려주신 글을 마주하며 아침부터 내 안에 바람이 붑니다...
전 왜 눈물부터..맺히는지.. 용감하지도 못하면서.. 피해가기만 하는것같습니다.. 거울속에 내 눈빛은 어떨런지..
'용감하다'는 단어는 이제 아주 멀리 가버린 듯... 자꾸만 뒤로 숨고 싶어하는 나약해져가는 마음.. 아이들 어릴적 생각으로 잠시 돌아가보았네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아직 어린날......... 젊었을때는.. 결혼이라는걸 부정했었죠...... 근데 지금도 그마음에는 변화가 없답니다(결혼한걸 후회하는건 아니지만..).... 조금 어패가 있고 우습죠?????? .... 행복한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