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물 <사이코>(1960)에서 샤워 중 무참히 살해당하는 여자 역할을 맡았던 자넷 리가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유족측이 4일 밝혔다. 향년 77세.유족측을 대변하는 하이디 쉬퍼는, "고인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앓아왔다">며 "남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두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금발 미녀인 리가 출연한 대표적 유작은 1960년 제작된 <사이코>로, 그녀는 이 영화 덕분에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히치콕 감독은 리가 미치광이(앤서니 퍼킨스)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45초에 불과한 욕실장면(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70여차례에 걸쳐 7일간이나 촬영, 리는 영화를 찍기 위해 가장 오래 샤워한 여배우라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이 장면은 또 은밀한 부분을 전혀 보여 주지 않으면서도 맨살을 드러냈던 리가 촬영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져 논란이 됐지만 나중에 몸에 착 달라 붙는 살색 무명옷을 입었던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는 1995년 <사이코> 촬영을 둘러싼 뒷얘기를 담아 펴낸 자서전에서 "이 영화를 찍고 난 뒤 정말로 겁이나 한동안 샤워하지 못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영국의 영화 잡지 `토털 필름'이 지난 5월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피와 연관되는 `최우수 사망장면'이 나오는 영화로 <사이코>가 선정될 만큼 리의 피살장면은 전세계 영화관객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리는 1958년 제작된 오손 웰즈의 느와르 필름 <악의 손길>(Touch of Evil)과 1962년 만들어진 정치 스릴러물 <만추리안 캔디데이트>에도 출연했으나 <사이코>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사진=씨네21 데이터베이스
오슨 웰즈 감독, 자네트 리와 찰톤 헤스턴이 출연한 '악의 손길' 리뷰와 이런저런 이야기
멕시코 특별검사관 마이크 바가스는 멕시코와 미국과의 경계지역으로 그의 아내와 신혼여행을 간다. 사실, 그는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마약밀래 조직의 두목인 그란데의 죄목을 증언해야만 한다. 그란데의 동생과 아들들이 마이크의 아내를 협박하면서 마이크를 그란데와 관련된 사건에서 손을 떼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부유한 미국출신 사업가가 차량폭발 사고로 숨지자 마이크는 수사에 착수한다. 사건을 수수하면서 마이크는 그 지역의 타락한 형사 행크 퀸랜을 알게 되는데........
<시민 케인>에서 시도했던 명암대비, 딥포커스, 편집, 카메라 움직임 등 혁신적인 스타일을 도입했다. 로버트 알트만이 <플레이어>에서 모방하여 유명해진 3분이 넘는 오프닝의 롱테이크는 영화사의 위대한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찰톤 헤스턴과 자넷 리의 열연이 돋보이며,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 히치콕의 <사이코> 등에 영향을 주었다.
필름 누아르의 최고 걸작으로 꼽을 만한 영화. 크레인의 움직임을 이용해3분19초 동안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드 보일드 탐정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경찰이 새로운 유형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타락한 경찰을 정화하려는 멕시코 특별검사관 마이크와, 증거 위조와 가혹한 취조 수법으로 실적을 쌓아온 늙고 타락한 형사 행크 퀸랜의 맞대결이 중심 가닥.
오슨 웰스가 연기한 형사 행크는 정신적으로 고립됐고 자기 도취에 빠져 추하게 늙어가는 인물이다. 웰스는 또한 도시환경을 초현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제도적 부패를 강조한다.
조명과 굴절광각렌즈를 사용해 혼란스럽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 도시 역 시 행크처럼 타락했다. 필름 누아르 고전 시기를 멋지게 갈음한 영화. 행크의 죽음은 전통적 하드 보일드 탐정과 그의 세계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였다.
박스오피스
리메이크 호러, 자네트 리 <안개> 미국 박스오피스 1위
올랜도 블룸의 <엘리자베스타운>은 3위로 데뷔
<안개>
저예산 공포영화<안개>(The Fog)가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존 카펜터 감독의 1980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안개>의 수입은 1220만달러로 잠정집계됐다고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10월16일 밝혔다. 이 영화가 같은 날 개봉한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과 <도미노>(Domino)를 능가한 요인은 500개관 이상 많은 스크린수와 호러라는 장르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다지 큰 흥행기대작이 없는 주말에는 호러영화가 비교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다.
<안개>는, 한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억울하게 난파된 배의 선원들의 원혼이 꼭 100년만에 안개 속에서 되살아나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한다는 ‘전설의 고향’스러운 이야기다. 원작의 각본과 연출을 도맡았던 존 카펜터는 이번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TV시리즈<스몰빌>이 배출한 스타 톰 웰링과 역시 인기TV시리즈<로스트>로 얼굴을 알린 매기 그레이스가 출연했다.
<엘리자베스타운>
<도미노>
지난주 1위였던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는 27% 하락한 1170만달러 수입을 거둬 2위를 차지했다. 청춘 스타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로맨틱 코미디<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은 기대에 조금 못미치는 1100만달러를 거둬 3위에 자리잡았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일련의 악재가 겹쳐 침울해있던 드류(올랜도 블룸)가 아버지 고향 엘리자베스타운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 클레어(커스틴 던스트)를 만난 뒤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올모스트 페이머스><바닐라 스카이>의 카메론 크로 감독이 4년만에 들고온 신작이다. 실제로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에 다녀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지난달 토론토영화제에서 열린 첫 시사에서 비평가들로부터 안좋은 평을 받은 뒤 20분 정도를 잘라내는 재편집을 했다고 한다. 지난번 <킹덤 오브 헤븐>의 실패(오프닝 성적 1900만달러) 이후 관객동원력을 검증받지 못한 올랜도 블룸은 다음 작품을 기약해야 할 듯.
토니 스콧의 R등급 액션드라마<도미노>도 467만달러를 거둬 6위로 데뷔하는데 그쳤다. 전직 모델 출신 현상금 사냥꾼인 실존 인물 도미노 하비(키이라 나이틀리)의 이야기. 항상 영화의 재미를 보증해 온 토니 스콧 감독의 흥행력이 많이 약해진 느낌이다. <도미노>이전까지는 <더 팬>(1996)이 거둔 600만달러가 최악의 오프닝 성적이었다. 조디 포스터의 스릴러<플라이트 플랜>은 4위, 카메론 디아즈의 <당신이 그녀라면>은 5위에 머물렀다.
최근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는 전반적으로 침체기다. 특히 이번주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상위 12편의 수입이 18% 감소했다. 흥행집계전문가 폴 더가라비디언은 “이맘때면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 때문에 영화관객수가 줄어드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심한 것 같다. 그 점이 영화관계자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글 윤효진 2005-10-17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