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여성시대 비몽사몽몽

2호 전요…… 분명히 ……코, 코는 뚫어 놨거든요. 코 안 뚫으면 숨 막히는데그렇잖아요? 정말이예요. 그리고요, 손에는 절대 석고 안 해요.

원장 그럼요. 손에 석고를 왜 해요?
정형사 (부지런히 기록하며) 왜, 자리를 비웠어요?

2호 (원장의 눈치를 보며)밥 먹으려고…….
정형사 몇 분 동안?
2호 (4호에게)한 15분도 안됐지?
정형사 누구 다른 손님은 없었어요?
4호 제 손님 있었는데요, 처음 오신 분이라 누군지 몰라요.
정형사 그 사람 얼굴 기억해요?
4호 글쎄요. 다시 보면 알아볼 것 같은데……

반장 야, 여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일단 과실치사 혐의가 있으니까 서로 데려가.
2호 왜요? 저 죄 없어요…….


범행의 흔적만 남겨진 채 비어 있는 2호 관리실.
사이. 열려진 문 쪽에서 성호가 나타나 안을 둘러보며 서 있다.
이윽고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오는 성호.
마사지 베드에 다가가 손으로 눌러본다. 그 때.
베드 한쪽에 붙어 있는 <오로라 공주>의 만화 스티커.
툭 떼어서 보는 성호.

정형사 (성호를 쳐다보며) 피해자 핸드폰인데요.
성호 받아봐.

나사장(F) (예의 그 느끼한 목소리)마사지 잘 받았어?
정형사 (어떻게 할까하는 표정으로 성호를 쳐다본다)
나사장 몸이 확 풀렸어? 근데 왜 전화는 안 받아?
정형사 저, 최신옥씨랑 어떻게 되십니까?
나사장(F) 여보세요? 당신 누군데, 왜 남의 전화를 받아?
정형사 강남서 강력계 정형산데요, 최신옥씨, 오늘 낮에 사망했습니다.
나사장(F) 엑?

정형사 여보세요? (성호를 쳐다보며) 끊었네.



오성호 (점원에게) 나재근이란 사람 알아요?
점원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표정)우리 가게 언니, 남친예요.

점원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이 가게도 나사장님이 실제 주인이래요.
저기, 청담동 <축복웨딩홀> 있잖아요? 그 사장님이세요. 저는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그냥 아르바이트하고 있거든요.
정형사 웨딩홀이요?


부인 그러니까, 그 마사지 받다가 죽은 여자와 제 남편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부인 그래서요?

정형사 예?

부인 아직 총각이시죠?

부인 결혼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결혼이란 게요, 그런 거예요. 완전한 게 아니예요.

정형사 예……. 그런데요, 사모님.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 에서 12시 사이에 혹시 어디 계셨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부인 여기 있었어요. 내 사무실에.

부인 어머, 여보! 손님 찾아 오셨어요.

나사장 당신들 범인 잡을 생각은 않고 여기 와서 뭐하는 거요? 이거 명백한 사생활 침해야.
오성호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냥 밟아야 할 절차로 조사를 하는 겁니다.

나사장 절차고 뭐고…… 사람 봐가며 해야지. 나 저번 주말에도 서장하고 같이 운동하고 했는데 말야…… 나한테 이러면 안돼.
오성호 ……그럼, 저흰 이만…….

나사장 가 봐요. 나중에 내 직원들 회식 한번 시켜줄게. 내 당신들 고생 하는 거 모르는 거 아녜요.

검시관 상당량의 석고가 기도와 식도까지 흘러 들어갔어요. 사인은 당연히 질식사고, 사망 당시 심하게 저항한 흔적이 여러 군데 있고. 목, 어깨, 배, 가슴에 다수의 압 점,
그러니까 눌린 자국이 있고요. 손톱자국으로 열상도 몇 군데 남아 있고…….

정형사 손톱자국! 그러면 범인이 여자가 확실하단 얘기잖아요! 저번에도 범인이 여자, 이번에도 여자! (성호에게) 뭔가 감이 오지 않아요?
오성호 무슨 감? 홍시 감?

검시관 그런데 이것 봐요. 희한하게 발바닥에 이런 게 붙어 있어요.

정형사 오로라 공주네!

순정 승차감 어떠세요? 괜찮죠?

나사장 좋네. 이대로 계속, 끝없이 달리고 싶어.
바다까지. 태평양까지.
순정 태평양이요?(소리 내어 웃는다) 안돼요. 그렇게 멀리는 못가요.

나사장 난 이 땅이 싫어. 정말 싫어. 날 끝없이 슬프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땅. 이 땅을 벗어나고 싶어.

순정 하지만……이겨내셔야죠.

나사장 ()그렇지? 이겨내야지?

나사장 (조심스레 곁눈질하며, 탄식하듯) 아! 오늘 밤은 어디 가서 확 취하고 싶다!


나사장 자, 여기가 우리 궁전이야. 축복의 궁전, 행복의 궁전…….

순정 (실내를 둘러보며) 그거 아세요? 전요, 결혼할 때도 웨딩드레스 못 입어봤거든요...
(장난스럽게 진열된 하얀 웨딩장갑을 집어 손에 낀다.)
나사장 걱정 마! 언젠가 내가 꼭 입혀줄게.

나사장 우린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지. 우린 비 슷한 사람들이야. 같은 슬픔, 같은 불행을 안고 있으니까. 결혼의 불행, 인생의 슬픔…….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 행복해질 거야. 그지?


순정 정신 좀 차리세요. 분위기 깨잖 아요


나사장 맞아, 분위기 깨면 안 되지. 이게 뭔데?
순정 술 깨는 약.


순정 기분이 어떠세요?

순정 좀 좋아졌어요?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는 순정
죽은 딸아이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순정 우리가 같은 슬픔, 같은 불행을 안고 있다고? ……난 너하고 달라, 개새끼야.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잘 들어둬. 이 아이의 목소리, 예쁘지?
이게…… 내 행복이었어.
첫댓글 헐 뭐야.... 다죽이네 ㅋㅋ,,
고마워!
재믺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