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동문회 이전에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온전한 동문회를 즐기지 못하였었다. 바쁜 일상이 아니었음에도 동문회만 되면 다른 일정이 겹쳐 다가왔다. 부득이 겹친 일정을 마무리하고 허덕허덕 도착하면 친구놈들의 진도는 저만큼 나가있었다. 겸연쩍은 얼굴로 술 한 잔 같이하고 1년의 동문회를 무사히 때웠다(?)는 안도감에 터벅터벅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곤 하였었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동문회에 참석하는 여건 좋은 친구놈들이 부럽기도 하였고, 내 쪼글쪼글한 인생을 한탄하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올해는 이번 동문회를 내 일정의 최 우선순위에 놓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기특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총동문회 당일 10시 30분에 서울 사당동에서 출발하는 동문회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처음 만나는 몇 분의 선․후배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 순전히 나의 동문회 참석이 적어서 처음 만나는 - 넉살 좋은 김용주 총무가 권하는 막걸리 한 사발로 40년의 시공을 건너뛰어 넘어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그 곳엔 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 할 때 놀려먹던 선배 누님이 있었고, 예쁜 여자 후배들만 있었다. 그리고, 천안의 망향 휴게소에 들른 버스는 4회 윤경자 동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순대․곱창과 달달한 막걸리 한잔을 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그리고 버스는 고향으로 고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동안 차 안의 모습은 나에게 몹시나 생경하기만 하였다. 사실 이런 종류의 버스를 타 본 기억이 고등학교 졸업이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것이 나에게 문제가 될 수 는 없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의 60년대 70년대 볼품(?)없는 춤에 지금의 어떤 아이돌 가수의 춤이 비견될 수 있을 것인가? 신나고 멋있는 막춤(?)을 추면서 달리던 버스가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몇 사람의 걱정거리를 해결하고 다다른 함양까지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즐기면서 보낼 시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함양에 들러 먹은 어탕은 버스에서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반 밖에 먹지 못했지만 대단한 맛이었다.
그렇게 버스는 오후 3시 30분경에야 예전의 교정에 우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40년을 건너서 그 곳에서 처음 학교 운동장을 만들 때 장동 뱃거리까지 모래 담으러 같이 갔고, 학교 앞 동산에 밤나무를 같이 심던, 땔감 줍기와 토끼몰이를 같이 하였던 예전의 화남초등학교 형․누나․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반갑게 서로의 손과 손을 맞잡고 짧은 순간이지만 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한 몇 가지의 단체운동과 화합의 시간은 그 동안 풀지 못한 회포를 푸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또한 동네 어른들과 같이 자리를 만드는 등의 치밀한 행사준비를 한 주관기 9회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기수별 저녁 노래 한 마당은 이 이야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멋있는 자리였다. 시간 관계상 한 기수당 한 곡 밖에 기회가 없었지만 모든 동기들이 합심해서 노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던 것은 훌륭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피날레로, 기억나지 않는 노래를 합창하고 돌아선 뒤 교가를 못 불렀던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음을 알았다. (내년 동문회에 가게 되면 이 문제를 꼭 테이블에 올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리라 다짐한다.)
사람이 살면서 졸업한 학교에 따라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몇 개의 동문회 회원이 된다. 그러나 그 어떤 동문회가 초등학교 동문회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해 본다. 바쁜 일상에서 필요에 의해 만나는 2차적인 만남에서 누가 부모님의 안부에 관심을 가져 주고, 형제들의 안부를 챙길 것인가? 그에 더해 외지에서 바쁘게 사는 자식이지만 이번 동문회에 꼭 올 것이라 믿고 기다리시는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했었다면 매번 왔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이번 총동문회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 거리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한 마디로 골치 아픈 계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이 또 여기에 있지 않는가? 그런 덕에 저 먼 곳 남미의 나이지리아에서 고생하는 윤말식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또 사천에서부터 친구들을 생각하며 자연산 광어와 조개류를 큰 광주리에 가득 담아 온 이현규 친구가 지금도 내 옆에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 본다.
끝으로, 고향에 계시는 우리의 부모님과 모든 동문들에게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애써주신 김유수 총동문회장님과 이번 화남초등학교 총동문회를 자랑스럽고 멋있게 준비해 준 9기 후배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 동문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선후배님과 4회의 중심이 되어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준 임경섭, 이미옥 동기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바쁘신 와중에서도 제자들의 잔치에 흔쾌히 참석하기 위해 멀리서 한 걸음으로 달려 와 주신 은사님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비록 폐교되어 현재는 외관만 남아 있지만 1,107명의 인재를 길러낸 화남초등학교를 대표하는 모든 화남인이여 영원하시기 바란다.
화남초등학교 4회 동문 김형건
첫댓글 선배님 ! (오빠) 매년 기다려지는 그날이 이날입니다 . 동네 어른신들과, 오빠, 언니, 친구, 동생들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다는게 무엇보다 감사한 하루지요! 내년에도 꼭 뵙길 바랄께요! 그리고 우리 동네 일등해서 어른신들 작은 찬치라도
꼭 해드립시다~
후배님나의일상과동일함을잘표현하여찬사함니다2회강선희
우리 모두가 바랬던 모습의 동창회가 이어지고 있어 좋습니다.
모든 동문들이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다 즐거운 모임이 될수 있도록 바랍니다..여러가지 사진을 보니 아주 맥주님의 즐겁운 모습의 사진이 많았습니다..보기 좋았습니다.
선배님!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참석했던, 참석하지 못했던 모든 동문의 마음 같습니다
손곡에 연옥이 누나 동생입니다 학교다닐때 말씀 많이 들은것 같습니다ㅋ
경섭이 형님과는 잠시 인사 나누었는데...
내년 동창회때 인사 드리겠습니다
이런거 이런거에요 정말 우리가 바라고 바라던 동창회의 모습이 이런것 아니었을까요......내년엔 한발물러서서 아주 제대로 즐겨 볼랍니다 ... 선배님 열린사고로 감동 제대로 받아가신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 명절때 지나치면서 잠시인사나 나누면서 지냈지만 이번에는 하루종일 형님과 줄넘기 줄다리기 신발멀리차기 발묶고달리기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내년에도 꼭 함께할수 있도록 스케줄 지금부터 조정하시고요 내년에는 체력보강해서 1등한번 해봅시다 !!! 늘건강 하시구요
형건씨 참으로 오랬만에 만났습니다.
아주옜날로 돌아간기분입니다.세월의 무상함을 돌이키게하네요.가끔고향에 들리면 연락주세요.건강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