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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발현과 그 의미
아키타 시는 일본 본섬의 거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그곳 유자와다이 언덕에 성체봉사 수녀회가 자리하고 있다. 1973년 이 수녀회를 방문한 어느 신부는 그때의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녀원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제도 없었고 물질적으로도 가난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 이들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일본은 1549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성 프란치스코 사비에르가 가고시마에 상륙함으로써 복음이 전해지게 되었는데, 아키타는 1624년 6월 3일 신자 32명이 화형으로 순교한 거룩한 땅이었다. 성모님은 천사를 통해서,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와 표징을 통해서 거룩한 땅 아키타를 찾아오셨다.
사사가와 아녜스 수녀
아키타의 목격자인 사사가와 아녜스 수녀는 19세 때 맹장 수술을 받다가 중추신경이 마비되어 16년 동안 병상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던 중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느 간호사의 도움으로 입교했으며 그후 병세도 호전되면서 하느님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나가사키 순심성모 수녀회에 입회했으나 겨우 4개월 만에 건강이 다시 악화되면서 수도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건강을 회복한 후 그녀는 다시금 수도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그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 무렵인 1969년 그녀는 창립자인 이토 주교의 권유를 받아들여 성체봉사 수녀회에 입회했다. 이 수녀회는 성체께 봉헌된 수도회로서, 특히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의 성심께 대한 신심을 중요시했다.
그런데 1973년 1월 말경이었다. 아녜스 수녀는 이때부터 두 귀의 청력이 둔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월 16일 금요일 아침, 걸려온 전화를 받으려고 수화기를 들었을 때 아녜스 수녀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아연실색하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상대방의 소리나 주위의 모든 소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녜스 수녀를 진찰한 의사들은 귀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채 “수녀님의 병은 귀 자체에 있지 않고 극도의 피로에서 오는 청각신경 마비로 보입니다.”라고 했다. 전문의의 소견으로는 정상적인 상태였지만 청력을 검사한 결과 왼쪽 귀는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였고 오른쪽 귀도 진행성 난청으로 회복될 가망성이 없었다.
불가항력에 직면한 아녜스 수녀는 상대방의 입술을 보며 말을 이해하는 독순술(讀脣術)을 배워 다시 수도생활을 이어나갔다.
신비한 빛의 방문
1973년 6월 12일 화요일, 다른 수녀들은 교리교사 모임에 참석하러 가고 아녜스 수녀 혼자 남아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감실 문을 열려고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는데 돌연 감실에서 눈부신 빛이 나타나 그 광채에 쏘인 순간 정신없이 그 자리에 엎드렸다. 감실을 열 용기가 없었다. 어림잡아 한 시간 가량 그러고 있었을까? 그 빛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굉장한 어떤 힘에 얻어맞은 것처럼 두려움과 떨림으로 머리를 들 수 없었다. ….”
6월 13일 수요일 아침, 아녜스 수녀는 어제의 그 빛이 자신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인하려고 다른 수녀들보다 한 시간 먼저 성당으로 갔다. 그리고 감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별안간 어제와 똑같은 눈부신 빛이 비쳤다.
6월 14일 목요일, 이틀간 목격된 그 찬란한 광채뿐 아니라 이날에는 감실에서 흘러나오는 그 빛을 감싸는 듯이 옆에 있는 빨간 성체등이 화염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맨 윗부분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감실 전체가 그 빨간 불꽃으로 휘감긴 듯했다. 아녜스 수녀는 또다시 두려워 떨며 그 자리에 엎드리고 말았다.
수호천사의 방문
6월 28일 목요일, 오전에 성체조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잠시 있으려니 전에 세 번이나 본 것과 똑같은 눈부신 빛이 성체에서 방사되어 그 번쩍이는 빛살을 감싸는 듯한 안개와 연기 같은 것이 제단 둘레에 서려 있었다. 그리고 제단 주위에 사람은 아닌데 어떤 영신적인 존재들의 무리(註. 아녜스 수녀의 보고를 들으면서 이토 주교는 이를 ‘천사’라고 표현했다.)가 예배하는 자세로 나타나 성체를 향해 조배 드리고 있었다. 나는 그 놀라운 광경에 빨려들어 무릎을 꿇고 그 빛을 향해 조배 드렸다. 그리고 혹시 누가 밖에서 불을 피워 연기가 제단에 반사된 것일지도 모르기에 뒷편 유리창을 돌아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제단만이 이상한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편 이날 저녁 성무일도 시간에 아녜스 수녀의 왼손바닥 중앙에 십자가형의 상처가 생기면서 그녀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날부터 통증은 그 크기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계속되었으며 상처에서는 피가 나오는 날이 많게 되었다.
6월 29일 금요일 예수 성심 대축일이었다. 성체조배를 시작하기 전 묵주기도를 시작하려는 순간 “하나의 형체”가 아녜스 수녀의 바로 오른편에 나타났다. “나는 무의식 중에 묵주를 꼭 쥐고 묵주알을 돌리면서 그분에게 맞춰 기도했다. 내 곁에 K수녀님이 계신 것도 잊고 꿈꾸는 듯했지만 의식은 말짱했다. 기도를 끝맺었을 때 그분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 조금 후 어제와 똑같이 성체에서 매우 강한 빛이 방사되었다. … 수많은 천사들이 나타나 빛나는 성체를 향하여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하고 찬미했다. ….”
성모님의 방문
7월 26일 새벽 3시경이었다. “손에 가해지는 심한 통증 때문에 한잠도 못자고 밤을지새우며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대의 죄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보속을 위해 기도해요. 지금 세상은 배은과 모욕으로 주님의 성심을 아프게 해드리고 있어요. 마리아의 손에 있는 상처가 그대의 것보다도 훨씬 더 큽니다. 자, 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나타난 분은 바로 그 천사였다. 눈처럼 희고 빛나는 것으로 싸인 천사는 ‘나는 그대를 수호하는 이예요.’ 하고 말했다.”
아녜스 수녀는 천사의 인도를 받아 성당의 제단 오른쪽에 모셔진 성모상 앞에 나아갔다. 나무로 조각된 목각 성모상은 천사에게서 나오는 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눈부신 빛으로 싸여있었다. 그 앞에 엎드린 순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이 세상의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지극히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지 못하는 아녜스 수녀의 귀에 울려왔다.
“내 딸아, 모든 것을 버리고 잘 따라주었구나. 귀 때문에 불편하지. 꼭 나을 것이니 잘 인내해다오. 손의 상처는 아프겠지만 사람들의 죄에 대한 보속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기도해다오.”
이 말씀을 하신 후 성모님은 아녜스 수녀와 함께 그 수녀회의 고유 기도문을 합송하신 다음 당부하셨다.
“교황, 주교, 사제를 위해 많이 기도해다오. 너는 영세하고 나서 오늘날까지 그들을 위해 잊지 않고 기도를 잘 해주었다. 오늘 이후에도 계속해서 많이많이 기도해다오. ….”
말씀이 끝나자 성모상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천사도 사라졌다.
이날 아녜스 수녀와 동료 수녀는 목각 성모상의 오른손바닥 중앙에 아녜스 수녀의 것과 같이 십자 모양의 상처가 있고 그 중심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처는 계속 남아있었으며 어떤 날에는 많은 피가 흘러나왔는데 이 모든 것은 이토 주교에게 보고되었다.
7월 27일,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던 중 아녜스 수녀는 수호천사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고통도 오늘로 끝납니다. 마리아께서 피를 흘리시는 일도 오늘 끝납니다. 마리아께서 피 흘리시는 것을 소중하게 마음에 새기셔요. 사람들의 회개와 평화를 간구하며 하느님께 대한 배은망덕과 모욕의 속죄를 위해 흘리신 존귀한 피입니다. 성심의 신심과 함께 주님의 성혈에 대한 신심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모든 이의 보속을 위해 기도하셔요.”
아녜스 수녀의 손에 있던 상처는 이날을 기해 말끔히 사라져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8월 3일 첫금요일, 오후에 아녜스 수녀가 성체조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성모상 쪽에서 다시 전과 같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음성이 들려왔다.
“내 딸아, 내 말을 들어다오. 이것은 중대한 일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슬프게 하고 있다. 나는 주님을 위로해드릴 사람을 찾고 있다. 천주 성부의 진노를 풀어드리기 위해 고통과 가난으로써 대신 보속할 영혼을 찾고 있다. 성부께서는 당신의 진노를 알리기 위해 온 인류에게 큰 벌을 내리려고 하신다. 나는 성자와 함께 그 분노를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자의 십자가의 고통과 성혈을 보여드리며 성부를 위로해드릴 지극히 사랑하는 영혼과 그 희생이 될 모임을 찾으러 왔다. 기도, 고행, 가난, 희생으로 성부의 진노를 풀어드릴 수 있다. 나는 너희 수녀회도 그러기를 원한다. …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오로지 천주 성부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기도해라. ….”
10월 13일 토요일, 아녜스 수녀가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성모상에서 말로는 표현 못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지도 못하는 내 귀에 울려왔다. 나는 덥석 엎드려 전신을 귀 삼아 들었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다오. 전에도 말했듯이 만일 사람들이 회개하지 아니하면 성부께서는 온 인류에게 큰 벌을 내리실 것이다. 그때 성부께서는 대홍수보다도 더 무서운, 이제까지 없었던 벌을 내리실 것이 틀림없다. 불이 하늘에서 내리고 그 재앙으로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과 함께, 사제도 신자와 함께 죽을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의 고난이 될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남겨진 무기는 묵주기도와 성자께서 남기신 성사뿐이다. 매일 사제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쳐라. 악마의 작태가 교회 안으로까지 들어오고, 추기경은 추기경과, 주교는 주교와 대립할 것이다. 나를 공경하는 사제는 동료에게 경멸과 공격을 받을 것이다. 제단이나 교회가 황폐해지고 교회는 타협하는 자로 가득 차서 악마의 유혹으로 많은 사제, 수도자가 그만둘 것이다. 특히 악마는 성부께 봉헌된 영혼에게 방해 활동을 하고 있다. 많은 영혼을 잃게 되는 것이 내 슬픔이다. 더 이상 죄가 계속된다면 죄의 용서는 없어지리라. … 묵주기도를 많이 바쳐라. 절박한 재난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이는 나뿐이다. 내게 다가와 의지하는 이는 구원될 것이다.’”
성모상에서 흐르는 눈물
성모상이 눈물 흘리는 것을 최초로 목격했던 것은 1975년 1월 4일 첫토요일 오전 9시경이었다. 특히 이날엔 세 번이나 목격되었으며 20명이나 되는 수녀들이 이를 증언하였다. 그날부터 1981년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까지 성모상은 모두 101번 눈물을 흘렸으며 수녀회와 지도신부는 이를 모두 기록하였다. 눈물의 양, 흘리는 시간, 목격자의 수 등은 날마다 달랐다.
1981년 9월 28일 천사는 아녜스 수녀에게 101번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101이라는 숫자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 여인으로 말미암아 죄가 이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한 여인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은혜가 이 세상에 들어왔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숫자의 1과 1 사이에는 0이 있으며, 이 0은 영원에서 영원까지 존재하는 하느님의 존재를 의미합니다. 처음의 1은 하와, 나중의 1은 성모님을 뜻합니다.”
귀의 치유 은혜
아녜스 수녀는 의학적으로 볼 때 완전한 귀머거리였지만 성모님과 천사의 말을 듣는 것은 가능했다. 그것은 “고막에 울려오는 보통의 음성이 아니라 마음에서 울려오는 소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74년 5월 18일 아침, 수호천사가 아녜스 수녀에게 예언했다. “그대의 귀는 8월이나 10월에 소리가 들리며 나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은 잠시 동안이고 또다시 들리지 않게 됩니다. 아직은 성부께서 그것을 희생으로 바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리고 10월 13일 저녁 성체강복 시간에 아녜스 수녀는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천사의 예고대로 귀의 치유는 5개월 동안의 은혜였다. 이듬해 1975년 3월 10일에는 다시 완전한 귀머거리가 되었다. 이날부터 아녜스 수녀는 다시 일체의 소리로부터 차단된 침묵의 세계에 갇히게 되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82년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그리고 5월 1일에 천사는 아녜스 수녀에게 “그대의 귀는 성체 안에 참으로 계시는 분의 은혜를 입어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바친 이달 안에 완전히 치유될 것입니다.”라고 예언한다. 마침내 5월 30일 성령 강림 대축일 성체강복 도중에 아녜스 수녀의 귀는 완전히 치유되어 정상이 되었다.
아키타의 의미
1984년 4월 22일 부활 대축일에 아키타 시의 관할 교구장인 이토 주교는 그동안 성체봉사회에서 있었던 모든 이적 현상이 초자연적인 것이며 공적 계시를 도와주는 사적 계시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공적으로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그해 11월 3일 이토 주교는 순례단과 함께 그곳을 공적으로 방문했다.
아키타에서 성모님은 말씀과 눈물로써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징벌을 경고하셨고, 고통과 가난의 보속과 묵주기도를 강조하셨으며, 사탄의 활동으로 인한 교회와 성직자의 세속화와 대립을 예언하셨다. 아키타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너무나도 직접적인 표지와 구체적인 말씀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가르치고 인도하시는 성모님의 호소와 경고를 우리가 또다시 무시한다면 그날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