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홀치기법으로 바느질하는 백족 여인(사진 제공자 미상)
찰염 염색의 원료식물은 백족이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는
판남근板蓝根‧빨란끈이라고 하는 대청大靑뿌리이다.
대청뿌리는 수 백 년 동안 주성마을 여인들이 옷감을 염색하는데 사용해 왔다.
대청뿌리로 만든 염료를 누가 처음으로 사용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작은 마을에서 염색이 시작된 것은 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로 추정할 뿐이다.
대청뿌리를 석회가 담긴 염료 통에 넣어두면 푸른색을 띤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것이 대청염료이다. 대청뿌리는 약용식물이다.
대청뿌리는 염료가 된 후에도 그 약효는 남아 있어
이것으로 염색한 옷감은 피부에 좋을 뿐만이 아니라
열을 낮춰주고 염증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성마을 여인들은 옷감을 염색하는데 대청뿌리만을 사용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푸른색뿐이었다.
그런데 십수 년 전, 주성마을에서 ‘비행기 풀’이라 불리는 식물을 이용해서
노란색 옷감도 염색할 수 있게 되었다.
비행기 풀은 독성을 지닌 식물로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마치 비행기가 뿌리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백족들이 붙인 이름이다.
비행기 풀로 염색한 옷은 살균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사진. 찰염으로 염색한 천으로 만든 옷
대청뿌리의 푸른색 염료에 비행기 풀의 노란색 염료와 섞어 배색을 하면 초록색이 된다.
이외에도 주황색, 황갈색, 갈색 천도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 색상인 푸른색이 가장 잘 팔린다.
백족은 흰색 다음으로 쪽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쪽빛 바탕에
나비나 꽃문양을 새긴 천이 많다.
요즘에는 흰색 천뿐만이 아니라 비단에도 염색을 한다.
한때는 주성마을의 많은 백족은 찰염 염색한 천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작업과정이 힘들고 판로가 줄어 전통을 잇는 집은 몇 집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는 주성마을에서 생산되는 옷감이
이곳 여인들의 꼼꼼함과 근면성뿐만이 아니라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방법,
즉 대청뿌리에서 염료를 얻고 매우 독특한 홀치기 법으로 만든 천이
피부에도 좋고 친환경적 옷감이란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중국은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런데 찰염 전통방법이 아닌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천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하얀 천에 초파라핀 왁스로 밑그림을 그린 후 원하는 색상으로 염색을 하면
초로 그린 밑그림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고 남아 예쁜 그림의 문양이 되게끔 한다.
이런 천들로 인해 전통방법으로 염색한 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 나쁜 품질의 상품과 좋은 품질의 상품이 동시에 공존할 때
품질이 좋은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품질이 낮은 상품만 남게 된다는 경제 원리이다.
주성마을에서도 앞으로 이 경제 원리가 성립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의 문양이 특이하고 값도 저렴해 중‧대 크기의 천을 각각 한 개씩 구입하였다.
사진. 주성마을에서 구입한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표 동무
첫댓글 자세한 정보가 도움이 많이 되네요 ㅋ구입한 천으로 옷 만들어 입으신거 잘 어울리세요 ㅋ
도움이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여행을 가면 현지 천을 구입해서 옷을 해입는 바람에 특이해서
학생들로부터 베스트 드레서란 말을 들었었는데 요즘은 wife 건강문제로 옛 얘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