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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131편 ※
난관을 돌파하며 (下)
관우는 변희의 환대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며, 그가 인도하는 대로 진국사에 이르렀다.
진국사의 주지(住持) 보정대사(普淨大師)를 위시하여 모든 승려들이 영접을 나온다.
"소승 보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정대사는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관우도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대사께 인사를 올립니다."
"관장군이 이곳을 지나신다기에, 소승 기쁜 마음으로 방 세칸과 식사를 마련했으니, 안에 들어와 말씀하시지요."
하고, 손수 안내를 청한다.
"고맙습니다. 형수님들 먼저 쉬시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당부 하니, 보정대사는 배행하는 승려에게, "후원으로 안내해 드려라."
하고, 명하였다.
관우는 변희와 함께 내실로 들어와 보정대사가 준비한 찻잔이 올려진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관우가 찻 잔을 보고 말한다.
"차는 형수님들께도 보내주십시오."
하고, 형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말했다.
그러자 보정대사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보내드렸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심한 배려를 받은 관우가 고맙다는 말을 하자, 보정대사가,
"말투를 들으니 하동 해량 분 같군요."
하고, 말한다.
그러자 관우는, "고향은 포동(浦東) 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보정대사가 다시 묻는다.
"포동촌에 남북으로 흐르는 청하수가 있는데, 장군은 강 어느 쪽에 사셨나요 ?"
"강의 북쪽인데 청하수는 어찌 아십니까 ?"
관우는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을 물어보는 보정대사의 질문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러자 보정대사도 미소를 띠며 말한다.
"소승은 강의 동쪽이니, 장군과는 강 건너 이웃이군요."
그러자 관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뚱 하였다.
청하수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기 때문에 강 건너라면 남쪽이어야 할 것인데,
보정대사는 동쪽이 강 건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게다가 보정대사는 이렇게 말하는 중에 변희를 경계하라는 눈짓을 해보인다.
관우도 무언중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런 눈치를 채지 못한 변희는 보정대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대사는 장군을 연석으로 모시지 아니하고 고향 타령만 하고 있소 !"
하고, 나무란다.
그러자 보정대사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군 ! 법당에 연석이 마련되었으니..."
하고, 말 끝을 흐리며 먼저 앞장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변희가 관우에게,
"가시죠 !"
하고 , 관우를 연석이 준비된 법당으로 갈 것을 종용하다시피
말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법당에 도착한 관우는 법당 안팎으로 등등한 살기를 감지하고 입을 열었다.
"변희 ! 어찌 법당까지 피로 물들이려 하는 게냐 !"
그러자 관우를 주살하려는 계획이 탄로났다고 생각한 변희가 소리쳤다.
"공격하라 !"
"우당탕 !"
법당을 에워싸고 있던 이십 여명에 이르는 힘센 장수가 한꺼번에 법당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청룡도를 밖에 두고 들어온 관우는 요도(腰刀: 허리에 차는 칼)를 빼어 들고 몰려오는 변희의 병사를 가차없이 베어 넘겨뜨렸다.
마지막 남은 세 놈과 함께 변희의 목도 잘라버리자, 나머지 진국사 주변에 매복해 있던 병사들은 뿔불히 도망을 친다.
법당 안으로 들어온
손견이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장군 ! 장군 ! ..."
관우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왜 ? 형수님들은 ?"
관우는 자신보다도 두 형수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손건이 대답한다.
"대사님 덕분입니다. 두 형수님의 방은 철통같은 곳이라, 밖에 있던 병사들은 아무도 공격하지 못하고, 장군이 법당안으로 밀려드는 병사들을 처치하는 통에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손건의 말을 듣고, 관우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보정대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대사, 법당을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형수님들 안위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형수님들 잘못 되었다면 나도 자결했을 겁니다." 하고,
말하니 보정대사는 합장한 채로,
"장군이 충의로운 분임을 소승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와 손건은 다시 한번 보정대사에게 예를 표하며,
"대사의 깊은 은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보정대사가 이어서 말한다.
"소승이 이 나이를 먹도록 장군같은 영웅을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속히 유황숙을 모시고 천하를 구하십시오. 소승도 장군과 유황숙을 위하여 불전에 무사안위를 빌겠습니다."
관우는 보정대사에게 깊이 치하하고, 이 날은 진국사에서 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마차를 호위하여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황하를 건너는 나룻터를 지척에 두자 손건이 기뻐하며 말한다.
"장군 ! 보십시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나룻터요. 황하만 건너면 원소의 땅이올시다."
관우도 기뻐하며 말한다.
"그러게나,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군, 어서 가세 !"
관우는 앞장서 나룻터로 향했다. 그런데 나룻터를 찾아가는 길에, 한떼의 군사들이 이리로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
관우는 말을 멈추고 다가오는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애꾸 눈에 부리부리한 장수가 소리친다.
"관우 ! 내가 누군지 아는가 ?"
관우는 대장기에 쓰인 하후(夏侯)란 깃발을 보고 물었다.
"조승상의 형제 장수중에, 형 하후돈과 아우 하후연이 있는데, 장군은 둘 중에 누구요 ?"
"내가 바로 하후돈일세. 내 명성을 알고 있다면 어서 항복하게나."
하후돈은 관우를 절대 그냥 보내지않을 말투였다.
그러자 관우는,
"자네는 안량과 문추보다 실력이 낫소 ? 나는 사흘 만에 원소의 수장 둘을 단 칼에 벤 바 있는데 ?"
하고, 물었다.
어차피 그냥 보내 줄 것같지 않기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물었던 것이다.
그러자 하후돈은 껄껄 거리며 웃는다.
"하하하핫 ! ... 안량 문추 ? 그 깟 하찮은 조무래기 놈들 하고 나를 비교하는가 ? 당신이 그놈들을 죽이기 전엔 몰라도, 자네가 죽였다니까 내 손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구만 ! 그래서 한판 붙어보고 싶었지 !"
관우가 대꾸한다.
"어찌 그런 망발을 늘어놓는가 ?"
그러자 하후돈이 관우를 향하여 창끝을 겨눴다 내리며 호통친다.
"관우 ! 겁낼 것 없다 ! 내 수하들은 나서지 말라고 명했으니, 나와 한 판 겨뤄보자 !"
관우는 더 이상 말설임이 없었다. 어차피 이쯤 말이 오갔으니, 모든 것은 실력으로 가부(可不)가 결정될 뿐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리하여 적토마를 달려, 하후돈에게 향했다. 하후돈도 말을 달려 관우를 공격하기 위해 창을 꼬나잡고, 정면으로 달려왔다.
"챠앙 ! ~...창 ! "
두 사람이 부딪치는 창과 청룡도가 불꽃을 튀면서 연이어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다.
마상위에서 삼십 여합을 겨뤘지만, 어느쪽도 밀리거나 우세함이 없이, 막상막하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접전이 이어졌다. 실로 무서운 싸움이었다.
그때, 접전중인 두 사람을 향하여, 소리치며 달려오는 병사가 있었다.
"장군들 ! 멈추시오 ! 멈추시오, 장군들 ! 승상의 명이오 !"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지 않자, 말을 타고 달려오는 병사는 승상의 명을 거들먹거렸다."
하후돈이 다가오는 병사를 쳐다보며 창을 멈추자 관우도 청룡도를 거두고, 다가오는 병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전통문(傳通文)을 한 손에 든 전령을 쳐다보던 하후돈이 묻는다.
"관우를 죽이라던 명이더냐 ?"
하고, 묻는다.
그러자 전령은,
"아니오 ! 승상께서 관우의 통행증이 없는게 뒤늦게 생각나시어, 관문마다 막힐까봐, 제게 통행증을 보내셨소.'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마상위에 관우가 하후돈에게 묻는다.
"이제 나를 보내 줄 텐가 ?"
그러자 하후돈이 전령에게 화가 잔뜩 동한 어조로 묻는다.
"관우가 통과하는 관문의 장군들을 죽인 사실을 승상께선 아시냐 ?"
"그건 아직 모르시오."
전령이 대답한다. 그러자 하후돈은,
"승상께서 모르시면 내가 관우를 잡아 넘겨야겠다 !
보내는 것은 승상 소관일 진 몰라도 나는 절대 못 보내준다 !"
하고, 외치며 관우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러자 관우는,
"내가 네 놈을 못 죽일 것 같냐 ?"
하고, 달려드는 하후돈과 다시 격전을 벌였다.
두 사람이 다시 맞붙었을 때에는 하후돈이 관우에게 밀리기 시작하였다. 관우의 내리치는 청룡도를 피하다가 하후돈이 말에서 떨어지자, 관우도 스스로 말에서 내려 하후돈과 동일한 조건에서 대적하였다.
땅바닥에서 먼지가 일고, 두 사람이 부딪치는 창은 공방이 계속되었다.
"두 장군은 싸움을 멈추시오 !"
다시 소리치며 달려오는 장수가 있었다. "승상의 명이니 관운장을
보내주시오 !"
이렇게 소리치며 나타난 사람은 장요였다.
그러자 하후돈이 장요보고 묻는다.
"관우가 장군들을 죽인거 승상께선 아시오 ?"
"이미 알고 계시네. 승상께서 통행증을 잊은 탓이라, 관우를 원망하지 않는다 했소."
그러자 관우가 장요를 보고 말한다.
"고맙네 !"
하후돈도 장요가 전달하는 조조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관우를 향해 일갈한다.
"칼솜씨가 제법이오."
"장군은 창술이 좋군, 운은 더 좋았고."
관우는 입가의 미소를 풍기며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린 장요가 말한다.
"운장 ! 어서 강을 건너게."
※ 삼국지(三國志)제132편 ※
장비는 어디있는가 ?
두 형수가 탄 마차와 함께 황하를 건너, 원소의 땅 외곽에 들어선 관우 일행은 조조의 세력권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안도감을 가지고 길을 재촉하였다. 마차 위의 손건이 기뻐하며 말한다.
"장군 ! 앞으로 80 리를 더 가면 여남군이고 , 그곳을 지나면 기주가 지척이니 주공을 만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마상위의 관우도 미소를 머금고 대답한다.
"그럼, 사흘이면 형님과 만날 수가 있겠군 !"
이렇게 한결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은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난데없이 산비탈 위에서,
"꼼짝말고, 그 자리에 서라 ! "
하는, 소리를 지르며 일단의 산적들이 관우의 마차가 지나는 산길로 쏟아져 내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창,칼이 들려있었다.
관우는 말과 마차를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목인 듯한 자가 대부(大斧: 큰도끼)를 꼬나잡고, 목에다 있는 힘을 주어 소리를 지른다.
"나는 천공장군 장각이다 ! 어서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 !"
관우는 그 소리를 듣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황건적 두목 장각이 죽은지가 언제인데 ?...)
그러면서 관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놈의 하는 수작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다시 산비탈 위에서 누군가 벼락같이 달려 나오며 방금 관우에게 자신이 천공장군 장각이라고 큰소리친 놈의 목을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응 ?"
관우는 느닷없이 나타난 괴한의 칼부림에 깜짝 놀랐다.
괴한은 나가 떨어진 천공 장군을 운운한 놈에게, "이 놈이 ! 감히 나를 사칭해 ?"
하고, 호령을 하였다. 그러자 처음 나타났던 산적 졸개들은 새로 나타난 괴한을 보고 놀라며,
"어서 달아나라 !"
하는, 소리를 지르며 제각기 산비탈 위로 뿔뿔히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관우는 이런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그리고 웃으며 새로 나타난 괴한에게 물었다.
"허허허 ! ... 자네는 또 누구인고 ?"
(얼마 있으면 죽은 안량과 문추도 나타나겠고... 나를 사칭한 가짜 관우도 나타나겠군 !...)
관우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괴한은 관우 쪽을 돌아다 보며,
"난 주창이다 ! 넌 누구냐 ?"
하,고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고 큰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쳐들고 말한다.
"나 ? 이름은 관우요, 자는 운장이다 !"
하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마상에서 청룡도를 들어, 먼지가 나도록 땅바닥에 <탕>내리쳤다.
그러자 자신을 주창이라 말했던 괴한은 갑자기 놀란 얼굴로 땅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으며,
"장군 ! 드디어 장군을 뵙는군요 !"
하고, 마상의 관우를 감격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관우는 주창이 무작정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자, 말에서 황급히 내려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일어나게, 어서..."
관우는 주창을 일으키며 말한다.
"어떤 연유인 줄은 모르나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절을 받은 자격이 없네."
그러자 주창은,
"소인은 본디 황건적의 부하로 예전부터 장군의 명성을 계속 들었습죠.
절 거두어주십시오."
주창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며, 다시 엎드려 절을 한다.
그리고,
"허드렛일도 좋으니 장군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 "
하고, 애걸복걸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쉴 새없이, "장군 ! 거둬주세요 !"
를 반복하면서 관우를 향해, 말 끝마다 계속해 절을 해대는 것이었다.
이런 무작정의 주창을 앞에다 두고 난감에 빠진 관우는,
"여보게 주창 ! 이곳에서 왕 노릇이나 할 것이지, 왜 고생을 자초하려하는가 ? 내겐 늘 위험이 따라서 앞날을 기약하지 못하거늘, 어찌 나를 따르겠다는 것인가 ?"
하고, 달래보았다.
그러나 주창은,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 장군의 부하만 된다면 이곳의 왕 노릇보다 낫습니다."
하,고 말한다. 그러자 대답이 난감한 관우는, "형수님들께서 허락하시면 자넬 거두겠네."
하고, 일단은 발뺌을 하였다.
"네 !"
관우가 천천히 뒤따르는 마차에 다가갔다. 그리고 창에다 대고 고하였다.
"형수님,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주창이란 청년이 있사온데, 원래 황건적 부하로 지금은 여기서 산적 두목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제 부하가 되겠다며 거두어 달라는데, 형수님들께서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아뢰니, 마차 안의 형수들은 잠시 의논하는가 싶더니,
"시숙님, 황건적 출신에다 산적 두목이면 부하도 많을 텐데요. 마땅치 않은 듯 하니 숙고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네. 지당하십니다."
관우는 형수들의 의견을 듣고 뒤로 돌아서 주창에게로 다시 갔다. 그리고 그를 향하여,
"주창. 형수님들께 아뢰었더니, 자네가 황건적 출신에 지금은 산적의 두목이라, 부하도 많을 테니 거두지 말라 하시네."
하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주창은 계속 꿇어앉은 상태에서 말한다.
"장군 !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 더러운 세상에서 착한 놈이 살아집니까 ? 장군도 출병 전에 원수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
주창의 호소는 절절하였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만 있던 손견이 한 마디 한다.
"주창의 말도 인리는 있습니다."
그러자 관우도 주창과 손견의 말도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주창에게 말한다.
"산적 부하가 많아 형수님들이 거절하셨네."
하고, 말해주니, 주창은 결연한 어조로 말한다.
"당장 부하들을 해산하고 산채는 불태우고 홀로 장군을 따르겠습니다 !"
관우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기다리게, 다시 한번 고해보겠네."
관우는 다시 마차로 다가가서,
"아룁니다. 주창이 진지하여, 산채를 태우고 부하를 해산시킨 뒤, 홀로 저를 따르겠다고 하옵니다만..."
"혼자라면 괜찮겠지요."
형수들의 허락이 떨어졌다.
"네."
관우는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주창의 앞으로 다가가서 이번에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근엄하고 기쁜 소리로 말하였다.
"일어나게 ! 이번에는 허락하셌네 !"
그러면서 주창을 일으켜세웠다. 주창은 일어서며 말한다.
"평생 장군을 따르겠습니다 !"
그러면서 다시 땅에 엎드려 관우에게 절을 한다.
"됐네 됐어, 어서 일어나게 !"
이렇게 주창은 관우의 부하가 되고, 그는 앞장서서 관우의 적토마 고삐를 잡고 길잡이가 되었다.
한편, 조조의 대군을 맞아 서주성에서 유비와 함께 조조의 본영에 야간 기습 공격을 갔다가 매복에 걸려들어 참패를 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전쟁터를 빠져나온 장비는 날이 밝자 휘하의 병사 몇몇을 간신히 수습하여 정처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그리하여 주창처럼 오래전에 황건적 잔당으로 지내다가 산적이 되어버린 놈들을 제압하고 당장 급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였으나,
그것은 일시적인 곤궁함의 방편이었고, 번듯하게 지낼 곳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하여 천하를 주유하던 중에 여남 고성의 치안이 형편없는 것을 알고, 급기야 고성 현령을 완력으로 제압하고, 그를 수하로 부리면서 현(縣)을 자신의 휘하로 통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현의 백성들은 괴짜가 나타났다며 환영반 걱정반으로 수군거렸다.
"어디서 굴러온 도적놈이 관아에서 주인 행세를 한다네."
"야냐 ! 들어 보니 생긴 것만 도둑같지, 하는 짓은 제왕(帝王) 같다던데 ?"
"그러게나 말야...세상에 ! 세금을 절반으로 깎아 준다네 ?"
"게다가 받은 세금은 상납조차 하지 않고 자기 병사를 모집한대."
" 현령을 자기 종(從)을 부리듯이 하니, 대단한 사람이야 !"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인가 봐 !"
이렇게 장비를 두고 현의 백성들은 너나 없이 수군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관아에는 소송건으로 두 사내가 들어왔다.
장비가 현령을 불러 명한다.
"이리 와서 내가 하는 판결을 듣도록 해 !"
중 늙은 현령이 두 사내 옆으로 다가 가자, 장비가 두 사내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뭐가 억울한지 말해 보라. 본관이 듣고 판결해 주겠다."
그러자 얼굴이 붓고 코피가 터진 조그만 사내가 억울함을 아뢴다.
"장군 나리 ! 소인 장삼은 아랫마을에 사는데, 작년 가을에 여기 이이에게 오백 냥을 빌려주며 반년 약정으로 돌려받기로 하였는데, 오늘 돈을 받으러 갔더니, 갚기는 커녕 나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
장비가 술을 한잔 들이키고 묻는다.
"이이 ! 너는 장삼에게 오백 냥을 빌렸더냐 ?"
"예, 빌렸습죠."
"그럼, 왜 안 갚아 ?"
"가... 갚을 돈이 없어서요."
"받은 만큼 갚는 게 순리이거늘 !"
장비는 이렇게 말한 뒤에 포졸을 부른다.
"여봐라 !"
"예 !"
"당장 이놈을 끌고가 곤장 30대를 쳐라 ! 남들이 모두 보도록 엉덩이를 벗겨서 치거라 !"
"옛 !"
"대... 대인 ! 살려주십쇼. 갚을께요 !..."
이이는 곤장이란 말에 돈을 갚겠다고 하였다.
"그래 ? 그럼 됐다. 나가는 대로 오백 냥을 갚거라 ! 그리고 장삼 ! 너도 사내놈인데 왜 얻어맞고 다녀 ? 앞으론 죽자사자 덤벼들어 싸우거라 알았지 ?"
"네네 ! 장군 나리 고맙습니다 !"
장비는 판결을 내린 뒤, 흡족한 웃음을 웃으며 현령에게 묻는다.
"영감 ! 내 판결이 어떤가 ?"
그러자 현령은 고개를 굽신 거리며,
"판결이 정말... 전대미문이라, 탄복했습니다."
하며,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힌다. 그러자 장비는 새삼스런 어조로,
"영감 ! 알아보라 했던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어찌 되었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현령은,
"동서남북 각처로 사람을 보냈습죠. 허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소식은 없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없어 ? 다시 사람을 더 보내 봐 ! 소식을 알아오지 않으면, 내가 여기 계속 <쭉~> 눌러 앉아 버린다 !"
현령에게 장비의 말은,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네,네 ! 알겠나이다..사람을 더 보내 속히 알아오도록 하겠나이다 !"
현령은 하루라도 빨리 장비와 그의 수하들을 이곳 고성에서 떠나 보내는 방법은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알아오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수하의 사람들을 백방으로 풀어 유비와 관우의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 삼국지(三國志)제133편 ※
관우와 장비의 재회
장비처럼 위대한 영웅도 없었다. 싸움이면 싸움, 전쟁이면 전쟁, 나서면 절대무퇴(絶對無退)요,
당당한 기백은 세상 어느 남자가 따라 올 수 없는 용맹함과 충의로움의 사내였다.
그러나 이런 장비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술을 너무 좋아하고, 취하도록 마시며, 마신 뒤에는 주사(酒邪)가 심하다는 것이다.
소위 , 장비는 술에 취하면 <개차반>이 되기 일쑤였는데, 그것도 하루걸러 한 번씩 그렇다 보니, 말리려 하여도 말릴 사람도 없고, 말하여도 듣지도 아니하니, 주변의 사람들은 속수무책(束手無策)일 수밖에 없었다.
장비의 술 버릇은 고성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예전에 유,관,장, 삼인이 도원결의를 했던 때를 회상하며, 이날도 복숭아 꽃이 흐러지게 만개한 후원 정자에서 술독을 옆에끼고, 휘하의 젊은 장정들을 불러들여 봉술 대련을 시키면서 관전하고 있었다.
"좋아 ! 잘하고 있네 ! 야 ! 너 말야, 어서 한대 후려갈겨 !"
장비는 흡사 자신이 싸움판에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댔다.
그러자 장비의 말 대로 봉을 한대 후려맞은 사내가 쓰러지자, 이번에는 얻어 맞은 놈의 편이 되어 소리를 지른다."
"일어나 ! 병신 같이 그걸 맞고 쓰러지냐 ? 저 놈이 후려칠 때 이렇게 막았어야지 !"
장비는 팔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입에 침을 튀겨가며 떠들었다.
그러자 쓰러졌던 놈이 장비를 향하여 고개를 쳐들고 애처로운 어조로 말한다.
"장군 ! 손이 부어올라 더는 못 합니다."
"예끼, 이놈 ! 손모가지가 부러져라 놈을 쳐야지 !"
장비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두 놈은 봉을 버리고 본격적인 몸싸움을 시작한다.
"그래 ! 그거야 ! 계속해 ! 하하하하 !"
이러는 가운데 수하 병사가 고한다.
"장군 ! 수색을 나갔던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 그만하고 물러가라 !"
장비는 봉술 대련을 중지시키고 수색을 다녀온 자를 불러들였다.
"장군 !"
"형님들 소식은 있더냐 ?"
장비는 화색을 띠며 물었다.
"소인이 연주까지 가서 들었는데, 관우가 조조 밑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뭐야 ? 잘못 들은 것은 아니냐 ?"
"틀림없습니다. 관우는 조조의 밑에서 벼슬도 받고, 많은 금은 보화와 특히, 예쁜 시녀를 열 명씩이나 하사받았다고 합니다."
"뭐야 ? 이런 개뿔 같으니 ! 이건 틀림없는 헛소리야 !"
장비는 화를 발칵 내면서 휘하 병사에게 말한다.
"저, 헛소리 한 놈을 곤장 열 대로 다스려라 !"
"예 !"
장비는 자신이 적으로 싸우던 조조에게 둘째 형 관우가 몸을 의탁했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번 째 달려 온 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장군 ! 관우는 조조에게 투항하였다고 합니다."
"헛소리 !"
"확실합니다요 !...투항해서 조승상을 도와, 원소의 두 장군 안량, 문추를 죽였답니다.
그 공으로 한수정후에 봉해지고, 승상이 내린 저택에서 호의 호식하며 산답니다."
"개소리 작작해 ! 그럴 리가 있나 ? 여봐라 ! 이 놈도 끌고가 곤장을 쳐라 !"
장비에게 관우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한 놈도 아니고 두 놈의 말을 종합해 보면, 마냥 잘못 알고 온 소식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장비는 술독을 독째 들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봉술 대련을 할 때에 놓고 간 봉을 집어들었다.
"관우 ! ~...관우 !..."
목이 터져라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 장비는 봉을 들어, 도원의 복숭아 가지를 닥치는 대로 후려갈겼다.
마치, 도원결의를 할 때에 그곳에 함께 있었던 관우를 보듯이...
장비의 난동은 한참을 끌었다. 이윽고 봉이 부러져버리자 장비는 복숭아 나무를 뿌리째 뽑아가지고 성한 가지와 나무를 후두려 갈겨대었다. 한참을 이렇게 힘을 뺀 장비가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앉으며 울부짖었다.
"유비 형님 ! 어딨소 ? 관우가 역적놈 밑에 갔소 ! 우와 ! 내 이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야 말겠소 !"
...
한편, 산적 부하들을 모두 해산시킨 주창은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한 손에 거뭐쥐고, 적토마의 고삐를 잡아끌며 앞장서서 길을 인도하였다.
그리하여 여남군 고성현의 성문이 보이자, 관우가 주변 경관을 살펴보며 주창에게 묻는다.
"주창 ! 저 앞은 어디더냐 ?"
"성문을 지나 5 리를 더 들어가면 고성 관아입니다. 그런데 두 달전 쯤, 어떤 도적놈이 나타나서 현령을 붙잡고 왕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위 삼백 리 내에는 그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관우가 그말을 듣고, 마상에서 웃으며 말한다.
"허허허허 ! 자네도 못 거드릴 정돈가 ?"
"말씀맙쇼. 덩치도 집채 만하고 잔인한 놈이라, 어찌나 억센지, 제가 세 번이나 겨뤄봤는데 모두 지고 말았습니다."
주창은 기가죽어서 침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가,
"그럼, 나와 관문을 지나가 보려나 ?"
하고, 말하자 주창은 신이나서,
"장군께서 가시면 그놈은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겁니다.
제가 앞장 서서 놈을 쫒아내지요 ! 가시죠 !"
하고, 말하며 앞장서서 성문으로 향한다. 그러자 관우가 손건을 부른다.
"손건 !"
"네 !"
"여기서 마차를 세우고 기다리게, 성문부터 열고 데리러 오겠네."
"그럽지요."
관우는 마차를 그곳에 세워두고, 주창의 뒤를 따라 적토마를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장군 ! 조심하세요."
뒤에서 손건이 안전을 당부한다.
한편, 고성현 관아에서는 장비가 낮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현령이 쪼르르 달려와 아뢴다.
"장 장군 ! 와우산 산적 두목 주창이 달려와 장군은 꺼지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장비가 뜬던 닭 다리를 놓고 현령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현령은 대번에,
"아, 아뇨... 장군보고 나가시라고..."
"번번히 진 놈이 또 왔어 ? 난 진 놈하고 상대하기 싫어 !"
장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번에는 장군이 한명 더 있사온데, 장군이 찾던 관우라는 장군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장비는 입 안에 있던 술을 <확 >뱉어내며,
"뭐라 ? 관우 ?"
"그렇습니다 ! 장군이 그토록 찾으시던 형님 ! 관우, 그가 왔어요 !"
현령은 무지막지한 장비를 보내버리고 다시 예전의 현령자리를 되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신이나서 말하였다. 그런데 어럽쇼 ? 장비는 의외의 대꾸를 한다.
"그래 ? 마침 잘 왔다. 좋아 !"
그러면서 마시던 술잔을 바닥에 <탁 !>던져 깨버리고, 장팔사모를 꼬나잡고 밖으로 뛰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
한편, 주창은 고성 성문 앞에서 큰소리를 질러댔다.
"도적놈아 ! 어서 나와서 관장군께 절을 올려라, 이놈 !"
그러자 불현듯 성문이 열리며 한 장수가 말을 타고 달려나오는데, 손에는 장팔사모를 꼬나쥐고 공격해 오는데, 그는 살기가 등등한 장비가 아니던가 ?
"익덕 ! 자네가 여기 어떻게 ! ..."
관우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오는 장비를 보고 말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엇 ?"
장비는 관우를 향하여 창을 날렸다.
"아우 !"
영문을 모르는 관우는 자신을 향하여 공격해 오는 장비의 창 끝을 피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어서,
"익덕 ! 자네 형 관우라네 !"
하고, 말을 하니, 장비는 창 끝을 들어 관우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역적놈 ! 난 너 같은 형 없어 !"
그러면서 다시 말을 달려 관우를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아항 !...."
관우는 그제서야 장비가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까닭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받아랏 !"
장비의 장팔사모가 관우를 향해 날아왔다. 관우는 몸을 돌려 창 끝을 피하며, 그 끝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장비에게 물었다.
"왜 다짜고짜 날 죽이려 하냐 ?"
그러자 마상의 장비가 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대답해 ! 조조에게 투항했지 ? 조조가 제후로 봉해줬지 ? 예쁜 미녀를 열 명씩이나 하사받았지 ?"
(여기서 장비는 예쁜 미녀 열 명에는 더욱 힘을 주어서 외쳐댔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하고, 대답하였다.
(사실이니까)
"놈을 위해서 안량과 문추도 죽였지 ?"
장비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렇네."
(사실이니까)
"이 짜식, 배은망덕한 놈 ! 뭔 낮짝을 들고 여길 와 ! 내가 오늘, 아주 아작을 내주마 !"
장비의 분노는 계속되었다.
그러자 관우가 진실한 어조로 마상의 장비에게, "아우님 ! 어쩔 수가 없어, 형수님을 지키고 형님 소식을 듣기 위해, 조조에게 투항했던 것이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는 <형수님>이란 소리에 다소간 화를 가라앉히며,
"형수님 ? 어디 계신데 ?"
하고, 물었다.
"뒷쪽에 계시네."
그리하여 장비가 뒷쪽을 쳐다보는 순간, 두 사람을 향하여 일단의 군사가 말을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응 ? 저게 누구지 ?"
관우가 달려오는 군사들을 유심히 바라보니, 군졸이 든 장군 깃발은 채양이었다.
이를 본 장비가 말한다.
"그래 ! 조조군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변명을 늘어놔 ? 잔말 말고 ! 내 창부터 받아 !"
장비는 다시 관우를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그러자 관우는,
"그렇다면 조조의 장수, 채양을 죽여 진심을 보이면 되겠나 ?"
하고, 장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좋다 ! 북을 세 판 칠 동안에 저 역적 놈을 죽여봐 ! 안그럼 너는 조조와 한 패라고 믿을 테니까 !"
장비는 이 말을 끝으로 고성 성루로 달려 올라갔다. 장비가 떠나자 관우는 주창에게 청룡도를 넘겨받아 달려오는 채양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관우의 지척까지 달려온 채양이 말을 멈추고 소리를 지른다.
"관우 ! 내 조카 진기를 죽였더냐 ! "
"그런가 ? 앞 길을 막는 자는 모조리 베다보니, 죽였은 지도 모르지 !"
그 순간 성루에서 장비는 북을 치고 외친다.
"한판 쳤소 !"
그 소리를 듣고 관우가 채양을 향하여,
"채양 ! 널 죽이긴 싫었지만, 하필 너는 이런 때 나타나는 바람에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고, 말하였다.
"두판 쳤소 !"
그때, 약이 바짝 오른 채양이 관우를 향하여 달려온다.
"받아라 !"
"야 ~ 아 ! ~..."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 실력보다는 월등히 목소리가 큰 채양이 괴성을 지르며 관우에게 달려들며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관우는 땅바닥에 그대로 서서 달려오는 채양을 향하여 청룡도를 한번 들었다가 내렸을 뿐인데, 채양은 말에서 그대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자 관우는 다시 한번 창을 들어 채양의 목을 따버렸다.
세번째 북을 치고 돌아선 장비가 두 사람의 대결을 쳐다보니, 채양과 함께 달려온 조조군은 관우의 위세에 놀라 그대로 모두 꽁무니를 빼는 것이 아닌가 ?
관우가 성루의 장비를 보고 묻는다.
"아우님 ! 보셨는가 ? 관우가 누구던가 ! 절대 배은망덕하진 않네 !"
그러면서 청룡언월도를 들어 허공을 향해 한바퀴 휘돌아 보이면서 자루를 땅바닥에 <쾅 !>하고 내려 꼿았다.
그러자 북채를 놓아버린 장비가 소리를 지르며 관우에게 달려온다.
"형~니~임 ! ~ .... 형님 ! ~..."
그러자 관우는 두 눈을 감은 채 대답조차 아니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
"형님 !... 내가 잘 못 했소 ! 엉 ? 형님 ! 나 좀 보시오 예 ?"
그래도 관우는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러자 장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관우의 앞에 <털썩> 무릅을 꿇었다. 그리고 있는 대로 소리를 질러댔다.
"형님 ! 나요 ! 나, 장비 !"
그러자 그제서야 눈을 뜬 관우가 장비의 눈 높이로 허리를 구부리며.
"아우 ! 날 세 !"
하고, 장비의 앞으로 다가갔다.
"형님 !"
"아우님 !"
"하하하하 !"
"으 하하하하 !"
이렇게 서로 부등켜 안은 관우와 장비의 웃음 소리는 좀 체 끝날 줄을 몰랐다.
※ 삼국지(三國志)134편 ※
군자와 소인배의 차이 ?
(사내는 좁쌀만한 은혜도
크게 갚아야 한다.)
이날 밤 고성에서는 등불을 낮같이 밝히고 연락을 크게 베풀었다.
장비는 관우에게 유비가 기주의 원소에게 의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두 형수를 이렇게 위로했다.
"여기서 산 하나 넘으면 여남 땅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기주가 있으니, 이제는 형님을 쉽게 뵐 수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유비의 두 부인, 감 부인과 미 부인은 장비를 만나게 된 것도 반가웠지만, 지척에 부군(夫君)이 있다는 말에 더욱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운장이 할수없이 조조에게 투항했던 사실과 허창에서 체류하는 동안에 충성스럽던 사실들을 낱낱이 설명하니, 장비는
관우에게 얼굴을
못 들도록 부끄러워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날 유비, 관우, 조자룡, 三人이 원술 정벌을 위해 서주성을 비울때, 자신이 남아 서주성을 지키면서, 여포의 공격을 받아 도망을 칠 때에는 관우와 다르게, 형수님들을 성에 그대로 남겨둔 채로 자신만 빠져나오지 않았었던가 ?
장비는 그런 자신에 비해, 끝까지 형수님들을 지켜낸, 둘째 형 관우에게 새삼 고개를 숙여보였다.
"형님 ! 잘 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
장비는 평소와 다르게 관우에게 살가운 소리를 연실 해댔다.
그러자 관우는,
"이제 우리 두 사람은 날이 밝는대로, 형수님들은 이곳에 계시도록하고, 형님을 찾아가기로 하세 !"
하고, 말하였다.
"아무렴요 ! 그래야지요 !"
장비가 손뼉을 치며 찬성했다.
한편, 기주에서는 허유가 원소를
찾아 뵙고 아뢴다.
"주공 !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유비의 아우 관운장이 조조를 떠났으며, 오는 길목마다 조조의 파관장(把關將) 들을 잇달아 죽이고 천리 길을 달려와, 여남군의 고성에서 장익덕과 만났다고 합니다."
그러자 원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긴다.
"잘됐군 ! 여남은 여기서 이백리 길이니, 사나흘이면 도착하겠군 !"
그러자 허유는 다소간 염려스런 어조로,
"주공 ! 허나 두 형제가 만난 후, 고성에서 움직이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물었다. "어째서인가 ?"
"글쎄올습니다 ?...생사를 같이 한 유비를 불러, 물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만..."
허유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원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유비를 내전으로 불러라 !"
하고, 명하였다.
잠시후 유비가 들어와 인사한다.
"현덕이 원공을 뵈옵니다."
원소는 다소간 실망한 어조로 유비에게 말한다.
"현덕 ! 자네 아우 관우가 조조를 떠나, 자네를 찾아 오는 중이라고 하던데, 기주에 도착하는 대로 놈의 목을 베어서, 안량과 문추의 분풀이를 해야겠네 !"
원소는 이렇게 말하며, 말미에는 손으로 탁자까지 쳐가면서 분한
속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유비가 침착한 어조로,
""원공 ! 안량, 문추가 두 마리 사슴이라면, 관우는 한 마리 범인데, 사슴 둘을 잃고 범을 얻는데 분풀이라뇨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갑자기 웃어보이며,
"허허허헛 ! ..농으로 해본 소리라네. 이를 테면 자네 마음을 한번 떠본 거지. 사실 관우가 아주 맘에 들어. 소식 들었나 ? 관우가 여남까지 왔고, 장비도 거기 있다는군."
원소는 조금 전에 유비에게 화낸 것을 얼버무리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그러자 유비는 새삼스럽게 아우들의 소식을 듣고,
"여남은 여기서 멀지 않으니, 며칠 후면 아우들을 만날 수가 있겠군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또 다시 실망스런 어조로 묻는다.
"허나...관우가 기주로 들어올 생각이 없는지 고성에서 마냥 시간만 끌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
그러자 유비는 원소를 향하여 허리를 한번 굽히며 말한다.
"모르옵니다."
"난 관우의 속 뜻을 아네 !"
원소는 유비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말하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에게로 다가가며 말한다.
"틀림없이 관우는 안량,문추를 죽여 내가 죄를 물을까봐, 고성에 그냥 눌러 앉은 걸세."
"분명 그러할 것입니다."
유비는 원소의 예측이 정확했다는 듯이 허리를 굽히며 대답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관우의 충의는 금석과도 같으니, 안량과 문추의 일로 마음이 편치 않을 겁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듯이,
"여남은 이백리 길도 안되니, 자네가 직접 여남으로 가서 관우를 위로하고 장비도 함께 데려오지. 두 아우 모두 중용하겠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원소의 말 중간에 흠칫 놀라며, 나서려 하였으나 주공의 말을 중간에서 붙잡을 수가 없어 난감해 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를 들은 지라, 즉석에서 두 손을 올려 허리를 굽히며 명을 정중히 받는 모습을 보이면서,
"네 ! 곧장 준비해서 여남으로 가, 나흘 내에, 두 아우를 데려
오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속히 다녀오게, 내 기다림세."
유비는 원소에게 예를 표하고 물러갔다. 그러자 유비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허유가 원소 앞으로 나아가 아뢴다.
"주공 유비를 저렇게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원소는 불쾌한 눈으로
허유를 쏘아보며 말한다.
"유비는 군자라네, 내게 약조를 했으니 분명히 지킬 것이야. 소인배의 눈으로 군자의 뜻을 함부로 곡해하지 말게."
허유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리하여 허리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소인의 착각인듯 합니다."
이렇게 말한 허유의 입맛은 씁쓸하기만 하였다.
잠시후 유비는 자신의 최측근 호위병사를 앞세우고 기주성 성문 앞으로 말을 달려 나왔다.
성문 앞에는 허유가 뒷짐을 지고 나와 서있다가 다가오는 유비를 불러세운다.
"유비 ! 유현덕. 어서 말에서 내리게."
유비가 말을 멈추자, 허유는 다소 쌀살한 어조로 말한다.
"한참을 기다렸네 !"
유비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려 허유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간략한 예를 표하며,
"무슨 분부가 계십니까 ?"
하고, 속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대꾸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이미 유비의 속을 간파 했다는 듯이,
"현덕 ! 하나 묻겠네. 이제 여남에 가면 다신 돌아오지 않겠지 ?
안 그런가 ?"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가 대답을 하지 아니하고 우물거리자, 허유는 이어서,
"주공께 자네를 붙들라고 했었네, 그런데 주공이 나를 나무라더군."
하고, 허탈한 심정을 말하자,
유비는 허유가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을 거론하는 데 불만을 갖고 대꾸하였다.
"그래서 길을 막고 곤란하게 하시는 겁니까 ?"
"뻔한 일이 아닌가 ? 자네가 여기 있으면 수족같은 자네의 두 아우, 관우, 장비가 투항하러 오겠지만, 자네가 떠나가서 세 형제가 만난다면 여기로 돌아올 이유가 없잖나 ?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나의 충심어린 말을 주공께선 듣기는 커녕, 소인배가 군자의 뜻을 곡해한다고 꾸짖더군. 이 얼마나 황당한가 ?
이 허유는 소인배요. 자네는 군자가 되었으니까, 우리 주공처럼 나를 이해하지 못 하겠지 ?"
허유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주공을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유비가 허유를 나지막히 불렀다.
"허 형 ! 내가 기주에서 반 년을 머물며, 원소는 큰 인물이 아님을 느꼈소, 내가 여기 계속 남아 있어 본들 이루는 것 없이 목숨만 위태로울 터이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오.
그래야 천자의 명을 받들어 조조를 없앨 수가 있겠소."
그러자 허유가 코웃음으로 화답한다.
"조조를 없애시겠다 ? 유현덕 ! 당신이 지금 이런 지푸라기 같은 꼴로 감히 ? 역적 조조와 대적이나
할 수 있겠나 ?"
허유는 유비의 위 아래를 훝어보며 조소를 섞어 대꾸했다.
그러자 유비는 결연한 어조로,
"할거요 !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역적 조조를 멸하는 분투는 계속될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얼굴을 펴면서,
"좋소 ! 좋아 ! 그럼 한가지 제의를 드리겠소. 받아들인다면 예서 보내주지 !" 하고,
유비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나왔다.
유비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말씀하시오."
"현덕 ! 지금 천하가 통일되진 않았지만, 진정 역적 조조와 대적할 사람은 몇 안 되오. 형주 유표는 형양 9군을 차지하고 있으니, 세력이나 군사력도 넉넉한 편이오.
진정한 조조의 적수가 될 수있지, 다만 우리 주공과 유표는 화합을 못해, 서로 협력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
그러나 현덕 자네는 유표와 황실의 연이 닿지 않는가 말야, 바라건데 형제들과 만나거든 , 형주 유표와 협력하여 조조를 토벌하도록 하게."
"이보시오 허 형 !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소가 막을까봐 말을 못햇소. 유경승 역시 황족의 후손이니, 내가 권한다면 분명히 출병할 것이오."
"그렇게만 된다면, 나 허유가 기쁜 마음으로 황숙을 배웅해 드리겠소."
허유는 유비의 속마음을 듣고서
예를 표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자 ! 말에 오르시오."
하고, 말하니, 유비도 예를 표하며 말한다.
"고맙소, 허 형."
그리고 돌아서다 말고 허유에게 말한다.
"허 형 ! 원소가 명군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찌...그냥 나와 함께
이 길로 떠납시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허유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아니오. 모름지기 사내란, 좁쌀만한 은혜도 크게 갚아야 하는 법, 나의 주공께서는 우매하긴 해도 날 등용해 주셨소.
하물며 십년 넘게 주공을 모셨으니, 도저히 버리고 갈 수는 없소."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허유를 향하여 존경스런 예를 표하며 말한다.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그러자 허유는 고개를 흔들며, 유비에게 어서 떠나라는 손짓을 해보이며 말한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세 !"
그리고 마상의 유비를 향하여 두 손을 모아 올려 존경의 뜻을 표하였으니, 도대체 군자와 소인배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 허유는 곰곰히 생각치 않을 수가 없었다.
(허허 ! ... 군자와 소인배 ? ...)
※ 삼국지(三國志)제135편 ※
삼형제의 재회
한편, 관우와 장비는 주창을 데리고 여남을 거쳐, 기주를 지척에 둔 노정(路亭)에 있었다.
장비가 관우에게 말한다.
"형님, 예서 기주성까진 고작 백리 밖에 안남았소. 내일 해지기 전엔 큰형님을 만날 수 있겠소."
"아우 ! 형님 뵐 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더 불안하군."
관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어째 그러오 ?" 하고, 묻자,
"형님이 원소 수하에 계신 것을 모르고 내가 그의 두 장군을 죽였으니, 원소가 날 수용하겠나 ?"
하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허긴, 좀 거시기한 일이오.
그러면 형님은 성밖에 계시오. 내가 큰형님을 먼저 만나 뵙고, 원소의 눈치를 한번 본 뒤에 괜찮으면 형님을 데리러 오겠소."
"나는 조조의 파관장 여섯을 죽이고 천리 길을 달려 형님을 뵈러왔네. 이제 곧 그 순간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그냥 밀고 들어감세. 원소도 감히 나를 어쩌지는 못할 게야."
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자 장비는 웃으며,
"하하하 ! 형님 말이 딱 맞소 ! 그러고 보면 원소도 자기 발로 찾아온 형님이 아까워서 죽이려 하지도 못할거요.
자기 수하로 두려구요."
이렇게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순간, 주창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소리를 지른다.
"장군님 ! 장군님 !"
관우와 장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주창을 바라보니, 그는 무엇에 놀랐는지 다급한 소리로 두 사람앞에 부복하며 말한다.
"저 앞에 산채가 있어 살펴봤는데, 한참 전에는 비어있던 곳인데, 어디서 굴러온 장군인지 거길 점령하고 있더군요."
그러자 관우는 주창이 달려온 곳을 한번 쳐다본 뒤에 물었다.
"원소의 수하더냐 ?"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만, 대답도 않은 채 무섭게 창만 휘둘러대더군입쇼."
관우는 주창이 조우한 장군이 원소의 수하라면 싸우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장비를 쳐다보며 말한다.
"우리가 가보세 !"
"좋소 ! 가 봅시다 !"
관우와 장비는 주창이 가리킨 산채로 말을 달렸다. 그리하여 굳게 닫힌 산채 앞에 이르러 장비가 고함을 쳐댔다.
" 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를 건드렸냐 ? 썩 나오지 못할까 !"
그러자 곧 창을 거뭐 쥔 백마를 탄 장수 하나가 산채의 문을 열고 부하들을 뒤따르게 하고 달려나오는데, 어럽쇼 ?
그는 상산 (常山) 조자룡(趙子龍: 字: 趙雲)이 아닌가 ?
"어 ?"
관우와 장비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조자룡도 마찬가지로,
"운장, 익덕 형님 ?"
"조운 ?"
세 사람은 각기 말에서 뛰어내려, 창검을 놓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서로를 불렀다.
"운장, 익덕 형님 !"
"조운 ! 진짜 자네군 ! 자네가 어찌 여기에 !..."
장비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조자룡은 기쁜 가운데 들뜬 소리로, "서주에서 패한 뒤에, 주공과 형님들의 행방을 찾다가 결국 유주로 돌아가서, 공손찬의 삼천 병사를 모아 이곳에 와서도 계속 주공과 형님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조운 ! 정말 대단하군 ! 혼자도 아니고 병사까지 모아오다니 ! 고성 현령 노릇보다 훨씬 낫구먼 !"
하고, 말하자, 조자룡이 등뒤에 산채를 가르키며,
"이 산채는 관정장이란 분 소유인데, 주인은 운장 형님과 종씨 입니다.
호탕하고 의로운 분이라, 제 삼천 병사를 기거하게 해주셨지요. 두 형님을 늘 존경하시며 뵙고 싶어하셨으니 어서 들어가시죠."
하고, 기쁜 어조로 말하며 관우와 장비의 팔을 붙들고 말한다.
"형님들, 어서 갑시다 ! 한잔 들자구요 !"
"들어가세 !"
관우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조자룡이 두 사람 가운데에서 관우와 장비의 팔을 각각 감싸며 산채안으로 인도하였다.
잠시후 산채 안에서는 조촐한 주연이 베풀어졌다. 이러는 가운데 한 공자가 들어와 좌우를 향하여 인사를 하며 말한다.
"장군님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자 산채의 주인인 관정장이 관우에게 입을 열었다.
"관장군 ! 내 아들 입니다. 그리고 제가 장군께 소원이 있는데 들어주시려오?"
관우가 예를 표하며 대답하였다.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관정장이 준수하고 강인하게 생긴 스무살 남짓의 청년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 아이는 제 맏아들 관평(關平)인데, 이 아이를 장군께 보낼 터이니 단련도 시키고 인생 공부도 시키면서 데리고 계신다면 좋겠소이다만..."
그러자 운장은,
"제 삶은 늘 위험천만한고로 행여 잘못되면 평생 한이지요."
하고, 정중히 대답하였다.
그러자 관정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장군께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저 아이가 장군을 따르겠다고 원했소이다."
하고, 말을 하자, 관우가 관평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자 관평은 바로 관우를 향해 무릅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아 올려 애원하듯 말한다.
"장군님 ! 부디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그런 관평의 모습을 보고 관우가 침착한 어조로 달래듯이 말한다.
"관 공자, 전쟁은 애들 놀이가 아니네."
"압니다 ! 그러나 절대 두렵지 않습니다."
관평은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자 이를 듣고있던 조운이 한마디 한다.
"좋아 ! 패기가 있군 !"
그렇게 말하고 나서 관우를 쳐다보며,
"운장 형님 ! 슬하에 자식도 없지 않습니까 ? 보아하니 의지와 심중이 굳센 아이 같으니, 양자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정장도 말을 이어받아,
"맞소이다. 장군 ! 관평을 양자로 삼으시오."
하고, 친부(親父)조차도 허락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는 은근한 미소를 띠면서,
"그런 것은 저보다는 형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성격 급한 장비가 거들고 나선다.
"에이, 형님 ! 큰형님이 안 계시니 이 아우가 결정하겠소. 일단 허락하였다가 큰형님을 만나거든, 나와 조운이 거들어 줄 테니, 암말 말고 데리고 갑시다.
조운의 말 마따니, 청년이 반듯하고 강인하게 생겼구먼 !..."
이렇게 좌중의 분위기가 관평을 지극히 자애롭게 여기는 가운데, 관우가 입을 연다.
"그래, 단, 세가지 규칙이 있느니,"
여기까지 말한 관우가 관평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관평은 새삼스럽게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
"첫째는 의리, 사람에게는 의리가 목숨보다 중요하다.
둘째는 담력, 장군이 되든 선비가 되든, 항우와 같은 천하를 덮을 기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는 군기, 일단 종군하게 되면 군령에만 따라야 한다."
그 말에 관평이 결연한 어조로 대답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오 ! (좋다 ! 널 거두마)"
관우가 미소를 보이며 대답하였다.
관평이 만면에 환희의 빛을 띠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 의부님, 절 받으세요."
관평은 의부(義父) 관우에게 코가 바닥에 닿도록 넙죽 절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장비와 조운에게,
"숙부님 절 받으세요."
하고, 아뢰며 좌우에 앉은 장비와 조운에게 연실 허리를 굽혔다.
관정장이 술잔을 들며 청한다.
"자 ! 한잔 들고, 오늘과 같은 인연을 맺어주신 하늘에 감사합시다."
"건배 !"
일동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각기 술잔을 높이 들어 기쁨을 나누었다.
그때, 조운의 부하 병사 하나가 달려와 보고한다.
"장군 ! 미방이란 사람이 뵙길 청합니다."
"엉 ?"
조운은 물론이고, 관우 장비도 깜짝 놀랐다. 미방은 지난 서주성 전투 이후 큰형님 유비와 함께 종적을 모르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 그러자 조운은,
"어서 드시라 하여라 !"
하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미방이 들어선다.
"맙소사 ! 모두들 여기 계셨군요 !"
미방은 안으로 들어서며, 관우,장비, 조자룡을 보고 놀라며 말하였다."
"미방 ! 도대체 어디 있었던게야 ?"
장비가 대뜸 묻자 미방은,
"그동안 쭉 주공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산채 주인장인 관정장에게 예를 표하고 관우와 장비, 조운의 앞으로 번갈아 가며, 예를 표하였다. 관우가 묻는다.
"형님은 어디 계신가 ?"
"주공께서는 아우님들을 만나러 어제 기주를 떠나 고성으로 향하셨소.
그러시면서 먼저 나를 보내, 고성에 그냥 계시도록 전갈하라 하셨소. 허나 고성에 도착해 보니, 장군들이 이미 기주로 향하셨다고 하여 뒤를 쫒아 오는 중이오. "
"그래 ? 형님께서 고성으로 가셨다니, 그러면 우리도 속히 돌아가세 !"
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장비도,
"응, 그럽시다 !"
이렇게 고성으로 돌아갈 것이 즉석에서 결정되자, 일동은 산채 주인인 관정장에게 예를 표하였다.
"고맙습니다 ! 저희들은 속히 고성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형제 분들이 곧, 모두 한자리에 만나시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즉각 조자룡의 3천 군사를 이끌고 큰형님이 도착해 있을 고성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한편, 관우와 장비가 떠난 고성에 도착한 유비는 장비가 망가뜨려 놓은 도원(桃園) 난간에 몸을 기대고 여정(旅程)의 피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 이때 막 도착한 장비가 앞장서 도원에 들어서며 반가움에 소리쳤다.
"형님 ! 큰형님 ! ..."
그러자 정자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자고있는 유비를 발견한 관우가,
"여보게 아우 ! "
하고, 장비를 한번 쳐다본 뒤에, 난간에 몸을 기댄 유비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장비는 <흡 !> 하고 입을 다물었고, 모두 함께 큰형님 유비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관우, 장비, 조운, 손건, 미방과 함께 고성 현령을 대동하고, 조용히 자고있는 유비의 앞으로 함께 다가가서,
단하에 무릅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유비가 슬며시 눈을 떠, 잠시전 소란이 일어나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단하의 꿇어 앉은 사람들과 눈이 마추친 순간, 관우가 애절한 어조로 ,
"형님 !"
하고, 불렀다. 유비가 난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주공 !"
그 순간 조운과 미방의 외침도 나왔다.
어느덧 몸을 일으킨 유비가 만면에 화색이 떠오르며 미소를 짓기 시작하자, 관우와 장비는 꿇어앉은 채로 양팔을 벌리며 다시한번,
"형님 !"
하고, 불러대었다.
유비가 그들 품안으로 달려들며 서로 감싸안았다.
"형님 !..."
"이보게들 !...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
삼형제의 재회는 뜨거운 눈물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보고 싶어서 혼났소..."
솔직 담백한 장비가 속마음을 꺼내 놓았다.
"나도 한시라도 둘째, 셋째를 잊은 적이 없다네 !..."
사나이들의 눈물, 아니... 영웅들의 눈물은 일반 백성들의 눈물과 똑같았다.
이렇게 만남의 회포를 한참 풀고, 장비가 유비에게 조른다.
"형님 ! 형님 ! 이 좋은 날 이게 뭐요, 어서 일어납시다 !"
장비가 유비를 일으키자, 유비는 관우의 몸을 잡아, 삼형제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이어서 장비가 고성 현령에게 명한다.
"영감 ! 당장 돼지 잡아서 도원에 잔치상을 차리게."
"네, 그럽지요."
잠시후 도원 정자에서 네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또다시 기쁜 얼굴로 마주했다.
서로 한잔의 술을 들이킨 뒤 유비가 입을 연다.
"10년 전 우리 삼형제가 거록에서 도원결의를 하고, 오늘은 이렇게 우리 사형제가 고성 도원에서 재회하니 인생살이도 이자리도 감개무량하구나.
이보게 익덕."
"예 ?"
"그런데 복숭이 나무가 왜 저 꼴인가 ?"
유비는 장비가 홧김에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복숭이 밭에 눈길을 주며 말했다.
그러자 장비도 복숭아 밭을 한번 쳐다본 뒤에 게면쩍은 웃음을 웃으며,
"헤헤헤 !....이 놈의 잘못이 아니겄소 ?
아, 세상에. 관우 형님이 조조밑에 갔다는 소리를 듣고 열불이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그 소릴 듣고, 닥치는 대로 도원을 때려부셨던 거요. 헤헤 !.."
"하하하하 !..."
장비의 그 소리를 듣자, 유비는 물론, 관우, 조운이 파안대소를 하였다.
"내년 봄이면 복숭아 나무는 새 가지가 돋울 터, 이 도원의 지금 모습은 마치 우리들 같구먼, 지금은 우리 형제가 액운이 겹쳐 떠돌긴 하나, 새 봄이 오면 복숭아 가지가 새로 움트 듯이 결국 행운으로 돌아서 다시 번창하게 될 거야."
유비가 희망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하자 장비가,
"좋소 ! 멋진 말씀이오."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이어서 외치듯이 말한다.
"한잔 합시다 !"
"건배 !"
네 사람은 다시 잔을 부딪쳤다.
"이제 어쩔 계획이십니까 ?"
마신 술잔을 내려놓은 조운이 유비에게 물었다.
유비가 조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역시 자룡은 세심해서 미리미리 챙기지..다음은 형주로 가겠네."
하고, 대답하자 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형주요 ?"
"형주 ?"
장비도 의외란 듯이 묻는다.
"그래."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번갈아 쳐다 보며,
"형주자사 유표를 뵙고, 원소와의 연맹을 주선하여 역적 조조를 멸하는 것이 좋겠네."
하고, 말하였다.
장비가 그 말을 듣고, 둘째 형 관우를 건너다 보며 그의 의중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관우는 말없이 긍정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삼국지(三國志)제136편 ※
넘치는 혈기가 부른 손책의 최후 (上)
한편,
원술(袁術)에게 군사 3천명과 말5백필을 빌리고,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 손견(孫堅)의 수하 장수였던 정보(程普), 황개(黃蓋), 한당(韓當), 조무(祖茂)등 네 명의 용장들을 거느리고, 아버지의 옛 땅 강동 정벌에 나서,
유요와 엄백호를 제압하고 그곳을 평정한 뒤에 그대로 눌러앉은 강동의 소패왕 손책(小覇王 孫策)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자.
손책의 세력은 날로 강대해 갔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십육 세의 풍운아(豊雲兒) 손책은 절강(浙江) 일대의 비옥한 토지를 점유한 덕택에, 곡식과 나무등 천연 재물이 풍요하고 문화가 발달하여, 인심이 풍족하였다.
게다가 건안 사년(建安 四年)에는 유훈(劉勳)을 쳐서 여강(廬江)을 점령하고, 다시 우번을 시켜 예장 태수(豫章 太守) 화음에게 격문을 띄우니, 그는 제발로 찾아와 항복하였다.
이렇게 되자 손책은 심복 부하인 장굉(張紘)을 허도에 보내어, 조정에 많은 선물을 올리며, 자신에게 대사마(大司馬)의 벼슬을 내려주기를 청하였다.
이른바 강동지역의 패권자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젊은 사자새끼 같은 손책에게 달리는 말의 말고삐를 쥐어주긴 싫었다.
그리하여 천자 유협의 뒤에서 막강한 조정력을 발휘하여, 손책에게 대사마의 벼슬을 내려주지 못하게 하고 장굉을 붙잡아 두었다.
허도에서 돌아온 장굉의 수하가 이같은 사실을 알리자 손책이 크게 화를 낸다.
"한 황제께 나를 강동의 대사마에 봉해 달라고 고했더니, 중간에 조조가 농간을 놓아, 안된다고 했다네 !
조조는 우리 강동이 강성해지니, 고의로 거절한 것이 틀림없어 ! 게다가 장굉까지 붙잡고 있으니,
이 원수를 어찌 갚을꼬 !"
도열한 중신들은 젊은 혈기에 넘쳐 소리를 지르는 손책을 제지하지 아니하고 모두들 듣고만 있었다.
그러는 중에 한당(韓當)이 나서며 다른 건으로 아뢴다.
"주공 ! 오군 태수(吳郡 太守) 허공(許貢)이 조조에게 보내는 밀서(密書)를 도중에서 입수했는데,
그 내용이 이루 말 할 수없이 불순합니다 !"
"읽으시오 !"
한당이 밀서를 펼쳐들고 읽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 승상 ! 손책은 항우에 견줄만큼 용맹해, 장차 승상의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차제에 그를 허도로 불러 올려, 후환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소서. >
"허공 이놈 !"
손책은 탁자를 발로차며 일어났다.
"감히 조조와 결탁해 날 모해해 ?"
"고정하십시오 !"
좌중의 문무대신 모두가 고하였다.
그러자 손책이 잠시 뜸을 들인후,
"허공을 살려뒀다간 큰 화가 될 거요. 한당 ! 선봉대로 출발하여 놈의 목을 가져오시오 !"
하고,명하였다. 그러자 한당은 두 손을 올려 명을 접수하고,
"네, 주공 !"
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간다.
그 후로 손책은 한당의 뒤를 따라 주력군을 이끌고 오군으로 달려가, 한당이 붙잡아 놓은 허공을 즉석에서 죽였다. 그리고 그의 일가친척도 모두 죽이게 하였다.
이때 허공의 사랑방에는 식객(食客)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평소에 허공에게 은혜를 많이 받아온 사람들이라, 허공이 손책에게 붙잡혀 죽게되자 산중으로 피신하며,
"우리는 어떡하든지 태수님의 원수를 갚아드려야 하오 !"
하고, 손책에게 원수를 갚을 것을 맹세하고, 은밀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얼마 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손책이 소수의 군사를 거느리고 단도(丹徒)에 나가 서산(西山)에서 사냥을 하는 기회를 틈타, 세 사람은 창과 활을 가지고 숲속에 숨어서 손책을 노리고 있었다.
마침 손책은 큰 사슴 한 마리를 쫒아 말을 휘몰아 숲속으로 달려들어왔다가 무기를 들고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하였다.
"너희들은 누구냐 ?"
손책이 말을 급히 멈추며 물었다.
"한당(韓當)의 수하로 사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손책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아니하고 다시 사슴을 쫒으려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창을 들고 있던 사내가 손책의 옆구리를 세차게 찔렀다.
"앗 !"
손책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요도(腰刀: 허리에 차는 칼)를 뽑아, 그 사내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뿐으로 이상하게도 손아귀에는 칼자루가 들려있지 않았다.
그때에 또 한 사람이 손책에게 활을 쏘았다. 그 화살은 손책의 뺨에 깊숙이 박혔다.
손책은 뺨에 꼿힌 화살을 뽑아 가지고 자기 활에 매겨 가지고 그 사내에게 쏘았다. 그러자 사내는 손책의 화살을 맞고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러나 남은 두 사내는 좌우로 번개같이 달려들며 연방 창을 들어 손책을 사정없이 찌르며 소리친다.
"우리는 허 태수(許 太守)댁 문객들이다. 우리는 네게 주인의 원수를 갚는 것이다."
손책은 피투성이가 되어 가며 그들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애내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정보(程普)가 숲속으로 들어간 손책의 소식이 없자, 군사 오륙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손책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아내며 소리쳤다.
"이놈들을 죽여라 !"
정보가 급히 달려들어 두 사내를 죽이고 보니, 손책은 전신에 상처가 수없이 나 있었다.
급한대로 정보는 전포자락을 찢어 손책의 상처를 싸매고 급히 본성
(本城)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명의 화타(名醫 華陀)를
급히 불렀다. 그러나 화타는 때마침 중원으로 떠나고, 그의 제자만 남아 있었다.
화타의 제자는 진찰을 하고 근심스럽게 말했다.
"화살촉과 창끝에 독이 있어서, 그 독이 뼛속까지 스며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백일 동안은 치료를 받으셔야 하겠습니다. 그동안에는 절대 안정을 하셔야 합니다."
이십여 일이 지나는 동안 손책의 상처는 아물어갔다.
그러는 가운데 어느날, 허도의 조조에게 붙잡혀 있는 장굉이 보내는 사람이 왔다.
그는 병석에 누워있는 손책에게 이렇게 아뢴다.
"조 승상은 주공을 몹시 두려워 합니다. 그러나 참모 곽가(參謀 郭嘉) 한 사람만은 주공을 조금도 두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 곽가란 놈이 그래 ? ... 그놈이 내 애기를 뭐라고 하더냐 "
"주공은 위인이 경망하고 성질이 조급한 필부(匹夫)와 같아서 후일에 반드시 소인(小人)의 손에 죽게 되리라고 합니다."
손책은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노했다.
"조조나 곽가란 놈이 ? 아니, 제깟 것들이 뭔데 ? 나를 그렇게나 깔 본단 말이냐 ! 내 기필코 지금 곧 허도를 쳐서 놈들의 죄를 물어야 하겠다 !"
손책은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더니, 전포와 갑옷을 당장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소(張昭)가 크게 놀라며 말린다.
"의원이 주공의 몸은 백일이 경과하여야 완치된다고 하였는데, 이제 한때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러시면 어떡하십니까 ? 부디 진정하소서."
마침 그때, 원소에게서 사자가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손책이 원소의 사자를 불러들이니, 그는 원소의 친서를 전하며 말한다.
"지금 역적 조조를 쳐부술 어른은 손 장군과 우리 주공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손책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원소와 힘을 합해 조조를 치기로 약조하고 사신을 융숭히 대접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그날 밤 원소의 사자와 함께 연락을 크게 벌였는데, 술이 몇 순배 돌았을 무렵에 장수들이 무언가 수근거리더니 모두들 누대(樓臺)
에서 내려가 버린다.
손책이 의아스럽게 여기며 측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것이냐 ?"
측근 한 사람이 손책에게 아뢴다.
"우길(于吉) 이라는 선인(仙人)이 누대 아래를 지나가시므로 모두들 그분에게 경의를 표하러 내려간 것입니다."
손책이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누대 아래를 내려다보니,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백발이 성성한 도인(道人) 한 사람이 길 한가운데 서 있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 앞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중에는 조금전 누대에서 내려간 장수들도 섞여 있었다.
손책이 매우 못마땅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저게 왼 요망한 늙은이냐 ?
당장 내려가서 잡아오너라 !"
그러자 좌우가 크게 놀라며 간한다.
"저 어른은 우길이라는 선인으로서 동방(東方)에 사시는 분인데, 때때로 이곳에 오셔서 백성들에게 부수
(符水)를 나누어 주셔서 만병(萬病)
을 고치게 하시는 어른이시옵니다.
백성들은 저분을 신선처럼 여기고 따르오니, 저분을 함부로 잡아왔다가는 백성들에게 무서운 원망을 듣게되시옵니다."
손책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노한다.
"어리석은 수작 그만 부려라 ! 이곳 백성들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이 누구한테 있관데,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 당장 시행하지 않으면 너희놈들부터 잡아죽이겠다 !"
손책이 이렇게 말하며 하늘이 얕다고 펄펄 뛰는 통에, 수하들은 마지못해 우길 노인을 누대로 잡아 올렸다.
🔊다음 제137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