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이번 시집은 삶과 세계를 향한 안정된 시선과 시적 보법이 인상적인데, 삶과 세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그것들을 관조하고 음미하면서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이법이라든가 섭리 등을 천착하고자 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그리고 늙어 간다는 것의 의미라든가, 돌이켜 본 인간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명증하게 정리되지 않는 삶의 불가사의한 국면들에 대한 시적 사유가 빛을 발하고 있다.
시인은 시적 주제에 대해서 구상과 추상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접근하는데, 이러한 작시법의 특징으로 인해서 시인의 시편들은 전위시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러니까 시인의 시편들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면서 이질적인 성격의 시적 전략이 서로 혼종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면서 시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임서윤
경북 상주 출생.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계간 『문장』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사과의 온도』가 있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형상시학회 회원.
대구두산초 교감.
(시인의 말 )
함부로 설레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를 향해 걸었습니다
닿을 것도 같은
흔들리면서도 계절을 맨발로 건넜습니다
찢긴 발톱으로 담 벽에 새겨 둔 글들
달이 읊고 꽃이 젖기를
2023년 풀 냄새 짙은 날
임서윤
❚시집 속의 시 한 편❚
마상청앵馬上聽鶯
봄볕 대열에 예고 없이 끼어든
버들가지로 더 정체되는 강변대로
김홍도 서화 한 폭 따라 그린다
고삐 잡은 마동이 끌어당긴 풍경은 나붓나붓
내려앉는 청아한 연두가
소음에 막힌 나비의 귀를 간질인다
꿈속에서 길어진 말의 두 귀는
창호 같은 하늘에 아껴 둔 호롱 심지로
짝 잃은 꾀꼬리마저도
부스럭거리며 아침을 열게 한다
허리 가는 버들가지는 해를 따라 휘청휘청
순한 귀 열고 라디오 볼륨 높인 나는
늙은 말의 이정표가 되는 길 위에서
가속과 멈춤 페달을 번갈아 밟는다
꾀꼬리 소리 앞뒤로 꽉 막힌 도시를
닳은 말발굽이 가로지른다
❚펴낸곳 (주)천년의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