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자주 온다고 찡그린다. 논밭과 집주변은 물론이고 하천까지 가리지 않고 잡풀을 뽑고 베어도 자꾸 무성해져 성가시게 하면서 짜증 나게 한다. 복에 넘치는 투정일 수 있다. 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잡목이 빽빽하다. 계곡에서 냇물이 철철 흘러내린다. 아무 데나 잡풀이 잘 자란다. 큰 나무가 휘휘 늘어지고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언제든 쉼터로 제공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울란바토르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내에서 나무는 고사하고 잡풀 한 포기도 신기하고 소중하여 마음대로 뽑지 못하는 것 같다. 명소를 찾아가도 듬성듬성 까칠한 잡풀이 자랑스러운지 뽑지 않았다. 그만큼 물이 흐르지 않아 잡풀도 아무 곳에나 살아갈 수 없으며 먼지가 푸석거리고 초원은 메말라가고 있다. 시내는 조경이 없다시피 하여 삭막하다. 초원은 스님 머리에 골프장 잔디를 박박 민 것 같다. 이처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애지중지 잘 가꾸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땅은 넓고 비워둔 곳이 많아도 씨를 뿌리고 가꿀 수 있는 기후가 아니어서 아무도 뿌리려 않는다. 울란바토르의 환경과 단순하게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복을 듬뿍 받은 땅이다. 곳곳에 물이 흐르고 풀밭에서 야생화가 계절마다 피어난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물고기 노닐며 새가 찾아든다. 국제공항이라지만 아주 옹색하다. 40킬로쯤 떨어진 곳에 다시 건설 중이다. 비가 내리니 흥건하게 쏟아질 때를 기다리는지 한 시간쯤 이륙시간이 늦어졌다. 먼지를 씻어 내리듯 내 흔적마저 깨끗하게 지우거라. 낯선 몽골에서 다소 낯이 익어가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친해질 만 하니 여행이 끝난다. 그 많은 것들을 어찌 며칠 동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냥 변죽을 울렸어도 그 정도로 소득은 있다. 이래저래 미련으로 남는다. 여행은 잘 알려진 명소를 찾는 것이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처럼 다소 불편해도 외진 곳을 찾아 사금을 줍듯이 재조명해 보는 것도 여행으로 값진 의미가 담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