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비. "목계장터"가 새겨져 있다.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장터”는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의 공간인 ‘목계장터’를 배경으로
떠돌이 장사꾼들의 삶과 애환을 토속적 언어로 담담하게 그려낸 시다.
민중들의 억센 생명력은 고도의 상징과 비유를 통해 형상화되고,
‘구름’과 ‘바람’, ‘방물장수’로 표상된 ‘유랑’의 이미지와 ‘들꽃’과 ‘잔돌’로
표상된 ‘정착’의 이미지가 맞부딪친다.
작품에서 ‘목계장터’는 근대화 과정에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농촌 공동체로서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비록 정착하거나 안주할 곳이 아니라 잠깐 쉬어 가는 곳이지만
, 넉넉한 인심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시적 자아는 방랑의 삶과 정착의 삶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다.
맵찬 ‘산서리’와 모진 ‘물여울’을 피해가지만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앞에서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고 싶기도 하다.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고달픔을 잊고자 하는 것이다.
이 떠돌이 장돌뱅이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건 민중의 애환이고,
한편으로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초연한 삶의 자세다.
3년에 한 번쯤은 천치가 되어 세속을 벗어난,
본연의 삶으로 돌아와도 좋지 않겠냐고 시인은 말한다
물론 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하늘’과 ‘땅’, ‘산’으로 표상되는 ‘자연’이다.
시비 너머에 남한강이 흐른다.
수량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물은 푸르다.
오른편 쪽에 강을 가로지른 콘크리트 다리 목계대교의 촘촘한 교각이 답답하다.
돛 없이 돛대만 단 조그만 나룻배 한 척이 나루터 쪽에 매여 있다.
물론 저 나룻배는 축제 때나 쓰는 소품이리라.
그러나 유장한 강의 흐름 이편에 정물처럼 닻을 내린 나룻배는 외로워 보인다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는 공연한 정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루와 배는 ‘떠남’과 ‘이별’, 그 슬픔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소재인 것이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시인
- 출생
- 1936년 4월 6일, 충북 충주시
- 데뷔
- 1955년 문화예술 '낮달'
- 학력
- 동국대학교 영어 영문학
- 경력
- 2001년 화해와전진포럼 상임운영위원
1996년 격월간 세상의 꿈 편집기획위원
- 수상
- 2007년 제4회 스웨덴 시카다상
2002년 만해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