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지 사업을 통합해 공급 기간을 20% 단축한 원스톱 솔루션을 내놓으면서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소재 삼성반도체(DS) 부문 미주 총괄 사옥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을 열고 파운드리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운드리, 메모리, 후공정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라며 "AI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파운드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사는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주관하고 있는 연례행사로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 행사에서 자사의 첨단 공정 로드맵을 밝혀왔다. 2022년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1.4nm 공정계획을 처음 공개했고 지난해에는 2nm 공정 세부계획도 경쟁하는 대만 TSMC보다 먼저 알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규 최첨단 공정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존 2nm 및 4nm보다 효율을 높인 신공정 SF2Z와 SF4U를 각각 추가했다고 밝혔다. 숫자 줄이기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전력 효율화와 제품 완성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최 사장은 "AI 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라며 "AI 반도체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면 전원공급(BSPDN)' 기술을 적용한 2nm 공정 SF2Z를 2027년까지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 뒷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해 전력 소비를 줄이는 기술.광학적 축소를 통해 소비전력과 성능·면적을 기존 4nm 공정보다 강화한 SF4U는 내년 양산할 예정이다.
TSMC가 지난 4월 북미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2026년 하반기부터 1.6nm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이번 행사에서 1nm대 공정 양산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날 1.4nm를 2027년에 양산한다는 기존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1.4nm 공정에서 목표한 성능과 수율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나노 경쟁 대신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를 한 팀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턴키(일괄) 솔루션으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최 사장은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과 적은 전력으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소자 기술 등을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2027년 턴키 솔루션에 다양한 기술을 함께 추가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턴키 방식을 통해 고객은 20%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2위 도전을 선언한 인텔의 파운드리와는 상반된 방식이다. 인텔은 다른 회사에서 생산된 칩도 패키징한다는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르네 하스 암(ARM) 고경영자(CEO), 조너선 로스 글로크 CEO 등 글로벌 테크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