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상은 권태의 굴레를 걷어차고 낯선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오늘 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시야에 드리워진 황금빛의 들녘은 올 여름 잦은 비와 더위에 지친 여행자에게는 더 없는 큰 선물을 받은 것이리라.
y역 인터넷죤에서 가이드로부터 그 먼 옛날 정읍사(井邑詞)로 알려진 고을로 가는 KTX 08:30발 역방향 좌석표와 시간대별 구경거리 목록을 받았다. 한 목소리에서 반대방향의 앉음이 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뉴톤이 사과나무 밑에서 글을 읽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지구중력이 사과를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이래 인류에게 새로운 과학문명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순 방향 역방향 모두가 함께 가는 세상살이의 한 단면은 우리가 가는 이정표가 아닐까.
현대판 철마는 2시간 20여분간의 달림 끝에 11:00, 우물 샘으로 상징되는 플렛폼에 착지하니 확 트인 공간에 밝고 맑은 고즈넉한 驛舍 환경이 더 없이 좋았다. 왜 일까. 과밀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수도권 시민의 일상 세상살이의 반 의미가 아닐까.
이어 연계된 소형 밴 승합차의 옥00 기사분의 인사말과 시간별 스케줄에 따라 밴은 서쪽으로 달리고 있다. 19세기 이곳 동학농민들의 저항의 발원지는 역사적 의미를 심화시켰고, 저항정신으로 민주사회를 구현한 오늘을 사는 우리는 미래의 가치발전을 높이는 동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리아스식 서해안을 따라 1시간여 지나 채석강에 도착하였다. 채석은 책을 한 권 한 권 쌓아놓은 암석층의 상징이고 강은 ‘모른다’ 이다. 미완의 의미가 주는 묘한 감성은 숙제로 돌려볼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들린 곳이 ‘참 맛집’의 메뉴를 보니 ‘오징어먹물죽’ 이란다. 팥죽과 같아 보이는데 구수하고 뒷맛이 담백하였다. 묵은 양파지는 이 고장 천일염과 젓갈재료와도 관련 있는 듯 참 맛이 좋았다. 계절 전어무침과 구이도 곁들였다. 새콤하게 감칠맛 나는 양파 묵은지는 별미중의 별미로 매년 2월경 한 번 담궈 토굴 속에 장기간 저장한단다.
전봉준 농민혁명기념관 : 당초 일정에 없었든 관계로 제한된 시간으로 방대한 당시의 자료를 섭렵할 수는 없었으나 관치에 맞선 피폐한 농민의 전투일지와 자료들을 전시 하였고 사당과 광활한 광장의 조성으로 역사인식의 또 다른 장을 보게 된다.
능가산, 전나무 숲 내소사 : 수령 수 십 년 ~ 일 백 년 이상의 숲길 초입에 들어서자 향긋하니 진한 수목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쉬엄쉬엄 긴 들숨 날숨으로 천천히 걸었고 스모그 자욱한 수도권 생활환경에 대한 반면교사로 우리의 국토환경의 미래를 생각하여 보게 된다.
백제 무왕34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사찰로 근자에 트렌드화 하고 있는 탬플스테이 명상수련도장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산외 한우마을 : 쇠고기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우리의 먹거리 상황은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촉진하였다. 이어 지구촌에 번진 광우병 파동은 공급부족인 한우고기를 저가에 선보인 식당촌락이다. 식당의 일부인 정육코너에서 소비자가 직접 종류별 부위별로 구입하고 식당은 장소, 양념서비스를 제공하고 별도의 서비스 요금을 받는 뉴 푸드 시스템이라고 할까. 시장경쟁 논리의 한 축으로 보았다.
주말이긴 해도 어둠이 깔린 한적한 밤, 驛舍의 네온사인 광장 분수대 조명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역사를 빠져나와 참샘골 여정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