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의 그 울림을 찾아, 의사들의 시 3-‘왜 우리는 눈물이 나는 걸까’
허 밍
허 준(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픈 당신은 뒷문을 통해 병원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고, 걸음은
그 자리에서 이미 멈추었지만 방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우리는
운명과 머무름이 동의어처럼 들리는 시간, 딸각딸각 생의 스위치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고 <부분>
카메라
근처의 나무가 꽃잎으로 얼굴의 시간을 파먹는다 아스팔트 위에 남은 물을 내다 버려서 누군가의 감정이 느리게 지나간다 저녁은 젖은 감정을 깡마른 늑골처럼 드러내고 <부분>
전 이(Transeference)
김 승 기(영주 김신경정신과 의원)
진료실에 들어서면 모든 문부터 꼭꼭 여미고서 앉는 그녀.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고 한번 무릎에 앉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도리어 병을 얻었고 이젠 먹지도 않는 약을 타러
온단다. <부분>
발자국
김 완(광주보훈병원 심장혈관센터장)
굳어버린 가슴에는
어떤 자국도 남지않는다
물컹물컹한 존재가
발의 문장으로 되살아난다 <부분>
눈사람
송 세 현 (옥천군 중앙의원)
먼 종소리에도
봄눈 녹듯 녹아
한철 잘 살다 가는
호모 스노맨타쿠스 <부분>
요양원 1
몽유하던 치매할머니
집에 간다고 울고,
영문 모르는 초딩 손녀딸
우리 할머니 집에 보내 달라고 울먹이고,
눈이 붉어진 착하디 딱한 아들
눈물을 훔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숨고....< 전문>
요양원 2
숨 빠지면
혼 빠지고
떠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
그래도
그들에겐
눈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부분>
*허준, 김승기, 김완, 송세헌 4명의 의사시인들의 시의 부분을 담았다.
허준 시인은 시에 대한 의학적 정의로 정확한 목적을 가진 운동권 시나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난해시조차도 위로를 품고 있지 않으면 시가 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김승기 시인은 멱살잡이도 해보고, 요리조리 뜯어보며, 해부를 해서 구석구석 스케치해보기도 하는 그 순간이 시적 순간이라고 말한다.
김완 시인은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세상이 어우러져 공명을 불러일으킬 때 좋은 시는 태어나고 시는 세상의 질문에 대한 풍경이라며 시와 그림을 한 지평선에 올려 놓고 있다.
그렇게 무심히 바라보는 듯한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관조하는 송세헌 시인은 빗방울 떨어지는 자리마다 연꽃이 피었다 지는 것 같다고 노래한다.
의사들의 공유시심은 무생명과 생명이 공존하는 세계인 듯 하다.
(환경경영신문 http://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