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화웨이와
IEEE의 상리공생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19 Autumn vol .29
글 서지영, 조선해양공학과 1
편집 손성현, 원자핵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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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E 로고
최근 세계 1위 통신업체인 화웨이의 스마트폰에서 백도어가 발견되어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한층 악화되었습니다. 백도어란 어떤 제품이나 컴퓨터, 암호 시스템 또는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입니다. 백도어의 본 기능은 시스템 관리자나 프로그래머가
편의를 위해서 보안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기기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커들은 이를 악용하여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마음껏 열람하거나 유출까지 할 수 있지요.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은 보안 문제를 내세우며 화웨이 제품을 수출하거나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선포했습니다.
이 명령에 따라 미국에서 설립된 전기 통신 분야 세계 최대 학술 단체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에서는 IEEE가 편찬하는 정기 간행물에 대한 원고 심사와 편집 과정에 화웨이 직원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중국전자학회, 중국통신학회, 중국인공지능학회 등 중국 10개 학회는 학술 교류의 정치화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놓으며 거센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IEEE는 화웨이 배제 방침을 철회하겠다며 당초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공대상상 독자 여러분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궁금한 점이 두 가지 생길 것 같네요. 첫째, ‘중국 학자들은 왜 수많은 학술 단체 중 하나인 IEEE의 방침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까?’ 그리고 둘째, ‘IEEE는 왜 수많은 전기 통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의 반발에 한 수 접은 것일까?’ 위의 두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화웨이와 IEEE는 어떤 기업과 단체인지, 그리고 그 둘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합니다.
한국어로 전기전자학회라고 하는 IEEE는 현재 세계 최대의 전기 전자, 정보 통신,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 단체로, 전 세계 175개국 36만여 명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IEEE는 IT, 통신, 교통, 에너지, 바이오 메디컬 등 여러 산업에서의 기술 표준을 정하고 공표하는 일을 합니다. 기술 표준이란 통일된 공학 및 기술 기준, 방식, 프로세스, 파편들을 확립해 놓은 공식 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IEEE 산하에는 여러 가지 세분화된
분야를 연구하는 학회들이 있는데요, 유비쿼터스와 미래 네트워크를 다루는 IEEE ICUFN, 네트워크 기반 시설과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IEEE IC-NIDC들이 그 예입니다. IEEE가 정한 표준 기술 중 IEEE 802.11(무선 네트워크)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 기술은 무선랜, 와이파이로 불리는
좁은 지역에서의 컴퓨터 무선 네트워크에 사용되며, 802.11이라는 숫자는 LAN/MAN 표준 위원회(802)의 11번째 워킹 그룹에서 개발되어서 붙여졌습니다. IEEE 802.11은 1997년에 처음으로 개발되어 네트워크 표준 주파수, 채널 대역폭, 스트림 당 데이터 속도 등이 최대 전송률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기적으로 개정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무선 네트워크가 IEEE가 정한 표준 규격에 맞게 지켜지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화웨이 로고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및 통신장비 공급업체입니다. 화웨이가 최근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5G를 서비스하기 위한 통신장비인데요, 5G는 1GB를 10초 안에 받을 수 있는 기가비트
급 속도(4G 대비 200배)와 용량을 기반으로 IoT, 자율주행차, 증강현실,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입니다. 화웨이는 LTE 시절부터 저가경쟁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늘어난 물량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키우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가격도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한 것은 물론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사인 LG 유플러스는 이미 화웨이를 통신장비 업체로 선정했고, SKT과 KT도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노아의
방주연구소(Noah’s Ark Laboratory) 최고의 계산 비전 분야 과학자 티엔치(Qi Tian)은 IEEE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IEEE 국제 학술지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웨이 미학연구소 광네트워크의 수석 연구원 Xiang Liu 역시 IEEE의 광통신 분야 편집장을 담당하고 있죠. 이처럼 화웨이의 여러 기술자들은 IEEE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활발하게 기술을 공유하고 있으나 이제는 IEEE의 제재로 인해 이 교류가 전부 가로막힐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IEEE의 입장에서도 화웨이와의 마찰이 좋지만은 않았는데요, 화웨이가 활발하게 연구하던 통신 분야에서의 유능한 연구원들을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궁금증이 해결되었나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단체와 기업인 IEEE와 화웨이는 이처럼 상리공생하며,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고 고도화되는 오늘날,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유성민, 〈미국은
왜
화웨이만
콕
집어
두들겨
팰까〉, 《동아일보》, 2019.2.22,
http:// shindonga.donga.com/3/all/13/1643364/1, 2019.8.12.
2.
원병철,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화웨이 장비 보안성 논란〉, 《보안뉴스》, 2018.7.26,
https://www.boannews.com/media/view.asp?idx=71706, 2019.8.12.
3. 이근우, 〈미국, 화웨이 때리기의 숨은 진실〉, 《매일경제》, 2019.2.18,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9/02/96849/, 2019.8.12.
4. IEEE, 《전세계규격사전》, 국제규격연구회, 2010
5. 이욱봉, 〈LG Wi-Fi 표준 기술 및 동향〉, 《LG 전자 차세대 통신 연구소》, 2014, 149쪽
그림 출처
1. IEEE, www.ieee.org
2.
안별 기자, “화웨이, 안드로이드 대체할 OS ‘훙멍’ 공개”, ChosunBiz, 조선일보, 2019. 08. 09,
bi z .chosun.com/si te/data/html _dir/2019/08/09/20190809020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