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연구는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자기장 속에 가둔 초고온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높은 기술수준으로 인해 지속적인 연구에 비해 발전의 속도가 느렸으나, 1968년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토카막 장치를 이용한 천만도 고온에서의 안정된 플라즈마 밀폐 결과가 발표되어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토카막 장치에 의한 핵융합 연구는 괄목할 만큼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아랍권 국가들의 석유수출 금지조치의 결과로 석유가격 인상 등이 전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세계적 노력의 한 방법으로 선진국들에 의해 본격적인 핵융합 에너지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주요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는 일본의 『JT-60U 토카막』, 유럽연합의『유럽 공동연구 토러스(JET)』, 독일의 『ASDEX-U』, 미국의 『DIII-D』 등과 같은 중대형 토카막형 핵융합 실험시설이 건설되어 핵융합 연구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번 장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핵융합연구의 괄목할 만한 발전과 최근의 연구성과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6-1. JT-60U
일본정부는 1980년대 중반 핵융합로의 전 단계인 임계조건 달성을 목표로 한 제 2단계 계획을 수립하여 1985년까지 총 2,500억엔의 건설비를 투자하여 JT-60장치가 완성되었다. 그 후 첫 번째 플라즈마를 생성하였고, 87년 초기 건설 목표인 임계 플라즈마 조건을 달성하였다. 이후 이 장치는 디버터 형태를 변경하는 등의 장치 개조작업을 거쳐 JT-60U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996년 10월 카나다에서 개최된 제 16차 국제원자력기구 주관 핵융합 에너지 학회에서 세계최고수준의 임계조건달성이 발표되었고 이에 일본정부는 JT-60U에 의한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의 제 2단계 계획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판단, 제 3단계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2025년경 핵융합 발전원형로 건설과 2040년경 핵융합 발전의 경제성 실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한 1989년 5월에 여러 대학소속 연구기관들을 통합하여 국립핵융합 과학연구소(NIFS)를 창설하고 현재까지 핵융합의 주축을 이루어온 토카막형 장치개발과는 별도로 유도 기전력에 의한 플라즈마 전류구등이 필요하지 않는 대형나선장치(Large Helical Device) 개발에 착수하여 1998년 3월에 정상가동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그림 6-1 . JT-60U 모형도
6-2. JET(The Joint European Torus)
영국 옥스퍼드 주 아빙던 시에 소재한 JET(Joint European Torus)는 세계 주요 핵융합실험로들 가운데 가장 앞선 장치 중 하나이다. 지난 1983년 6월 처음 가동에 들어간 JET는 1991년 D-T 혼합연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에 의해 최초로 1.8MW의 열출력을 내는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핵융합 개발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1997년 9월에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1로 섞은 연료를 사용하여 17MW 이상의 핵융합 에너지원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멀지 않아 핵융합에서 손익분기점(핵융합로가 플라즈마를 만들고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이러한 반응이 생산해 내는 에너지가 같아지는 점)이라는 획기적인 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 6-2 . JET 전경
6-3. ASDEX-U
독일에서 가장 큰 토카막인 ASDEX-U (Axially Symmetric Divertor Experiment)는 1990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하여 반응로 형태와 같은 상황의 핵융합 연구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플라즈마 밀도와 노벽에 미치는 부하를 중심으로 플라즈마의 특성을 연구한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Max-Planck) 플라즈마 물리연구소에서는 초전도 자석형의 스텔러 레이터인 웬델스타인(Wendelstein) 7-X 장치의 개발에 착수하여 구 동독 지역인 그라이프스발트(Griefswald)에 200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그림 6-3 . ASDEX-U 내부 전경
6-4.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
지금까지의 핵융합연구결과의 다양한 관련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하여, 핵융합 기술의 종합적인 실증을 목표로 한 『국제 열 핵융합실험로 (ITER :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장치의 개발을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지원 하에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의 공동협력 과제로 1988년 개념설계를 시작으로 하여 1998년 현재 상세 설계를 완성하고 2010년경에는 150만KW 이상의 핵융합 에너지가 1,000초 이상 지속되는 핵융합 연구의 최종 실험장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핵융합 연구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유럽연합이다. 일본은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거의 모든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핵융합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연구투자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높은 생활 문화 수준과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에너지 자원과 높은 인구밀도, 환경문제에 대해 민감한 사회여론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제약성 등, 미래 에너지 개발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으로 핵융합 연구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인 연구투자를 하고 있고 핵융합 연구체계와 연구수준에서 조직적인 우월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인구가 많고 미래에너지 요구가 막대한 중국과 인도에서도 국가차원의 핵융합 연구가 근래 착수되어 초전도 토카막 장치 개발이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림 6-4 . ITER 개념도
6-5. 우리나라의 개발 현황
우리나라에서 플라즈마 과학과 핵융합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였으나, 범 국가적 차원에서의 핵융합 연구는 1995년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기본계획(Korea National Fusion Program : KNFP)이 정부의 중간진입 전략 자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기획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 핵융합 연구장치는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한빛장치, 원자력연구소의 KT-1, 한국과학기술원의 KAIST 토카막, 서울대의 SNUT-79등 4개의 소형 핵융합 연구장치가 개별 연구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 예로 기초과학지원연구소는 발족한 초기(1988년)부터 국가적 공동연구시설(National User's Facility)의 첫 번째 장비로 플라즈마ㆍ핵융합 연구장치를 선정하고 1995년 6월 종합준공식을 갖은 ‘한빛’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통하여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한빛’장치는 MIT로부터 이관된 TARA(빛의 신)장치를 바탕으로 설계ㆍ제작된 것이다.
그림 6-5 . ‘한빛’ 장치에서 얻은 플라즈마
그 후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 계획에 의해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 사업(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Project : KSTAR Project)이 추진되었고, 이 사업의 총괄주관기관이 된 기초과학지원연구소내에 핵융합 연구개발사업단이 1996년 1월 개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사업은 KSTAR 장치로 이름 지어진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장치의 개발 및 설치와 이 연구장치의 운영을 통한 핵융합 연구와 기술의 확보를 이루고, 나아가 세계적인 핵융합로 개발에 동등한 자격으로의 참여 등을 중간목표로 하는 3단계 계획으로 수립되어 있으며, 핵융합 발전기술의 상용화 시기까지 이 분야의 기술선진국으로서의 위치를 확립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의거하여 2002년까지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세계 수준의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국제 공동협력을 통해 국내 기술로 건설하고, 이 연구장치의 운영을 위해 선진국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확보하여,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대형 국제공동연구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구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 시점에서 핵융합 연구에 관심을 갖아야 하는 이유는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핵융합이 상업적으로 발전 가능한 단계에서는 더욱 폐쇄적이 되어 핵융합 기술장벽이 높아지기 전에 기반기술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핵융합연구야말로 미래 에너지자원의 개발을 위한 가장 절실한 투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6-6. KSTAR 장치의 3차원 구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