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58 --- 몽골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며칠 호텔에 묵으면서 좋은 잠자리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는다고 여행이 즐겁다거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큰 나라에 문화가 발달하였어도 속마음은 내 나라만 못하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으로 여행의 가치를 가늠해 본다. 설레던 마음이 멎고 돌아가야 한다. 아침 06시로 바깥은 이미 훤하게 밝았다. 그러나 이곳은 마치 한밤중과도 같아서 인적이 드물다. 낮에 그 많던 차도 잠잠하다. 백야현상에 밤늦도록 어둠을 제대로 몰라서 그렇지 싶다. 그래도 비둘기와 참새는 새벽같이 일어나 쫑알거리며 저희끼리만 분주한 발걸음이다. 먹잇감을 찾다가 떠나가는 손님에게 이별 인사라도 하려나 보다. 공항까지는 30분 거리다. 이따금 차가 덜컹거릴 만큼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시내를 벗어나 공항이 가까울수록 산자락에 달라붙은 서민주택들이 오히려 정겹게 들어온다. 신개발아파트나 빌딩보다 옹기종기 따스한 온기가 감돈다. 시내에 화력발전소가 3곳 있다. 중앙난방식으로 온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온수와 냉수의 배수관 두 개가 사이좋게 설치되어 있다. 온수관은 비철인 여름에 수리하여야 겨울철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다.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분위기 잡는지 올 때처럼 약간의 빗방울이 스친다. 처음 만나 반가운 눈물이었다면 이제 헤어지는 서운한 눈물쯤으로 치부해도 괜찮지 싶다. 메말라 거칠어진 초지라도 넉넉하게 적시어 풀이 풍족하게 돋아났으면 싶다. 소, 말, 양, 염소, 야크가 질이 좋은 풀을 먹고 더 좋은 젖과 고기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너른 풀밭에, 울란바토르 시민들 얼굴에, 푸른 웃음 편안하게 머금도록 스며들었으면 한다. 이곳에서는 특히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냇물 한 방울이 그렇게 소중하고 아쉽다. 물 한 컵, 따스한 햇볕 한 줌이 간절하고 아쉽다. 꽃 한 송이가 그렇게 아름답고 아쉽다. 넘쳐 흔할 때는 미처 몰랐었는데 새삼스러움이라도 느낄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모두 내려놓고 올 때처럼 묵묵히 돌아가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일상을 맞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