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2011.04.28
[전문기자칼럼] 병원과 호텔의 차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환자 대여섯명이 함께 쓰는 병원의 입원실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한쪽 벽에는 항상 TV가 틀어져 있다. TV 보기를 싫어하는 환자에게는 소음이지만, 다른 환자들을 위해 참아야 한다. 물론 채널 선택권도 없다. 게다가 주치의가 다들 다르니 회진 시간도 다르다. 우르르 들어오는 의료진을 수시로 맞아야 한다.
검사나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온종일 병실을 들락거린다. 혈압을 재거나 피를 뽑으려는 의료진의 움직임도 빈번하다. 자신과 상관없는 면회객의 방문도 이어지고, 때로는 찬송(讚頌)과 찬불(讚佛)도 들어야 한다. 의사가 밤에 환자를 진찰하려면 나머지 환자들이 잠들어 있어도 병실 불을 환하게 켜야 한다. 간병인들은 환자 옆 간이침대에 웅크린 채 잠을 청한다. 휴식이 있어야 병이 잘 낫는 법인데, 나만의 요양이 도통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인실(多人室)에 꼭 입원시켜 달라"는 것이 병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민원이다. 유명 대형병원에서 다인실 입원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울며 겨자 먹기로 1~2인실에 입원했다가 다인실로 옮기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환자들은 병원이 '병실 장사'를 하려고 값비싼 독실(獨室)부터 입원시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인실은 항상 환자들로 꽉 차 있고, 그쪽에는 대기 환자가 넘쳐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1~2인실과 4~6인실의 병실료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독실급(級) 병실은 하루에 15만~30만원이지만, 다인실은 환자 부담액이 1만원 선이다. 암 환자는 3000원 정도다. 이런 격차 때문에 대다수 환자는 다인실을 찾는다. 법적으로 병원은 반드시 다인실을 50% 이상 운영해야 한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병원이 추가로 짓는 병실은 다인실을 70%까지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병원에 가보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분만한 산모들은 가족과 오붓하게 있고 싶어하기 때문에 주로 1인실을 찾는다. 여기는 되레 다인실이 한산하고, 1인실이 모자란다. 그렇다고 병원이 1인실을 마음대로 늘릴 수는 없다. 여기에도 '다인실 50% 이상'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의료적 관점에서 보면 다인실은 환자 치료에 부적합하다. 한 병실에 많은 환자가 입원해 있을수록 병원 감염의 위험은 커진다.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에도 불편하다. 편안한 수면은 환자의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다인실에서는 쾌면(快眠)을 이루기 어렵다. 선진국 병원들은 거의 모든 입원실을 1~2인실로 운영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도 하거니와 의학적으로 다인실은 환자 치유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을 가서 호텔 방에 들어갔을 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다면, 누구나 소스라치게 놀라서 뛰쳐나올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참고 그 옆에 누워야 한다. 바야흐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다. 적정 부담 형태로 입원실 사용을 다양화할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이제 이런 문제를 고민해 볼 때도 됐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움직이는 고령사회, 어울리는 한국사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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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륜
2011.04.28 14:22:53
호텔은 하루 숙박료 16만원에서 40만원(모텔도 4~10만원), 하루 한번 청소아줌마 방문, 방에서 식사하려면 룸써비스 5~10만원...병원은 다인실기중 하루 1~2만원, 하루 세 번이상 간호사와서 혈압재고, 주사 놓고, 약 주고, 환자 상태 나쁘면 열번이상 들낙날락..하루 3끼 모두 침대 앞까지 배달..결국 같은 써비스를 원하면 건강보험료를 몇 배를 더내거나 아님 정부예산 모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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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2011.04.28 13:47:37
의료보험료 더 내라고 대놓고 말할 용기는 없으신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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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희
2011.04.28 13:26:01
물론 비싼 이유도 있지만 제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는, 일부러 6인실을 이용했습니다. 1,2인실은 너무 조용하여 맘이 더 가라앉지만 여러명이 나누어 쓰면 사람구경도 하고 병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혹 간병하는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어서였지요. 반대의 경우는 우리가족이 그분들을 돕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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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2011.04.28 13:19:18
김철중기자. 누가 1인실 좋은거 모르는사람있소? 사람들에게 인기 부합하는 말만 하지말고 현실적으로 의료보험 올려 옳은 치료받자 이야기 하시오. 명색이 기자라면 싫은말도 할수 있어야지 얍삽하게 본질은 빼고 달콤한말로 사람들 기대부풀게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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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일
2011.04.28 11:56:44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한 듯 ... 우리나라 병원들 고칠점 1위 ... 편안한 휴식이 병을 낫게 한다는 말 완전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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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완영
2011.04.28 11:21:58
우리나라에서 평준화는 "능력의 평준화"를 말하는 것이죠... 누가 돈 더 많이 벌면 난리가 나죠... 하지만 인권은 전혀 평준화 되지 않은 나라죠..꺼꾸로라 이말입니다...인권은 평준화되고 능력은 비평준화해야 선진국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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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완영
2011.04.28 11:15:23
이제 병실까지 일인실을 쓰게 해주면 퇴원이나 하겠어요?? 그러면서 의료보험비가 비싸졌다고 난리에요... 돈이나 내구 대접을 받아야지... 의료도 경제요... 무상치료는 공산주의자나 부르짖지만, 공산주의자는 모두 망한거 모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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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엽
2011.04.28 07:28:56
미국에서 한달에 한국돈으로 80만원씩 건강보험(치과보험 제외)을 내고 있습니다. 하루 입원 비용이 그 보험으로 커버되더라도 50만원을 내야 됩니다. 순수 입실 비용이고 치료비용은 따로 냅니다. 우리나라야 말로 의료선진국 입니다. 의료선진국 어느 나라를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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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수
2011.04.28 07:14:05
1-2인실이 너무 비싸죠. 호뎉투숙비보다 비싸니 병원들이 장사한다는 말이 맞죠. 3만원이면 괜찮은 모텔에서 잘 수있습니다. 그정도가 보통 20만원쯤 하죠, 병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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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영
2011.04.28 05:53:47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님! "선진국 병원들은 거의모든 입원실을 1-2인실로 운영하는데," 글세올시다. 북미에서 생활한지가 38년이되는데 어떤선진국들을 말씀하시는지? 알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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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식
2011.04.28 04:44:33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100자평을 삭제하였습니다
강예중
2011.04.28 04:13:54
4. 한국의 다인 병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따로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가족을 커버하는 1년 보험료를 1200 만원쯤 내게하면 된다. 그게 김철중 기자님께서 꿈꾸는 미국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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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중
2011.04.28 04:11:28
3. 미국 병원에 가서 독실을 찾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미국 병원에서 한국 병원에서와 같이 장기 입원을 하려면 보험에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장을 들어내는 교통사고 수술을 한 환자를 5일 만에 퇴원 시키고 아이를 난 산모는 3일째에 퇴원 시킨다. 사치 의료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