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앞에 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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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신혼을, 남편의 군 복무 기간 동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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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기에 진짜 꿈을 꾼 듯 기억도 잘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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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표 씨의 군 복무가 끝이 났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꿔 본 적도 없이,
그때부터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단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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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며 상대의 장단점을 알고 맞춰가야 했으나,
워낙 짧은 연애 기간이라 콩깍지만 두껍게 덮여
장점만 보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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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대했던 남편의 제대였지만,
이후 아프고 힘든 싸움의 시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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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염없이 서로에게 비수를 꽂았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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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데야. 같이 가자.”
결혼 삼 년 차쯤,
남편과의 갈등으로 지쳐있던 어느 날,
내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정오의 희망곡〉 작가가
어디를 함께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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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곳은 한 연예인 선배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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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성경 공부를 한다고 했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들과 성경을 공부한다고 하면
내가 안 갈 거 같으니 얼버무리고 무작정 데려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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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사님의 사모님이 성경 공부를 인도했다.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뻘쭘하게 앉아있는 내게
사모님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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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라 씨는 지금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훅 들어온 질문에 얼떨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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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해
하나님께 죄송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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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고 부활하신 걸 믿으세요?
그리고 다시 오실 걸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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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건 믿지요.”
“그렇다면 신애라 님은 의인이고,
어느 순간에 죽든지 천국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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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도 안 되는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
어떤 모습에도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
나조차도 실망스러운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
아무런 조건 없고, 변함없는 그 사랑을 느끼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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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뭘 하든, 어떤 처지에 있든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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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하나님을 너무 몰랐네.
그동안 나는 실존하는 나의 창조주, 나의 주인,
나의 아버지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만든 하나님을 믿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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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은 ‘구원의 확신’에 대해 말해주었다.
처음 듣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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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래 교회에 다녔는데,
하나님이 좋고 친구들이 좋고,
찬양하고 방언도 하고,
수련회 가면 성경 구절도 암송하고,
교회에서 임원까지 했는데,
나는 정작 구원의 확신이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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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나님의 아들의 이름을 믿는 너희에게
이것을 쓰는 것은 너희로 하여금
너희에게 영생이 있음을 알게 하려 함이라
요일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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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 안에는 번민이 가득했다.
‘하나님을 믿는데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지?
남편과는 왜 이리 싸우고, 그를 이토록 미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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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이유를 안 나는 깊이 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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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저 때문이네요,
하나님. 남편이 저와 너무 달라 이해되지 않고,
그에게 문제가 많다고 여기고,
때로는 결혼도 잘못했다고
억울해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잘 모르고,
구원받은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은 제 문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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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 모든 어려움의 발단이
말씀을 잘 모르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나는 교회를 다닌 연수는 오래됐지만,
성경을 제대로 통독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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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이 어떻게 천지를 창조하셨는지,
하나님을 믿는 계보와 믿지 않는 계보가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구원받은 자가 누릴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도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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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의 가장 완전한 가이드라인이
바로 성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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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씀을 놓치는 건
설명서 하나 없이 복잡한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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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딤후 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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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살아계신 진짜 하나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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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가르치소서
내가 주의 진리에 행하오리니
일심으로 주의 이름을 경외하게 하소서
시 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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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
시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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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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