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2 코린토 5,20-6,2 마태오 6,1-6.16-18
2024. 2. 14.
주제 : 자선과 기도와 단식
**** 미사 시작에 ****
오늘은 올해 사순절을 시작하는 첫째 날,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災=灾)는 모양을 갖추고 세상에 살았던 피조물이 남기는 가장 마지막의 모습입니다. 재에는 영양가도 없고, 거기에는 생명체의 기운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가 있을 재를 우리의 이마에 바르고, 삶의 끝에 관하여 생각하도록 권하는 교회의 의도는 무엇이겠습니까? 여러분은 이 짧은 시간에 무엇을 생각하겠습니까?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짤막한 말씀에서 우리의 삶에 큰 의미를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생각하고 그 사랑을 잘 알아듣고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
*** 미사강론 ***
우리는 오늘을 사순절의 첫째 날로 지내지만, 세상에서는 발렌타인이나 밸런타인이라는 표현을 써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특별히 여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지냅니다. 우리나라의 풍습이 아니기에 상업행위에서 시작된 날이라고 그 가치를 낮추어 보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기의 사랑을 담아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실제에 근거한 일이 아니라, 이론이라고 그 가치를 낮추어 볼 수도 있습니다만, 사랑은 세상에서 큰일을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로 나시어 세상에 하느님의 구원을 알리신 일을 묘사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정확한 표현도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전하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제대로 알아들었다고 말하려면, 이론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해야만 그 사정을 아는 일입니다.
사랑을 얘기하면서 듣고 말하는 소리에 사랑을 충실하게 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지금 당장 이 시간이 아니라 더 나중의 시간으로 물러날 것입니다. 사람의 삶에서 사랑이 빠지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사랑이 없는 자리에 무엇이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무서운 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몸은 움츠러들게 되어 있습니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소리가 아니라면, 우리는 몸이 움츠러들게 하는 소리를 듣고 기뻐할 사람은 없다고 하겠지만, 그 일의 의미를 우리가 잘 생각하면 삶에서 우리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신앙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의 삶에서 충실하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천천히 읽으면 그렇게 하는 일로써 우리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배울 수도 있고, 그 일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 일이겠습니까? 그 효과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을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받아들이신다고 예수님께서 선언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하느님의 인정을 우리는 그대로 믿는 사람일까요?
우리가 신앙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 산다고 말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하느님의 뜻에 온전하게 일치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사실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하면서 제대로 살 수는 없다고 하겠지만, 하느님의 뜻을 완벽하게 읽지 못하니까 모른다고 말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통하여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다가서는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어떻게 믿는 사람이겠습니까? 우리는 이 말을 얼마나 실천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실천하는 일이 과연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일치하는 일이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흔히 인생은 덧없다고 말합니다. ‘덧없다’고 하는 표현은 ‘보람이나 가치가 없이 헛되고 부질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표현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그렇게 표현해서 좋은 일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면서 하느님의 뜻을 잘 새기고 하느님의 뜻을 잘 실천하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올해의 사순절 시간도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