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람 / 폴리아모리 / 계간 <리토피아> 2010년 봄호
*폴리아모리
- 김사람
나눠 먹기 좋은 당신의 눈알 쪼갤 필요 없이 10초씩 빨기
망막에 저장된 기억 맛을 즐겨 양식과 자연산을 구별하겠니
내 기억이 네 몸에 좋다면 내 몸이 네 기억에 좋다면
노래하며 사라질 거야 비위에 거슬리는 영상은 싹둑!
[엄마의 셋째 남친과 놀이공원 가기] [아빠의 둘째 여친과 쇼핑하기]
[검고 하얀 동생들 숙제 돕기] [고통 없이 죽는 법 찾기]
일기를 교탁에 놓으면 참! 잘했어요 파란 도장 쿡,
나는 퍽 잘 살아왔어 씨발 선생님
눈알을 옮길 땐 마우스 투 마우스 손을 쓰면 입이 잘릴 거야
입이 튀어나온 여자는 과부 팔자래 혼자서는 잠을 못 자던 언니
결혼 후 곧장 치아 교정 착, 감기던 혀가 붙질 않아
운명을 바꾸는 매력적인 반칙이야 떨어뜨린 눈알이 하늘을 굴리면
별들 쏟아져 눈알에 박혀 흙에서는 별사탕 맛 내게서는 네 맛
지금부턴 이혼 금지, 기다리는 입들 이빨 대신 호기심을 믿어
혀를 교환하면 깔끔해 오늘 밤 당당히 녹자구 전달할 준비 됐니?
시간을 끌면 삼키고 싶어지니 주의 당신에게 흡수되려는 게 아냐
맛보고 싶을 뿐 완전한 네 것은 없어 양식된 입양아의 눈이 생각나
깨문 자국 없이 향만 남을 우리들의 연애 닥치고 빨기나 해
*폴리아모리- 비독점적 다자연애
[단평]
발칙한 상상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이 시를 읽다보면 무엇이 시인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었을까요? <엄마와 아빠>라는 대상을 통해 인간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시적화자의 우울한 심리적 불안정을 보여주고 이끌어 나갑니다. 불완전한 현대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주변인일 수밖에 없는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 내면의 저항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자신의 기억들이 엄마와 아빠 언니의 폴리아모리의 상상에 가깝고 서늘해 느껴옵니다. 시속의 우울함을 취하다보면 시적화자의 고통보다는 많이 외로워 보입니다. 읽을수록 시 속에 묻어나는 욕망들이 추해보이지 않는 청춘 비망록 같은 느낌이듭니다. 다 읽고 나면 시도 마찬가지로 상식과 도덕성을 지켜야하는 사회에서 아름답고 고귀해야한다는 상식이 어디까지인지 의심해보는 내 자의식도 발견해봅니다. 이런 발칙한 상상을 자극하는 젊은 시인의 다음 詩가 기다려집니다.
첫댓글 추시인님 좋은 시와 단평 잘 읽고 갑니다. <욕망들이 추해보이지 않는 청춘 비망록>이란 말이 다가오네요.
젊고 좋은 시인의 시를 소개해봤습니다. 김정숙 시인님께서 단평을 꼼꼼히 봐주시니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