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
원제 : The Uninvited
1944년 미국영화
감독 : 루이스 알렌
출연 : 레이 밀런드, 게일 러셀, 루스 허시
도날드 크리스프, 코넬리아 오티스 스키너, 알란 네이피어
'유령의 집'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입니다. '전쟁물' '시대극' '로맨스' '코미디' '공포물' '액션' '서부극' 등 어느정도 장르적 틀에 갇혀 있는 작품들과는 달리 드라마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로맨스와 스릴러, 판타지, 범죄, 미스테리 등이 결합된 '예측'이 안되는 전반부를 볼 수 있는 내용이므로 전반부 복선과 전개가 꽤 흥미로운 장르입니다.
1944년에 만들어진 흑백 고전인데, '귀신들린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디 아더스'나 '컨저링'을 비롯하여 귀신들린 집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많이 등장하는 장르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공포영화로서 비중을 할애한 작품들과는 달리는 달리 '유령의 집'은 좀 더 편안한 영화입니다. '공포영화'라고 분류할만한 요소가 약하다는 이야기죠.
1930년대 영국 서남부 지역 콘월 인근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로드릭(레이 밀런드)와 파멜라(루스 허시) 남매는 보름간의 휴양을 하러 영국 서남부 해안가를 왔다가 해안가 인근 한적한 곳에 위치한 윈드워드 저택을 발견하고 마음에 들어 구입하려고 합니다. 저택의 주인은 비치 중령이라는 노신사였습니다. 비치 중령의 집에 방문한 로드릭을 맞이한 중령의 손녀딸 스텔라(게일 러셀)는 집을 팔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말하지만 오히려 중령은 서둘러 집을 팔 의사를 내비칩니다. 그 집은 스텔라의 엄마인 메리가 살던 집이었는데 메리는 스텔라가 3살때 그 저택 앞의 절벽에서 바다로 추락사했습니다. 꽤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입하고 만족해하는 로드릭과 파멜라, 그런데 그 집이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문이 있고, 밤에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로드릭은 그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중령에게 항의하지만 오히려 중령은 그런 소문따위는 엉터리라고 일축합니다. 로드릭은 스텔라와 만났다가 둘은 친해지고 스텔라는 로드윅을 따라 엄마가 살던 윈드워드 저택에 다시 방문하면서 아주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스텔라가 그 집에 드나드는 것을 알게 된 중령은 노발대발하고 스텔라에게 그곳에 가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뭔가 과거의 사연이 있는 저택, 심상치 않은 유령의 존재가 느껴지고, 중령은 메리의 과거와 연관된 할로웨이라는 중년 여성에게 긴급 연락하는데.......
휴양지에 왔다가 어느 저택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 이사를 온 남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매우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미스테리와 판타지가 함께 존재하는 장르로서의 초반부 상황설정에 대한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어느 정도 상황 세팅이 된 중반부 이후, 주인공 로드릭과 스텔라와의 로맨스가 무르익어 가지만 그들의 교제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기에는 이것저것 방해요소가 많습니다. 집안의 유령의 느낌도 그렇고, 스텔라의 할아버지, 그리고 뭔가 수상쩍은 여인 할로웨이, 그리고 겁에 질린 가정부 등....로드릭과 파멜라 남매가 저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와중에 마을의 선량한 의사 스콧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됩니다.
싼 가격으로라도 집을 팔려고 하는 중령, 그 집과 관련된 비밀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유령 소문 따위를 일축하는데, 중령은 손녀딸 스텔라가 어머니가 살던 집에 대한 애착때문에 자꾸 그곳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지독스럽게 싫어합니다. 단순한 과거의 이유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죠. 스텔라가 그곳에 가면 위험하다는 뭔가를 알고 있는 느낌입니다. 엄마가 살던 집을 남에게 팔기를 원치 않는 손녀딸 스텔라, 하지만 집을 산 로드릭과 친해지고 자기 집처럼 느나들 수 있게 되어 매우 행복해하는 스텔라와 그런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중령....이들의 이야기속에 과거의 사람들에 대한 사연과 비밀이 슬며시 끼어들면서 영화는 더욱 박진감있게 전개됩니다.
망자에 대한 지독스러운 미화나 지독스러운 저평가 등은 요즘 세상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뭔가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되는 과거의 인물에 대한 평가, 이 영화도 결국 그런 부분에 의해서 벌어진 유령 소동이며, 결국 유령이라는 존재는 인간에 의해서, 인간의 이기심과 사악함에 의해서 탄생되는 존재라는 셈인데, 스텔라 집안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서 여행객이었던 로드릭과 파멜라 남매가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마치 컨저링의 워렌 부부의 역할인 셈입니다. 귀신들린 집 영화의 원조격 작품이라고 할까요?
'잃어버린 주말' '절해의 폭풍' '다이알 M 을 돌려라' 등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40년대의 명배우 레이 밀런드가 주인공 로드윅으로 출연하며, 저택의 비밀에 휩싸이면서 로드윅과 로맨스를 벌이는 여주인공 스텔라 역은 당시 신인 여배우였던 20세의 게일 러셀이 출연했습니다. 게일 러셀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신인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렇다할 주목받을 영화를 내놓지 못하면서 일급 여배우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49년 결혼 이후로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는데 5년간의 결혼 생활 후 이혼한 다음 복귀했을때는 이미 그녀의 시대는 지나간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복귀후 그저 그런 활동을 하다가 1960년 37세의 나이로 출연한 작품이 은퇴작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령의 집' 외에 존 웨인과 출연한 '노도'와 알란 랏드와 공연한 '캘커타 '정도가 개봉된 작품입니다. 그 외에 노역 연기 전문 조연배우인 도날드 크리스프가 스텔라의 할아버지인 중령 역을 연기합니다.
해안가에 홀로 우뚝 머물러 있는 외딴 저택, 음산한 해안가의 절벽과 파도 등을 잘 활용한 영화로 나름 '특수효과'도 보여지고 있는데 안개처럼 등장하는 유령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은 40년대 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겨운 장면입니다. 사연을 품고 죽은 여자라는 설정이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에 적용시켜도 잘 어울릴 내용입니다. 유령은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지만 유령보다 훨씬 무섭고 사악한 것은 인간이라는, 이런 이야기에서 늘상 벌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일침이 이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에는 해방 바로 직후인 1946년에 '유령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원제인 '불청객'에 비해서 영화에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물론 '불청객'에 비해서 너무 영화의 소재를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요. 흑백 화면이 더 어울리는 영화였고, 해안가 저택 유령 괴담 이라는 소재를 비밀스러운 한 집안의 비극적 사연과 잘 결합시켜서 흥미롭게 만든 영화입니다. 40년대 개봉 이후 방영, 출시 기록이 없는 희귀영화 반열에 오른 숨겨진 영화입니다.
ps1 : 이사오는 남녀를 부부나 연인이 아닌 남매로 설정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ps2 : 동물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유령의 존재를 더 잘 감지한다 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초반부에 동물 두 마리가 보여준 '명연기(?) 도 재미있고.
ps3 : 호러, 판타지 장르 치고는 꽤 평화로운 영화지요. 유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가 꼭 요란스러워야 할 필요는 없지요.
[출처] 유령의 집(The Uninvited 44년) 귀신들린 집 원조 고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