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이다.
며칠 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였더니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차가운 바람이 세차다.
바람 휘몰아쳐 먼지이는 장마당엔 오랜만에 기차타고 온 길손들로 북적이고
모처럼의 왁자한 길손을 맞아 올챙이 콧등치기국수를 마느라 분주하다.
며칠 따스하다 추워진 날씨로 좌판을 벌린 할머님들은 웅크리고 앉아
어서 팔고 일어섰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하나 좀체 팔리지는 않는다.
불황의 여파는 정선도 비켜가지 않아 올 적마다 문닫는 가게가 하나둘 보이니
마음 한 구석 허전하기도 하며 무어라 말 못 할 분노마저 생긴다.
그래도 삼삼오오 가족끼리 또는 동무끼리 나선 이들에게는 구경도 재미라
갓 캐어낸 달래며 냉이집어 그 냄새 맡고 민들레뿌리는 어찌 하나 묻는다.
장마당을 휘 돌아보니 예년에 볼 수 없던 풍경으로 무우청시래기가 많이도 나왔다.
언젠가 무우청시래기가 몸에 좋은 식품이라 알려지면서 찾는 이도 많아
그저 집집마다 자가소비하던 시래기가 장마당에 나온다.
산골의 겨울밥상에는 으례 아침저녁으로 올라 반양식으로 삼던 시래기가
귀하신 몸이 되어 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보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며,
시래기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준
우리네 조상에게 감사의 염이 생긴다.
이런저런 어지러운 세상사를 두고 왔기에 TV를 그리 즐기지는 않지만
이번 주 “인간극장”에서는 강원도하고도 인제 땅 곰배령의 강선마을이 나왔다.
아직도 눈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이 잔잔하고
무한궤도차로 다녀야 마을 간 왕래도 되니,
이 좁은 땅 대한민국에도 저런 곳이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젊은 부부의 설국 생활이 닷새 간 이어졌지만 자세히 보면 여느 산골과 달라
어르신들은 보이지 않고 젊은이들만 모였다.
겨우내 눈에 묻혀 살아야 하니 어르신들은 힘들어 살기 어려울 터...
애시당초 직업과 연관된 세상사를 끝내고 정선으로 갈 적엔
곰배령같은 심산유곡에 들어 오두막을 짓고 살고자 했다.
꿈과 현실은 맞지 않기 마련이라 운전면허도 없어 차가 없으니
그런 곳은 갈 수가 없어 꿈으로만 접고 정선으로 온다.
이러저러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사는 곳에 정도 들고 홀로의 생활도 익숙해졌지만
혹여 곰배령같은 곳에 갈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다 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모든 인연을 두고 간다 하여도 그 곳도 역시 사람사는 세상이라
이런저런 인연은 다시 엮게 마련이라...
지난 가을 텃밭의 배추 무우를 뽑고는 겨우내 이런저런 거름을 뿌렸는데
눈에 묻혀 얼었을 적엔 괜찮더니,
눈이 녹고 거름이 드러나기 시작하여 거름냄새가 많이도 난다.
시골에 살며 거름냄새야 구수하다 여겨야 하거늘 아직도 익숙하지 못 하여
이웃영감님으로부터 지청구를 들었다.
장에 다녀 온 후 지난 해 갈무리해 두었던 씨감자도 꺼내보고 옥수수씨앗도 헤며
이 고랑에는 무엇을 심고 저 고랑엔 무엇을 심나 궁리한다.
아직 꽃은 멀었는데도 부는 바람은
꽃샘바람이라 할라나...
첫댓글 공기맑고 햇살좋은 정선의 날들이 마냥 부럽습니다...
너른 텃밭에 각종 채소들~ 생각만해도 부럽고요...
휴식내내 거름을 맘껏 맛보았을 텃밭에서 기운이 뻗어나와 싱싱함을 안겨주겠지요?
유기농의 야채들로 더욱 건강하시리라 기원해봅니다... ^^*
혼자 소비하는 농작물에 비료나 농약은 쓸 일이 없어 겨우내 거름을 주지요.
온갖 채소가 푸르를 때 오시면 한 아름 드립니다. ㅎ
장 다녀 오셨네요 ..시골장 휘 휘 돌아 돌아....집으로......잘보고갑니다 ..
네, 닷새만의 장날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
무어 살게 없더라도 휘 돌아 듭니다. ㅎ
서울은 오늘 하루종일 바람이 세차게 불어
매장 밖에 세워둔 헹거 단도리에 하루가 넘어갑니다.
봄의 문턱에서 동장군과의 기싸움이 대단해요.ㅋ
무청시래기는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것 같아요.
나물, 국, 찌개 등등...ㅎ
오늘 저녁찬은 뭔가요?
저는 님의 식탁이 웰케 궁금한거죠? ㅋㅋ
다행히 저녁되자 바람은 자는군요.
저녁식사는... 오랜만에 빵집에서 몇 가지 골라왔기에...ㅎ
빵을 좋아하여 장날이면 별식으로 삼지요.
여유로운 정선의 한자락 잘보고 갑니다,,,,너무 산골짝으로 더 들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으면 않되잖아요,,,이 좋은 글을 볼수 없으면 정말 아쉬움이 많을거라요,,,
자동차도 없고 하여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그 곳도 인터넷은 되는 줄 아옵니다. ㅎ
제가 산골이 고향이고 산골을 그리워하지만,
정선의 산골모습이 정겹고 여유롭게 느껴지는건 방장형님의 뛰어나신 글솜씨와 무관하지 않을겁니다.
마치 제가 정선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이 생각납니다..ㅎ
님도 수월치 않은 나이라 아는데 헹님이라 하면 어쩌나...ㅎ
글이야 느끼는대로 쓰니 솜씨와는 무관합니다.
정선나그네님의 글을 읽으며 느껴지는 맛 이제는 정선이 이웃인듯 우리 마을이 정선인듯........
ㅎㅎㅎ 과장이 아니고 잠가잠간 그리 느껴집니다.
다음글 기대합니다.
그리 생각하시니 감사합니다.
시골에 살다가 보면 거름냄새가 향기려워집니다.
시골생활 12년차인데 거름을 주고난후 지인이 찾아 오더니
이 냄새에 어떻게 사느냐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후 누가 만나자고 하면 제가 나갑니다.
이 좋은 공기의 맛을 ...ㅎ
향기로 느껴져야 하는데...
마당의 개 두 마리 변치우는 일도 익숙치 않습니다.
저는 10마리도 넘게 키우고 있습니다.
그걸 즐기면서 하면 향기로움으로 다가옵니다.
곰배령......이 단어에...이끌려~~ㅎㅎ
제가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천상의 화원 곰배령..이라는 드라마는 가끔 보거든요.
아마도..천상의 화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채널을 멈추게 되었던것 같은데..좋더군요.
곰배령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생각도 들었었덥니다..
눈쌓인 천연의 아름다운 곳... 가고 싶습니다.
어릴적 시골의 오일장은 구경거리와 먹거리로 우리들을 즐겁게하였지요.
엄마를 졸라 따라간 장날은 자장면 한그릇이면 내생에 최고의 날이였어요.
무엇하나 부족한것이 없는 지금의 아이들은 어려운 시절 자장면 한그릇에
행복해하는 우리들 만큼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절이 달라졌으니 우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적응해야 할 듯...
아~빵도 좋아하시는군요...
어느날 빵을 한아름 안고 바람처럼 들르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래봅니다......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낙숫물 장마당 곰배령 올챙이 콧등치기국수...
정선의 풍경이 정겹게 그려지네요.
근데 지청구란 말은 오늘 첨들어보는데 그것 마저도 낯설지 않으니
정선이 그냥 우리네 이웃 동네 얘기 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방장님의 정선사랑 또 기대됩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공감하여주심에 감사드리며...
잔소리를 섞어가며 아랫사람을 꾸짖는 일을 지청구라 합니다. ㅎ
좋아하는빵이지만 살찌는게 겁나 참는 제심정 아시련지..... 살찌면 아픈다리가 더 심하니... 장구경은 내가 젤 좋아하는 취미중의 하나인데 도시에는 옛날 맛 나는 장이 보기드물고 대형마트의 화려함에 한바퀴돌고나면 아 피곤해....
담에 만나게되면 빵들고 갈께요.
어제 장에는 봄나물도 나왔지만 집에서 띄운 메주도 많이 나왔기에
각각의 모양을 보느라 한참을 다녔지요.
곰배령 기억하겠습니다. 대가족 나이 58세면 곰배령 마을에 합류해도 되는 나이인지 생각도 해보고
정선나그네님이 계신 정선은 이미 전에 기억을 해놓있습니다.
나이제한이 있는 동네는 없지요...ㅎ
평생을
기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지만
어떤 인연으로
서로가
기댈 수 있을까
이왕이면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기대 하지요
님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쉬어 갑니다.
좋은 인연을 얼마나 유지하는가... 도 중요하지요.
그래도 정선에는 사람 살만한 곳 아닌가요?
엇~그제 방영되었던 곰배령은 넘~~사람 살기가
힘들거 같애요~~
젊은이들 이니까 버티고 살지만 나이 묵은 사람은 살기가
넘~~어려운 곳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그네님이 사시는 단임골이 넘 좋아 보입니다.
오늘도 서울은 겁나게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옵니다.
그곳은
장작불 타는 냄새에 온기가 가득한 난로에
군고구마 구어서 맛나게 먹고있는 나그네님을
상상하여 봅니다.ㅎㅎㅎ
말씀대로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집안에서 지냅니다.
난로에 장작 그득 넣어 반소매 차림으로...
참고로 사는 곳은 단임골이 아닌 항골이지요.ㅎ
수삼년전 아들이 조립하여 쓰다
두고 간 컴을 받아쓰니
하드 용량도 적은 데다
다룰 줄도 잘 모르는데
바이러스는 왜 그리 좋다고 덤비는지....
입춘 지나 내일이 우수니
남쪽인 이곳은 정선 보담
남풍이 먼저 닫을 듯한데
남풍은 아직 이고...
몇 일 따뜻하더니
다시 부는 차가운 북풍에
좋은 소식 담겼으니,
게시판지기 되심이라.
게시판지기 되심을
에나(정말,진짜의 서부경남 표준말) 축하 합니다.
감사합니다만 축하받을 일인지는...
내일이 우수라 봄은 종종걸음으로 옵니다.
정선 나그네님의 글은 항상 무언가 찡하게 와닿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향생각도 많이나고,,
자주들리셔서 좋은글,, 세상사는 이야기 많이 들려 주시구여 건강 잊지 마세요??...^^*
님의 이름을 보아 정선이 고향임을 알겠고,
님께서도 자주 오시어 세상사는 이야기 들려주시기를...
여기는 정선과 곰배령의 중간쯤.. 대관령에 가까운 평창임니다
지금도 눈속에 묻혀있지요
가능하다면 정선가면 한번 만날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
40분이면 갈수있는 거리인데요
네, 언제든지...
옆지기가 젊었을때부터 소원이 강원도 깊은산골 인적없는오지마을에서 사는거였답니다
물론 저는 심히 반대하며 가려면 혼자가서 살라했었구요
그런데 옆지기 건강을잃은 지금은 제가 가려해도 두렵답니다
인간극장보며 겨우내 덮인 눈쓸어내야하는것도 힘에겨울듯하고
땔감에쓰일 낭구하러가는건 더더욱 못할것같고.....
젊을때 그소원 들어줬어야했나...후회도 잠깐했네요 ㅎㅎ
정말 노인분들이 안보이고 젊은이들만 모여사는듯하더라구요
정선도 눈이 많이오겠지요? 겨우내내 건강하세요~^^
시골로 가는 일은 나이와는 상관없지요. 그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되니...
지금은 건강상 두어정거장 걷는것도 힘에부쳐해서요 ^^
걷기 어렵다 해도 맑은 공기와 물, 산과 숲 속에 있기만 하여도 도시보다는 낫다는 생각인데
처해진 여건이 서로 다르니 어느 것이 정답이다 할 수는 없겟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