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비몽사몽몽
과장 아직 짐작 가는 데가 없어?
오성호 ……죄송합니다.
반장 환장하겠구마, 이거…….(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본다.) 오형사 니가 머리를 쓰면 찾 을 수 있다고 했다며? 뭔가 힌트가 있다는 거 아니야?
오성호 사실, 오늘이 제 딸애 생일이거든요. 그리고…… 일년 전, 딸애가 죽은 날이기도 하고요.
정형사 (안됐다는 듯이) 생일이자 제삿날이라는 얘긴데…… (뭔가 집힌다는 듯이) 무덤이 어
디 있어요? 그런 날은 보통 무덤가잖아요?
성호 무덤 없어. 화장 했으니까…….
반장 잠깐만……조용해봐. (사람들의 말을 제지하고 무전 교신을 한다.) ……인질? 장소가 어디야? 오케이, 알았어. 기다려봐. (교신을 끝내고 성호를 돌아본다.) 자기가 정순 정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방송국에 전활 해서 김포 쓰레기매립장에서 인질극이
있다고 그랬대.
오성호 김포 쓰레기매립장이요? 거기……제 딸애 사체가 발견된 곳인데…….
반장 맞다, 거기다! (사람들에게) 움지기라! 출동이다!
오성호 ……원래 아이 별명이 <오로라 공주>였어요. 그런데 전 그것도 잊어먹고 있었죠. 스티커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어디서 본 듯 하다고만 생각했고, 설마 했죠.
오성호 일년 전 그날도 아이가 없어지고 날이 어두워지도록 못 찾으니까 제게 전화를 했 더라구요. 이혼한 남편이지만, 그래도 애 아빠니까……명색이 경찰이니까……해 결해 주겠지 라는 믿음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전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요.
그냥……파출소에 신고하라고만 했죠. 지금 바빠서 못 간다고…….
반장 ……고마 해라. 지나간 일 자꾸 반추하면 병나요…….
반장 아주 영화를 찍어라. (기사에게) 야! 뭐하노? 기자들보다 늦게 도착할래?
형사 그런데 말예요, 형수님이……,(하다가 반장의 눈치를 보고)범인이……,(하다가 성호의 눈치를 보고) 형수님이…… 왜 방송국에 연락을 했을까요?
반장 저기 뭐꼬……?
멀리 쓰레기 매립장 가운데로 보이는 캄캄한 허공에 매달려 있는 무언가. 팬티만 입은 김우택이 회전의자 채로 대형크레인의 줄에 걸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확성기를 통한 노래 소리 들린다. 일부러 만든 것 같은, 기묘한 아이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소리.
아빠……, 이제는 알아요……. 인생은 외로운 거라고 아빠가 하던 말……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 공주예요! 경찰아저씨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제 생일이에요. 내 생일인데……아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요. 여긴 너 무 외로운 곳이거든요. 밤이 되면 너무너무 외로워요. (아이의 목소리로 흐느낀다.) 너무 무섭고 외로워요…….그래서 (갑자기 밝은 목소리로) 생일파티를 열기로 했거 든요. 그래서 경찰아저씨들을 불렀어요! 우리 아빠도 경찰아저씨거든요! 아빠도 오셨을 거예요. 아빠! 어디 계세요?
오성호 나야. ……나 보이지? 얘기 좀 해.
순정 (돌연 착 가라앉은 순정의 목소리) ……당신하고는 얘기하기 싫어.
순정 오성호.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얘기를 해? 애 아빠라고?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 는 사람이야! 그 꼴란 경찰이라면서 자기 아이도 못 지킨 인간이잖아.
순정 오늘 내 딸, 우리 민아 생일인 거 너 기억하니? 그런데 작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 딸 민아가 죽어서, 시체로 발견됐어! 발가벗겨져서!
여섯 살짜리 아이를, 그 천사 같은 아이를, 짐승만도 못한 새끼가 죽여서 여기에 버렸어! 이 쓰레기들 틈에! 서울에 사는 온갖 인간들이 버리고 싸놓은 이 쓰레기 들 틈에 내 딸을 죽여서 버려놨어! 그런데, 그 짐승만도 못한 새끼는 지금 어떻 게 됐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대요! 그렇게 되는 동안 넌 뭐 했어? 넌 그날 민아 생일인지도 모르고 있었잖아!
오성호 그쪽으로 갈께. 만나서 얘기해.
순정 (갑자기 다급한 아이의 비명소리로) 아빠! 오지 마세요! 안돼요! 아빠!
아이의 울부짖음과 동시에 사람들이 놀라서 외치는 소리 들린다. 성호, 고개를 들어본다.
허공에 매달려 있던 김우택이 땅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히고 있다. 그의 처절한 비 명소리가 밤하늘의 허공을 뒤흔든다.
사람들이 모두 경악한다.
그의 몸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날 것 같은 찰라,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줄에 매달린 채로 그대로 있다.
김우택은 완전히 얼이 빠진 듯하다. 경찰들이 그를 붙들려고 쫓아간다. 그러나 크레인이 작동하면서 다시 허공으로 솟구치는 김우택. 혼이 빠진 것 같은 비명소리.
반장 (마치 마이크 테스트 하듯이) 아, 아, 아, 아! 정순정씨, 정순정씨! 내 말 들려요? 내 말 들립니까, 정순정씨? 나는 강남서 강력계 변승호 반장입니다! 내 말 들립 니까? 정순정씨!
순정 아저씨, 우리 엄마 지금 얘기하기 싫대요. 엄마 기분이 되게 나쁜가 봐요. 우리 엄마 화나면 진짜 무서워요.
반장 뭐고, 이거? 말이 통해야 뭘 해보지.
기동대장 그래도 계속 말을 시켜요. 작전 들어갈 거니까 계속 신경을 이쪽으로 끌어요!
(대원들에게 빠르게 지시한다.) 눈치 못 채게 조심해서 접근하고, 준비되면 연락해.
반장 여하튼, 정순정씨! 저기 매달려 있는 사람 풀어주세요! 우선 저 사람 풀어준 뒤에 원하는 게 뭔지 이야기합시다!
순정 안돼요!
저 변호사 아저씨 나쁜 아저씨예요! 오로라공주가 벌 줄 거예요!
반장 오형사 딸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오성호 민아요. 오민아.
반장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아이에게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민아야. 착하지?
반장 민아는 착한 아이잖아, 그지?
순정 (흐느끼기 시작한다) 아빠…… 무서워……. 너무 무서워, 아빠…….
아이의 슬픈 흐느낌 소리는 계속 된다. 모두들 침묵 속에서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성호, 반장에게서 메가폰을 받아들고 앞으로 나선다.
오성호 ……울지 마, 민아야. 울지 마……. (그는 지금 진짜 자신의 딸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안해…… 민아야. 아빠도 너 보고 싶었는데…… 미안해.
순정 아빠……(계속 흐느낀다) 너무 무서워요.
오성호 이제 괜찮아, 민아야. 이제 괜찮을 거야. 내가……아빠가 잘못했어.
(그 역시 울먹이며.) 우리 민아한테도, 엄마한테도…… 용서해 줘…….
순정 (민아의 목소리) 아빠, 울지 마요. 아빠가 울면…… 민아도 슬퍼. 엄마도 슬퍼 할 거야.
오성호 이제 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민아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무서워 하 지 않아도 돼. 알았지?
순정 …….
오성호 아빤…… 민아 사랑해…….
기동대장 돌격 앞으로!
동시에 어둠 속에서 크레인 조종실 안으로 뛰어드는 침투조의 모습이 보인다. 최루탄도 터지고 있다. 아이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 들린다.
순정 아빠——!
참담한 표정으로 크레인을 보고 있는 성호.
순정 아빠, 아빠! 이러지 마! 난 가기 싫어……!
기동대원들에게 양팔을 결박된 채로 끌려나오는 순정.
몸 안에서 모든 것이 빠져 나간 듯, 텅 빈 표정이다. 어느새 달려온 방송 카메라의 조명 이 그녀의 얼굴을 눈부시게 드러낸다. 후래쉬도 터진다.
순정의 앞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이 그녀의 시점으로 어지럽게 보여진다. 후래쉬를 터뜨 리는 기자들. 그리고 카메라, 길을 헤치는 경찰들. 그 중에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타나는 성호.
순정과 성호의 시선이 서로 마주친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다시 경찰들에 끌려 앞으로 나가는 순정.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본다. 산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
순정의 순간적인 회상. 거칠고 과다 노출된 화면.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는 민아의 사체. 발가벗은 몸이 옷가지에 대충 싸인 채로 다른 쓰 레기들 속에 묻혀 있다. 마스크를 쓴 경찰들이 사체를 조심스럽게 끌어 올린다. 어느 한 순간 드러나는 민아의 싸늘하게 굳어진 얼굴.
민아 엄마!
아주 느리게 화이트 인 되는 이미지 속에 이쪽을 향해 웃으며 뛰어오는 민아.
손에는 마술봉을 들고 있다.
마술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순정, 웃으며 민아를 돌아본다.
순정 오늘은 뭐 배웠어요? 우리 공주님?
민아 (마술봉을 아래위로 흔들며)자, 봐봐! 없어져라……. 없어져라…….
도연 민아야, 이거 내 선물이야. 생일 축하해.
민아 고마워.
여자(OS) 뭐해? 빨리 안 오고!
저만큼 차 앞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여자. 백화점의 그 여자다.
도연 안녕!
하고는 얼른 뛰어가는 도연.
민아 (멀어져 가는 도연의 모습을 보며) 엄마, 도연이언니 참 불쌍해
순정 왜? 왜 불쌍해?
민아 (손을 흔들어주며) 친엄마가 아니고 새엄만데, 되게 못됐대.
아빠만 없으면 맨날 때린대.
민아 그래서…… 자기 전에 맨날 기도한대. 새엄마 죽게 해달라구…….
첫댓글 ...? 뭔내용이여
이 게시글 내용스포 돼나?
@노래방가고싶어 아 나 그냥 영화소개글인줄알았어 ㅋㅋㅋㅋㅋㅋ 이어지는건지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