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카테고리 이동 kimkwangsooblo 검색 MY메뉴 열기 사진 강남제비 소식 프로필 별명없음 2020. 3. 12.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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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이 돌아오면 제비 소식이 궁금하였지요.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온다는 봄철이다. 마당 빨랫줄에 옹기종기 줄을 지어 앉아 지지배배 강남 소식 전하였지, 멀고 먼 바닷길 따라 힘도 많이 들었을 것이야, 따뜻한 중국 양자강 이남의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좋은 봄소식 부리에 물고 쉬지 않고 밤낮을 날아왔단다. 친구들아 안녕들 하신가. 작년 갔던 각설이가 아니고 제비 친구가 왔단다. 처마 위에 집 지을 장소 찾아 이집 저 집 돌아보았단다. 먹을 것 찾아 날개에 의지하여 이제부터 찾아야 한다고 재잘거린다. 우선 안식처를 준비하기 위해서 지푸라기도 물어오고 진흙도 물어와야지 이들의 건축술은 놀라움 그 자체다.
작은 부리로 동거할 부부들이 쉬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놀고먹는 놈 하나 볼 수 없다. 또 남이 지은 것 도둑질하는 놈도 보지 못했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완벽하게 건축하는 모습은 칭찬을 아까지 않을 수 없다. 신혼집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지저분해진다면서 부숴 버리는 몰지각한 나쁜 사람도 있다. 마치 로켓이 하늘을 솟아오르듯 번개처럼 치솟는 모습은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또 하강하는 모습은 마치 땅에 부딪치려는 듯 아래로 내리꽂히는 모습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은 강남처럼 온화하지 않은 날씨지만 날개를 비비면서 내일은 무엇을 할까 보금자리는 언제쯤 끝내야 할 것인지 고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날 세면 또 일터로 나아간다. 오늘은 앞 실개천에 가 보자고 약속하였다. 지난밤 어디에서 노숙했는지 어느 울타리에서 새우잠을 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집 짓기에 열중이다. 강변에 나가 먹을 것도 구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기억하면서 낯선 땅 이국에서 살아갈 것을 궁리한다. 이웃 친구들과 만나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것에 대하여 토론도 한다. 또 집주인의 심성이 고운 사람인지 아니면 마음이 고약하여 해코지나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기도 한다. 안주인은 후덕한 사람인지에 지대한 관심이 가기도 한다.
할머님은 계신지 아니면 아이들은 몇 명이나 있는지도 관심사다. 집안에 꽃나무들이 몇이나 있는지 소나 돼지 그리고 강아지도 있는지 없는지도 아기 노란 병아리 교육현장은 최대의 관심사다. 퇴비장에 억센 발가락으로 파헤쳐 먹잇감 찾아주는 훈련은 자신들에게도 큰 가르침이기에 예의 주의하면서 기억에 담고 있다. 때로는 하늘을 나는 저승사자 나타나면 어미 닭과 한판 승부를 내는 기이한 구경도 하게 된다. 때로는 잡혀가는 어린 노란 병아리를 보는 슬픔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곳저곳에 위험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뜻한 처마 밑이 좋아 고개 접은 강아지는 낯선 손님이 오는 지도 모르고 한밤중이다. 그럼 터기에 매어놓은 송아지 엉덩이에는 우분이 더덕더덕 붙었구나.
보기에도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듯 쇠파리 공격에 긴 꼬리로 팽이채 돌리듯 돌려 쫓아보지만 그때뿐이다. 이들은 때가 되면 밭도 갈아야 하고 논도 갈아야 한다. 농가에는 없어서는 안 될 가보 1호라고 자랑자랑이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성정이 워낙 순하여 아이 어른 모두들 좋아한다. 코뚜레에 매인 고삐 잡고 좌우로 잡아당기면 말없이 그냥 따라오는 덩치다. 힘은 천하 장사도 부러워한다. 농부 10몫을 담당한다고 하니 가보 1호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우리도 열심히 보금자리 건축에 날개가 아플 정도로 물어 날라 외벽은 모두 완료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내부의 침실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고 노래한다.
부드러운 솜털도 좋고 털갈이하고 버리는 것들도 좋다면서 재료를 찾아 이리 날고 저리 날아다니면서 한입 물고 또 물어 날라 바닥에 깔기 시작한다. 날만 세면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가을의 풍요를 꿈꾸시면서 들녘에 일 나가시고 자녀들은 책가방 매고 학교로 종종걸음이다. 학교 가는 길 좀 보소 그냥 얌전히 가는 것이 아니다. 길바닥에 깔린 돌부리도 차 보이고 길가 버들강아지도 꺾어 보기도 한다. 이웃집 대문도 차 보이고 담벼락도 차 본다. 성장 통을 새기지 못해 친구들과 힘겨루기 하면서 가고 오는 등하굣길이다. 집에는 할머님만이 남아 하다만 바느질에 침침하신 눈으로 바느실 꿰시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늘려 있는 것 청소도 하신다.
정돈도 하시면서 가정에 어른으로서 하실 일들을 찾아 하시고 계신다. 어느 누구 하나 놀고먹는 사람 하나 없다. 오늘은 강가에 나왔더니 앞을 가리는 물 안개가 자욱하여 어디 가 어딘지 분별하지도 못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텃논에도 가보고 뒤편 이랑이긴 밭에도 가보았다. 농부들이 각자 분담한 일들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씨 갑을 뿌리고 심어서 가꾸기를 자식 돌보듯 할 것이다. 땅에 사는 사람들은 땅처럼 언제나 진실하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뿌린 되로 나타나고 자란다. 감나무에 배 달리는 것 보지 못하였다. 독립운동가였으며 항일시인이었던 권태응 옹의 감자 꽃이 생각난다.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노래비는 대문산 탄금대 정상에 노래비가 생각이 난다. 땅에 사는 사람들의 가세는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그분들의 얼굴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땅의 정기를 받고 평생을 살아왔기에 땅은 곧 터를 잡고 살아가는 농부요 제비며 강아지고 소와 닭 들이라는 것이다. 태초에 사람을 창조하시고 공중에 살라고 하시지 않았다. 물속에서 살지 말라고 하셨다. 오직 땅에서 살라고 명하신 것이 왜 무엇 때문일까. 땅처럼 사심 없이 순수하게 살아가라고 명하신 것이다.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처럼 살라는 것일 것이다. 강남 갔던 제비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생존환경에 적합하다면 오염되지 않은 땅이라면 수만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바다를 횡단하다 보면 희생도 감수하면서 종족 보전을 위해서 찾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마음의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사람들로 발생되는 수많은 해충이 득실거린다. 이들 해충들을 박멸하고자 찾아오신 고마운 친구들이다. 흥부의 마음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들이 알을 낳고 부화시켜 많은 수의 재비를 바라신 하나님이시다. 많다고 걱정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조화는 우리들의 소관사가 아니다 창조하신 하나님이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제비들은 계절을 찾아오는 계절 손님이다.
우리는 손님 접대에 마음을 열어 반기는 민족이었다.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면 못된 사람보다도 더욱 소중한 강남제비들이다. 이들이 생활 터전을 잘 가꾸어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왜 왔느냐고 불평불만하지 말자. 부화된 새끼들의 자라는 모습과 심은 농작물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갓난 아이들도 함께 자란다. 오라고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이 땅이 좋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다며 찾아온 귀한 손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말에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분명히 찾아온 철새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 과 모습은 다를지라도 살아가는 것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것이 소중하다면 그들의 것도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흥부의 선행보다는 놀부의 악행을 좋아하는 세상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원하여야 한다. 어지러운 세상에 쭉정이들이 내로라며 설치는 세상이다. 누가 알곡인지 쭉정인지 분별하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강남 갔던 제비들의 삶을 보고 깨우쳤으면 좋겠다. 잘나면 얼마나 잘났는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씀이 새삼 가슴에 닿는다. 추운 것과 뜨거운 것은 곧잘 분별하면서 옳고 그름을 분별 못하는 혼돈의 세상이다. 찾아온 제비들은 무엇을 배우고 갈까 두려운 마음 금할 길 없구나. 시절은 말없이 찾아와 말없이 그냥 뜨나 가는 손님이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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