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풍성한 분양 이벤트가 전국 곳곳에서 판을 벌인다. 판교신도시 중대형 평형 동시분양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28만7,000여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계획이다. 상반기 12만가구 남짓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3·30대책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체들이 분양 프로젝트를 연기한 것이 이번 하반기에 일제히 풀리는 까닭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7월부터 연말까지 전국 473개 사업장에서 총 31만1,633가구가 공급되며, 이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28만7,554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전체의 46%인 13만2,387가구가 서울·수도권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판교를 비롯한 택지개발지구 공급이 이어지고 2,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꽤 많아 실수요자들에게는 ‘내집마련 찬스’나 다름없다. 또 하반기부터 미성년 세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물량의 3%를 우선공급하기로 해 해당자는 눈을 크게 뜨고 청약에 나서 볼 만하다.
무엇보다 하반기 이후에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적잖은 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돼 실수요자라면 서둘러 분양을 받는 게 유리하다. 이미 지난 7월12일부터 건축 연면적 60.5평이 넘는 모든 건축 행위에 기반시설부담금이 부과되는 등 인상요인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8월25일부터는 재개발 시공사 선정시기가 초기인 재개발 추진위원회 인가 단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늦춰져 사업지연에 따른 비용부담이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업이 초기단계인 재개발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영향권에 속할 전망이다. 또 9월25일부터는 재건축 이익 환수 차원의 개발부담금 제도가 시행돼 이 또한 분양가 인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택지개발지구 분양 ‘봇물’
하반기에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은 판교신도시지만, 지난 3월의 예를 감안하면 이번 역시 청약경쟁률이 높디높을 전망이다. 8월24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거쳐 30일부터 청약접수가 이어지며 당첨자 발표는 10월12일로 예정돼 있다. 총 7,164가구 중 25.7평 초과 4,993가구, 25.7평 초과 임대 397가구, 25.7평 이하 1,774가구로 구성된다.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만큼 실제 분양가는 평당 1,600만~1,700만원선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중대형 아파트는 총분양가격이 6억원이 넘어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받아 대출한도가 제한된다.
올 하반기 분양물량의 특징은 굳이 판교를 고집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에선 뉴타운 분양이 본격적인 깃발을 올리고 파주 운정신도시, 인천 송도신도시 분양도 예정돼 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판교신도시 주변을 겨냥하려면 용인의 성복지구, 흥덕지구와 의왕 청계지구 등을 눈여겨보면 된다”면서 “판교 아니더라도 블루칩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판교신도시와 인접한 용인에서는 올 하반기에만 2만2,000가구가 쏟아진다. 민간택지지구인 성복지구의 경우 GS건설과 CJ개발이 ‘타운’ 만들기에 나선다. GS건설이 8월에 먼저 36~58평형 500가구를 선보이며 10월에는 CJ개발이 33~94평형 1,314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택지인 용인 흥덕지구도 판교신도시와 가깝다. 기흥읍 영덕리 일대 65만평 규모로 녹지율이 29.9%, ha당 인구밀도가 133명인 저밀도 친환경단지로 개발된다. 2008년 말 개통 예정인 용인~서울간 고속도로가 흥덕지구를 관통하며, 정자~수원간 신분당선 연장 광역전철도 이용할 수 있어 교통여건은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이곳엔 신동아건설(802가구), 호반건설(530가구) 등이 12월께 2,699가구를 공급한다. 신동아건설의 경우 39~54평형의 중대형으로만 802가구를 내놓는다.
의왕 청계지구와 성남 도촌지구 역시 판교 후광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의왕 청계지구에선 총 1,705가구가 공급되는데, 올 12월께 612가구가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후분양제 아파트이며, 전용면적 25.7평 초과분 100가구는 2008년에 추가 분양할 계획이다. 판교, 분당과 가까운 입지조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남 도촌지구는 11월부터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30~33평형 408가구로 모두 주공이 지어서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공급한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8월부터 본격 공급된다. 한라건설을 필두로 삼부토건, 벽산건설 등이 7개 단지 총 5,787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운정지구는 경의선 운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월롱면 LG필립스LCD산업단지가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주상복합 중에서는 송도신도시의 ‘더샵스타파크’가 단연 눈에 띈다. 지상 45층 3개동 규모이며 31~114평형 729가구로 구성된다. 서해 앞바다와 송도신도시 내 센트럴파크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이 특징으로 8월에 공급될 예정이다.
은평뉴타운 ‘청약 1순위’
서울에서는 강북 뉴타운 개발 물량이 관심의 초점이다. 하반기 서울지역 분양물량의 73%가 강북권에 위치하는데다 뉴타운 및 재개발 물량이 전체의 57%에 달할 정도로 강북권 재개발 아파트의 비중이 높다. 전체 62개 사업장에서 총 3만521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중 1만8,990가구가 일반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은평뉴타운은 규모 면이나 다른 조건 면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친환경 입지를 자랑하는 은평뉴타운에선 근래 보기 드문 대단위 물량이 쏟아진다. 총 1만5,200가구가 지어지는 가운데 올 9월 3,373가구를 시작으로 본격 분양 레이스에 돌입한다. 당초 예정보다 중대형 평형 물량이 늘어나는데다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아 관심이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김경철 동부건설 상무는 “서울 신규 분양 가운데 첫 순위에 놓고 도전해야 할 곳”으로 은평뉴타운을 꼽고 있다. 서울지역 청약통장 가입자라면 ‘위시리스트 1순위’에 올려놓아도 좋다는 이야기다.
9월 분양분은 1·2지구로 두산산업개발, 현대건설, 동부건설이 시공한다. 롯데건설(1,593가구), 대우건설(1,274가구) 등도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편 신규공급이 드물었던 조망권 단지들도 선을 보인다. 서강대교 북단에 인접한 마포구 하중동 GS밤섬자이는 한강조망권을 영구적으로 확보했다고 해서 높은 인기를 예약하고 있다. 4층 이상이면 한강과 밤섬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특급 조망을 자랑한다. 서강주택 재건축 물량으로 33~60평형대 총 488가구 중 75가구를 10월께 분양할 예정이다. 특히 이곳은 전체 가구수의 10~25%를 임대아파트로 분양하는 개발이익환수제가 적용되는 첫번째 아파트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이 걸어서 5분 거리이며 교육시설도 풍부한 편이다.
성동구 성수동 KT터에 들어서는 현대홈타운은 서울숲 조망권이 특장점이다. 서울숲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이 걸어서 5분 이내 거리다. 특히 445가구 모두 일반분양으로, 18~92평형대가 10월 초 공급될 예정이다. 버블세븐 논란 이후 용산과 함께 풍선효과 지역으로 첫손 꼽히는 곳이어서 청약희망자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물산이 전농·답십리 뉴타운 인근 전농3-2구역에 선보이는 답십리 래미안도 뒤로는 배봉산, 앞으로 중랑천, 인근에 청계천이 자리잡아 산과 하천 프리미엄을 기대할 만한 단지로 손꼽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 공급하는 아파트라는 점도 이채롭다. 7월25일부터 24~42평 총 472가구 중 308가구를 분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