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조적 편: 제4회 죽어서도 통탄하다
제4회 죽어서도 통탄하다
조적은 황하 이남의 넓은 땅을 다시 찾은 것으로 인해 진원제로부터 진서장군(鎭西將軍)에 봉해졌다. 중원평정이 목적인 조적은 황하를 건너가 통일의 위업을 이루고자 군사를 훈련하던 중에 병석에 누웠다. 조적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동생 조약이 들어와 흥분해서 말했다.
“별 희한한 일이 다 있군요! 우리의 적수인 석근이 유주(幽州) 관아에 우리 조씨의 가문 무덤을 보수하라고 명령했고 돌아가신 모친의 무덤을 보수하라고 고현(皋縣) 관아에 명령했대요.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애를 다 쓰네요.”
조적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게 뭐가 희한하냐? 석근이라는 이 간교한 소인배는 바람을 보고 돛을 달기를 잘 하는 자야. 그 자는 4년여 동안 우리와 싸우며 황하 이남의 땅이 모두 우리에게 수복되고 북벌군이 점점 더 용맹하며 싸울수록 군사의 수량이 점점 더 많아지자 황하이남 지역을 넘볼 생각을 못한 거야. 대신 전략을 바꿔서 방어로 전환하려는 거지. 그가 우리 가문의 무덤을 보수한 것은 자신을 첫 번째 섬멸목표로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이야. 여기 그가 보낸 서신도 있어.”
호기심이 동한 조약이 물었다.
“석근이 형님에게 서신을 보내요? 뭐라 했는데요?”
“우리와 사자를 서로 보내고 호시(互市) 무역을 하자고 요구했다. 사자를 서로 보내는 것은 안 되지. 그러면 폐하께서 오해하실 거야. 우리는 그런 바보스러운 짓을 할 수 없어. 하지만 호시무역은 좋은 일이야. 나는 그에게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민간의 무역은 묵인했어. 상가들의 이익이 10배를 넘는다는데 왜 그걸 막겠니?”
두 형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치(士稚) 자네 참 대단하네! 자네의 명성은 온 세상에 알려 졌네!”
청년시절의 절친인 유곤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조적이 급히 일어나서 맞이하며 놀라운 목소리로 말했다.
“월석(越石) , 이게 몇 년만인가? 20년이 넘었네. 병주(幷州) 자사로 임명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예주로 온건가?”
“자네를 만나러 왔네!”
조적은 급히 동생에게 술상을 봐오라고 시키고 유곤에게 말했다.
“우리 오늘 취하도록 술을 나눕세.”
하지만 저녁이 되어 두 사람은 예전처럼 한 침상에 누웠으나 졸리기는 고사하고 정신이 점점 맑아졌다. 유곤이 가지고 온 소식으로 인해 조적은 화가 나서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유곤은 이런 소식을 가져왔다.
“폐하께서 자네가 하남에서 많은 무공을 세우고 민심을 얻으며 명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자네가 북방에서 세력을 키워 폐하의 적수가 될 것을 우려하시어 대연(戴淵)을 정서장군(征西將軍)으로 임명하여 연주(兖州)와 예주(豫州), 옹주(雍州), 익주(翼州), 유주(幽州), 병주(幷州) 등 여섯 개 주의 군사를 통괄하도록 합비(合肥)로 파견했네. 자네를 견제하기 위해서 말이네.”
그 말을 듣자 조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가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했다. 조적은 갑자기 목구멍이 간질거려 기침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피를 울컥 토해냈다. 조적은 자신이 조정에 군사 한 명, 군량 한 푼 요구하지 않고 가산을 털어 농경으로 군량을 확충하고 지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황하 이남의 다수 지역을 되찾아 이제 황하 이북을 공격해 나라를 통일하려 하는데 황제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남방출신의 사람을 파견해 북벌군을 견제하려 한다는 소식에 비통을 금하지 못했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유곤은 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현재 대장군 왕돈(王敦)이 대권을 장악했는데 자네와 나를 제일로 꺼리네. 우리가 석근을 멸하기 전에 아마도 왕돈이 강남에서 역모를 꾸밀 걸세.”
유곤의 말에 조적은 할말을 잃었다.
“왕돈이 정권을 넘보고 조정이 아슬아슬하군 그려. 내분이 일어나면 나라는 또 산산조각이 날 텐데 북벌해도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조적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팠다.
유곤이 탄식했다.
“현재 병주의 병력은 2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도적이 횡행하며 도로가 끊겨있네. 그래서 나는 진 나라 왕실을 바로 세우고 오랑캐의 침략에 맞서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자네를 찾아왔네. 후원이 없이 홀로 지켜야 하는 이런 나날이 언제까지 가겠는가?”
말을 마친 유곤은 후세 사람들이 감탄하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시 <부풍가(扶風歌)>를 지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