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조롱한자
남자의 선택
남자 위 여자
헤로도토스의 역사
칸다울레스(Κανδαύλης, Candaules, 재위: 기원전 735년 ~기원전 718년)는 고대 리디아의 왕이었다. 부강하고 막대한 권력을 가진 자였다. 그에게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왕비가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 어느 날, 경호원인 기게스에게 아내의 몸이 얼마나 희고 아름다운지를 자랑했다. 술자리가 거듭될 때마다 기게스에게 아내의 벗은 몸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제발 내 아내의 벗은 몸을 한 번만 감상해 보시게, 기게스여!"
백옥처럼 하얀 아내의 속살을 공유하고 싶어서 그의 경호원인 기게스에게 왕비의 몸을 훔쳐보라고 했다.
"왕이시여! 절대로 아니되옵니다. 왕비의 알몸을 보라고 하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옛날부터 반드시 지켜야 할 진리 중 하나가 남의 것은 보지 말고 각자의 것만 보라는 것입니다. 여자는 옷과 함께 수치심도 벗어버립니다."
기게스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왕은 더욱더 그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침상에 몰래 숨어서 왕비가 옷을 벗기 시작할 때 그녀의 벗은 몸을 훔쳐보도록 시켰다. 그는 왕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침실로 숨어들었다. 한 겹 씩 옷을 벗는 왕비를 훔쳐보고 있었다.
희고 긴 목, 풍만한 가슴, 겨드랑이, 사타구니, 눈길이 붉은 레이저 포인터처럼 여왕의 몸 구석구석을 향한다. 꽃가루를 잔뜩 날리는 암술처럼 그녀는 싱싱하게 피어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의 황홀, 왕비는 훔쳐보는 기게스를 눈치챘다. 그는 취한 듯 맥이 풀렸다. 두려움도 따라왔다. 왕비는 수치심에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왕의 장난을 눈치챈 왕비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다음날, 왕비는 그를 조용히 불렀다. 아내를 조롱거리로 여기는 늙은 왕을 그녀는 마음에서 단칼에 베어냈다. 어쩌면 자신을 눈요기로 이용하는 왕에게는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린 잔인한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제안은 왕비다웠다. 위엄 있는 목소리로 단호한 말을 던졌다.
"왕비의 나체는 오로지 왕만이 볼 수 있다. 그대가 죽든지 왕을 죽이고 그대가 왕이 되던지 선택하라.!"
기게스는 과연 어찌했을까? 세상을 다스리는 건 남자지만, 남자를 다스리는 건 역시 여자였다.
어차피 선택은 그냥 죽거나 왕을 죽이다 실패해서 죽던가? 왕을 죽이고 왕이 되던가? 중에 하나였다. 황홀한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 그는 왕이 되었다.
자신을 눈요깃감으로 이용한 늙은 왕에 대한 복수심이었을까? 아님 평소에 기게스를 사랑했기에 명분을 준 것일까? 파도파도 신비로운 고대 왕국의 이야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녀는 또 다른 삶을 기게스와 함께 멋지게 시작한다. 거대한 왕국과 그녀의 몸자체를 기게스에게 넘겨버렸다. 나라면 어찌했을까?
섹시하고 아름답고 명철한 여왕에게 왕은 크게 당했다. 그녀는 수치심을 역이용했다. 기게스(Gyges, 그리스어: Γύγης, 재위 38년)는 칸다울레스왕을 죽이고 왕비와 결혼해 왕이 되었다. 리디아의 세 번째 왕조인 메름나다이 왕가의 창시자가 되었다. 잔혹동화보다 더 잔악한 이야기들이 역사에는 넘친다. 헤로도토스 역사에 나오는 기록이다.
아름다운 왕비를 보고 왕좌를 탐할 만큼 사랑에 빠진 그는 용기를 얻어서 왕을 기쁘게 죽였을까? 어리석은 칸ㅏ울레스! 정말로 중요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것이 삶에 있다면 자랑할게 아니라 지켜주어야 한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의 망막 속에 꼭 새기고 죽기 전 감사하며 지니고 가야 한다. 각자 자기 것만 보고 살아야 한다.
수천 년 세월에 찢기고 낡은 미라를 감싼 세마포처럼 마음이 너덜 거린다. 세월에 조각조각 낡아져 가는 내 살가죽, 내려놓으라 하심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고대에 알몸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난 잘 알고 있지. 코로나로 끌려간 병동 샤워실엔 감시용 카메라가 잠자리 눈알처럼 박혀 있었다. 남편은 분노를 토했다. 여자 간호사들이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난 내 남편 몸매 자랑질한 적 없었다. 삶이여! 끝끝내 지워지지 않고 얼룩지는 고통의 침전물이여! 마음속 별자리들은 길을 잃고 방랑한다.
아이스크림 파먹듯 요즘 책을 후벼 파서 읽고 있다. 미친 세월이여, 제발 나를 좀 놓아주라고 비명을 지른다. 땅에 머리 밖은 바오밥나무처럼 여전히 삶이 간절한 기도일까?
원래 목동 출신이었던 기게스는 왕국을 잘 다스렸을까? 칸다울레스의 암살에 많은 반발이 있었다. 델포이에서 예언자 퓌티아가 기게스에게 유리한 신탁을 해주어서 반발을 무마했고, 기게스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상당량의 금과 은 곡물을 을 바쳤다. 신도 뇌물엔 언제나 관대하지! 왕관을 쓰기 전 그와 왕관을 쓴 후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코로나(왕관) 하사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처럼!
내 마지막 삶의 엑셀러레이터를 힘주어 밟고 무한의 세계까지 달리자! 거기엔 무한을 발견한 자가 미리 가 있을 테지!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장미덩굴처럼 축대를 미친 듯이 올라가리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