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이어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석방을 위한 문화제가 열렸다. 박 이사는 4.16 참사 세월호 대책회의 상임 운영위원을 맡아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 분향소를 지키며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해왔다. 그는 현재 지난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상태다.
이날 문화제에는 그의 대학 동기인 공지영 작가가 나와 박래군이 동생이 죽자 소설가의 꿈을 접고 투쟁가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소개하며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을 도왔다는 이유로 박래군을 구속해 그를 특A급 인권운동가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지금껏 슬픔에 연대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아래)를 바쳤다.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살자'라는 유가족옆에 그가 있었을 뿐이라며 그가 석방 될 때까지 함께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또 암 투병중인 가수 안치환이 마지막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래군의 석방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열창으로 문화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는 잘 있다. 제가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 힘든 사람들 손 잡아 준게 죄는 아니니까. 아파서 우는 유가족 옆을 지키고 그들과 함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 죄일 수는 없으니 저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여러분은 지금 바로 4.16연대의 후원회원이 되어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연대해달라" 또 박대통령 명예훼손죄가 추가 기소된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법정에서 따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詩 / 박래군 석방촉구 문화제에 드리는 詩 -송경동-
가능하다면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써주고 싶다
문학이 꿈이었던 그에게
스물 세 살 강제 징집당하던 그에게
학교를 버리고 공장으로 갔던 그에게
해고자가 되었던 그에게
수배자가 되었던 그에게
한미은행을 점거하다 끌려가던 그에게
사는 내내 억울하게 죽어 간 이들 곁에서
상주가 되어 오래 서 있어야 했던 그에게
전두환 때도 끌려가고
노무현 때도 끌려가고
이명박 때도 끌려가고
박근혜에게도 끌려가는
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정말 아름다운 시를 써주고 싶다
형제복지원 같은 에바다 같은
반인권 시설들이 사라지고
모든 사회에 인권이 충만한 세상이 왔다는
평택 미군기지를 몰아내고
그곳에 다시 대추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게 되었다는
용산참사 진실이 밝혀지고
그 책임자들이 드디어 역사의 법정에 섰다는
쌍차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모든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고 있다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취소되고
구럼비 바위들이 복원되었다는
밀양 송전탑 건설이 저지되고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그 책임자들이 단죄되고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이 되었다는
그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그에게 써주고 싶다
자취방에서 형을 기다리며 시를 짓던
동생 박래전과 래전아, 하며 다시 만나는 시를
형이 이제 그만 수고를 내려놓고
평생의 꿈이었던 소설을 쓰는 시를
평범한 농군이 되어
어머니를 도와 텃밭에 오이며 참외며 고추를 심고 있다는 시를
우리 모두를 대신해
다시 끌려 간 그에게,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써주고 싶다
이 분노를 이 돼먹지 않는
시대와 정권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시를
세상에서 가장 전위적이며 불온한 시를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그에게 주고 싶다
이요상 주주통신원
첫댓글 박래군과 송경동 ! 그들은 이 암흑의 시대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으로 남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이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