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21]훈민정음 창제 기념탑은 언제나?
지난 10월 31일 오후3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 건립 선포식’과 ‘훈민정음 독후감 공모대회 시상식’이 있었다.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이라니 이색적(異色的)인가? 어떤 경우에도 이색적이라고 느끼거나 생각하면 안되는 일일 터. 왜냐하면 모두 아시겠지만, 훈민정음(訓民正音)은 1443년 세종대왕이 창제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생년월일’이 뚜렷한 과학적인 문자인 것을. 지금 보시라. 지구촌에 ‘한글(구한말 주시경 선생이 훈민정음의 이름을 한글이라고 정함) 바람’이 열풍처럼 불고 있지 않은가. 그런 우리의 글자 창제를 기념하는 제대로 된 기념탑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는 것도 아니고, 일개 한문학자가 어느 순간 훈민정음 애호가로 변신하여 2020년부터 지난 5년간 고군분투(孤軍奮鬪)한 결과, 마침내 기념탑 건립백서를 펴내며 청사진을 발표하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선포식이 이색적인가? 누구라도 박재성(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송담 이백순으로부터 <13경>까지 배운 한문학자이자 서예가. 대학교수를 그만둘 즈음, 부친(조선대 국문과교수)이 남겨준 2만여권의 책을 살피다 책 속에 껴있던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 33장을 발견한 후 훈민정음 연구에 몰두했다. 28자 중 잃어버린 글자 4개의 복원 사용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를 알아챘으며(세상천지에 기록하지 못할 소리가 없다는 것을 아시는가? 우리는 세종대왕의 '백성을 가르치는 옳은 소리'를 만든 깊은 뜻을 외면하고 4개의 문자를 잃어버리고 쓰지 않고 있다), 창제 기념탑 하나 없는데 통탄하고, 25시간 가정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마침내 ‘훈민정음기념사업회’와 ‘훈탑(훈민정음창제기념탑)건립조직위’를 구성하고 ‘국제한민족총연맹’등을 비롯한 뜻있는 사람들과 훈탑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사진을 살펴본다. 목조(木造) 28층(창제글자), 중앙탑 높이 108m(세종어제서문 글자수), 중앙탑 바닥면적 1443평(창제년도), 중앙탑 내부 17층(훈민정음 자음), 8각한옥(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강희안 이개 이선로 최항 등 집현전 8학사), 위에서 내려다본 5개탑(자음 창제원리인 5행(木火土金水)을 표현한 건물 배치. 중앙탑은 토(土)에 해당), 각 부속탑 1층면적 515평(세종 탄신일), 2층면적 408평(세종 서거일), 3층면적 326평(세종 재위기간 32년 6개월). 박재성(66) 이사장은 참으로 '멋진 꿈'을 꾸고 있다. 머지않아 세종대왕이 잠든(영릉英陵) 경기도 여주(驪州)에 훈탑이 건립되는 날, 이 훈탑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트레이드마크로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과연 꿈같은 그 날이 올 것인가? 그는 확신하고 있다. 계획은 사뭇 구체적이다. 혼자서 꿈꾸면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것을 단단히 믿고 뚜벅이로 달려온 5년, 선포식을 하던 그날, 한복차림의 이사장은 엄청 상기되어 있었다.
왜 아니었겠는가? ‘광인(狂人) ’이라는 등 주변의 비난과 험담에 시달리며 ‘절대고독’에 몸부림쳤을 박 이사장을, 이전에 개인적으로 두 번 만나 얘기를 나눈 인연이 있어 선포식에 참석한 것인데, 꿈은 꾸워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실제로 믿게 됐기 때문이다. 높이 108m의 목조 28층이 가능이나 하겠냐는 의심과 불신부터 할 게 뻔하다. 허나, 미국에서도 85m 건축한 사례가 있거니와 고명한 건축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설계도도 나와 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 하나가 없는 게 창피하지 않은가.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狂) 않고서는 미치지(及) 못한다). 나라가 광복된 그해, 국가가 즉각 해야 할 일을 재야(在野)의 한 학자가, 그것도 한문학만 평생 해온 일개 개인이 꿈꾸어 추진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 점에서 나는 '분노'하고 있고, 그분에게 무한한 박수와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다. 각성(覺性)해야 할 사람은 ‘주권국가(主權國家)’가 아니겠는가.
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별곡 Ⅲ-108(끝)]아름다운 사람(45)-‘훈민정음 학자’ 박재성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