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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제인 폰다의 15년 만의 영화 출연이 화제라고 한다. 1989년 이후로 처음 영화를 찍는다는 것. 제인 폰다는 배우 헨리 폰다의 딸로 유명하며 진보적 정치활동을 하거나 반전운동가로 일하기도 했다. 에어로빅 비디오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까지, 그녀의 다양한 경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제인 폰다가 영화계에서 모습을 감출 당시 마지막 출연작으로 선택한 것이 <스탠리와 아이리스>였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치곤 단출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지닌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제인 폰다라는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흡족한 멜로영화다.
공장의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스탠리는 밤무대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유랑생활로 인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차가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괴팍한 남자로 취급하지만 실상 성실하고 따뜻한 인품을 지녔다. 한편, 아이리스는 남편을 잃고 생계를 위해 동네의 공장을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아이리스는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소매치기로부터 지갑을 강탈당하게 되고 스탠리의 도움을 받는다. “어떻게 이런 발명품을 만들죠?” “사람을 독방에 가둬놓으면 스푼으로 그림을 그리고 바퀴벌레를 훈련시키죠.” 특이한 대사로 관객의 기억에 각인된 영화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에 남다른 면이 있다면, 전형적 할리우드 멜로영화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연애의 판타지 속성을 작품에서 거의 제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탠리와 아이리스>는 일정한 미스터리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스탠리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은 편이다. 그는 다른 이의 부탁으로 두통약을 찾는 상황에 놓이지만 자신 눈앞에 버젓이 약병이 있음에도 알지 못한다. 하찮은 일에 타인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다. 그저 “이상하군” 하며 뒤돌아서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리스는 스탠리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 깨닫게 된다. 그는 글을 전혀 읽지 못하지만 남들에게 티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스탠리와 아이리스>에서 일상의 순간은 묘한 깊이를 지닌다. 스탠리는 아이리스에게서 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그녀의 집안일을 약간씩 도우면서 공부를 한다. 학생 스탠리가 다림질을 대신 해주면, 일과 피곤에 지친 교사 아이리스는 옆에서 보일 듯 말 듯 웃음을 짓는다. 중년의 사랑방식일까. <스탠리와 아이리스>의 마틴 리트 감독은 <노마 레이>(1979) 등 미국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바라본 작품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등 장르영화에서도 성공을 맛보았던 마틴 리트 감독은 아쉽게도 <스탠리와 아이리스>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떴다. 글 김의찬(영화평론가) 2005-08-18
'스탠리와 아이리스' 리뷰
시골의 과자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리스는 몇개월전에 갑자기 남편이 죽었지만 두 명의 아이와 여동생 샤론, 그리고 샤론의 실업자 남편 조를 부양하기 위해 힘들게 일한다.
어느날 돌아오는 도중 버스에서 월급봉투가 든 가방을 날치기당한 아이리스는 스탠리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아이리스가 일하는 공장의 조리실에서 근무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후 몇번인가 스탠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그가 글씨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아이리스는 조리실의 장부를 속이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을 때 그를 비호하려고 글씨를 읽을 수 없다는 비밀을 말해버린다. 문맹임이 알려진 스탠리는 직장을 쫓겨날 궁지에 몰린다. 유일한 가족인 연로하신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고 일일고용자로 일하면서 고독을 참아내는 스탠리. 그러나 건강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죽은 충격에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도 쓸 수 없어 생각한 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아버지의 사망진단서에 사인 마저도 할 수 없는 스탠리는 단 한명 마음의 문을 열었던 아이리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제인 폰다 필모그래피와 바이오그래피
뉴욕에서 태어난 제인 폰다는 배우 헨리 폰다의 딸로 헐리우드 최고 명문가 중 하나인 폰다 가문 출신이다. 1958년 리 스트라스버그를 만난 후 연기에 뜻을 두어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배웠으며 1960년 <톨 스토리>로 데뷔했다. 1968년 남편인 로제 바딤 감독이 만든 <바바렐라>에 출연하면서 세기의 섹스 심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1971년작인 스릴러 <클루트>를 비롯하여 <귀향>, <줄리아>, <황금 연못>, <모닝 애프터> 등등의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수차례 진출했다. 베트남 전쟁기인 1970년대에는 직접 북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명확한 반전 입장을 표명했으며 1980년대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체조비디오를 찍으면서 미국에 에어로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녀는 로제 바딤을 비롯하여 톰 헤이든, 테드 터너와 세 번 결혼했으며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또한 제인 폰다는 배우인 피터 폰다의 누나이자 역시 배우인 브리짓 폰다의 고모이다. 대표작으로는 <클루트>, <바바렐라> 등을 비롯하여 <나인 투 파이브>, <스탠리와 아이리스> 등이 있으며 <스탠리와 아이리스> 이후 15년의 공백을 깨고 2005년 <퍼펙트 웨딩>에 출연하기도 했다.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