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무서운 말이야?
2n년 살아오면서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려면 정말 많은 용기와 좌절이 필요해.
그리고 어느정도의 포기도 필요해.
라고 생각해.
나는 첫번째 우울증 환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쓰는 글도 100% 해당하는게 아닐 수도 있어
이런 우울증 환자도 있다는 뜻으로 읽어 주길 바라.
나는 5월부터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생활에 있어서 그만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개입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장점, 단점 모두 알려주고 싶어서야.
(사실은 장점이자 단점...)
우울증을 인식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 위험에 처하는지,
얼마나 도움이 필요 한지 알려 주고 싶어서야.
우울증인 여시야, 괜찮아. 나도 그래.
1. 1달차. 우울증을 인정하게 되면 더 우울해진다.
병원에서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걸 객관적으로 인정해주면
얼마나 내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인지.
나는 그랬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내가 정말 문제있는 사람이구나,
의학적으로도 병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마음이 이상했어.
그리고 걱정도 되더라고.
내가 더 심해져서 자살하게 되면 어쩌지?
1~ 2개월차에는 상담과 치료에 적극 협조했어.
약도 열심히 먹고, 술도 자제하고. 그래도 마시긴 했지만.
걱정마. 원래 처음엔 다 그렇대.
나도 울면서 여시에 글을 썼는데, 어떤 여시가 그러더라.
처음엔 다 그렇대.
그땐 몰랐는데, 이젠 알겠어. 처음엔 그래.
난 지금 불안증세도 왔어.
일상생활 잘 하다가도 갑자기 너무 불안해져.
너무 무섭고 너무 불안하고, 눈물이 나,
그럼 미치겠어. 방법이 없어. 난 괜찮아 라고 혼자 속삭여.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지만 그냥 속삭여.
하루에 한번 쯤 불안증세가 나오는데 그 때 마다 너무 힘들어.
2. 2달차. 자아 & 자아이미지가 사라진다.
사실 자아도 없었어. 나는 이미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그래도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는 알지.
어떻게 보이고 싶은 지는 알고 있었어.
나름 닮으려고도, 흉내도 내보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한다는건
그 앞에서 옷을 벗는 것과 같은 기분이야.
내 정신, 내 감정, 생각, 모든 기분, 모든 상황.
거짓이 얽힌다면 신뢰 할 수 없기 때문에, 솔직하려고 노력해야해.
사실...이라고 말을 거낼 때 마다 옷을 하나씩 벗는 느낌이야.
부끄럽고, 스트레스 받는 과정이야.
그런데 그렇게 말을 꺼내면서 나는 나를 내려놓게 되어버려.
나도 나의 관찰자가 되어서 묘사하게 되어버려.
나는 영화를 좋아했어. 정확히는 영화관.
수많은 관객들 속에, 어둠 속에 있으면 영화를 관찰하는
관객이 될 수 있어서 좋았어.
심리치료를 시작하면,
속안 이 텅 빈 수박을 자르는 것과 같아.
잘 익은 걷면은 자아 이미지야. 텅 빈 속은 자아야.
사실 난 텅 비어있지만 겉은 얼마나 푸르고 싶은지, 그 모양새가 자아 이미지였어.
난 따듯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상담을 두달쯤 하다보니 내가 얼마나 무관심하고
차갑고, 건조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상담치료는 그런거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심은 씨앗,
그래서 싹튼 열매,
모두 뜯어보게 되어.
텅 비어있는, 껍질조차 말라가는 스스로를 바라보는건
얼마나 비참한지 몰라.
상담을 예약해두고 잠수를 타려고도 해봤어.
그렇게 내 정신에 대해 스스로 케어하는게 얼마나 피곤한지,
매 순간 정신과 쌤이 내 머리 끝을 잡고 있는 기분이고,
무언가 새로운 내 정신의 변화도 관련지어 생각하게 되어.
그런데 그래도 상담하러 가는게 좋대.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가는데, 내가 격주로 가고싶다고
말해봤더니, 격주로 가면 마음의 문이 닫힐 수도 있다고 걱정하시더라.
내가 생각해도 그래. 난 나도 걱정되지만
날 상담해주시는 의쌤도 걱정되거든.
우울한 사람하고 같이 있음 더 우울해지잖아.
3. 석달차. 두려움이 없다
내가 처음 자살을 생각한게, 어떤 식이었냐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차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
"저 속도로 치여서는 안죽겠다."
그리고 그 다음엔 자기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면,
베란다에 올라설 때 정강이 피부가 눌리니까 아프겠다."
그리고 베란다까지 가서, 올라서서, 떨어지는 것 까지
영화 보는 것 처럼 눈 앞에 그려졌어.
나뭇가지가 뺨을 긁는 이미지까지. 그 감각까지.
전혀 무섭거나 하지 않았어.
오히려 무섭지 않다는게 무서워져서,
사람들을 일부러 많이 만나고, 혼자 있지 않도록 노력했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라고 뭐 거창한 질문 안해
스스로 생각할 질문거리를 던져줘.
사람은 말하기 위해서 생각한다고,
적절한 질문에 좋은 답이 나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라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나는 올바른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힘들지만, 정답은 여전히 모르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하지 못하는 질문인 건 알겠어.
알레르기야.
언제 나아질 거란 보장도 없고, 어느 순간 체질이 변할 수도 있겠지.
노력하다 보면 천천히 나아 질 수도 있고.
이젠 체질이려니 싶어.
타고난 환경, 타고난 성격.
내 잘못은 아니니까.
팁을 하나 놓자면,
우울할땐 우울한 글귀를 따라서 써.
한글자 한글자.
그리고 그거 읽어보면 위로가 조금 되더라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지금도 그렇게 글귀를 쓰다가, 나도 글을 써보아.
사람은 철저히 개인적이지만, 그래도 사람이잖아.
나도 딱 여시처럼 생각했어ㅋㅋ '저 속도로 치이면 안죽겠다', '지금 딱 이 타이밍에 뛰어들어야하나?' 술먹고서 '이정도에서 떨어지면 죽진않겠지?'해서 높은곳은 아니지만 배에서 다이빙하는 사람처럼 한발 내딛으면서 떨어져서 다친적도있고ㅋㅋ 상담받는것도 진짜 어렵더라. 나도 잠수 엄청많이 했어ㅋㅋㅋ근데 원래 상담치료가 다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을 여는게 아니라 그냥 내 증상을 체크하기 위해(?) 약처방을 위해 질문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상담이라기보단 일방적인 질문받는 느낌이었어. '기분은 어때요?''강박증세는 어때요?''수면은 어때요?' 이런식 ㅜ 내가 나랑 안맞는 치료자를 만난건가..?ㅠ 원래이런가ㅜ
여시가 내 글에 답글 달아줘서 (성적 언제나오냐고ㅎㅅㅎ;;...학교칭구커뮤대신 번번이 여시에 묻지요?) 어쩌다 오게됐는데... 나 작년말쯤에 한번 병원가서 비보험으로 진료받았거든.. 근데 심리상담처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좀 뭐랄까 약타는거 위주의 진료+보험문제 때문에 한번가고 그뒤로 가질 않았오.. 지금은 종합보험에 가입한지 좀 됐는데 우울증 진료 받는거 나중에 보험금에 불이익 있을까 싶어서.. 보험사에 내일 문의해보려 하는데 혹시 여시는 이런 고민 하고 진료받은건지.. 그리고 의사쌤이 처방위주일땐 병원 바꿔도 되는걸까..? 가려니까 막상 불안해 그냥 막연히.. 우울해서 너무 무기력해..ㅋㅋㅋㅋ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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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8.20 04:15
맞아 감기는 곧 나을거라 생각하고 참지만 알러지는 한 평생을 거쳐도 호전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니까
ㅎㅎ 다른 사람은 모를 고통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여러 여시들이 공감해줘서 고마워.
공감되고 좋은글써줘서고마워ㅠ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우울증..엿같다
공감된다니, 그게 나한테 위로가 된다 고마워 여시.. 진짜 엿가태 조까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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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8.20 04:18
나도 딱 여시처럼 생각했어ㅋㅋ '저 속도로 치이면 안죽겠다', '지금 딱 이 타이밍에 뛰어들어야하나?' 술먹고서 '이정도에서 떨어지면 죽진않겠지?'해서 높은곳은 아니지만 배에서 다이빙하는 사람처럼 한발 내딛으면서 떨어져서 다친적도있고ㅋㅋ 상담받는것도 진짜 어렵더라. 나도 잠수 엄청많이 했어ㅋㅋㅋ근데 원래 상담치료가 다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내 마음을 여는게 아니라 그냥 내 증상을 체크하기 위해(?) 약처방을 위해 질문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상담이라기보단 일방적인 질문받는 느낌이었어. '기분은 어때요?''강박증세는 어때요?''수면은 어때요?' 이런식 ㅜ 내가 나랑 안맞는 치료자를 만난건가..?ㅠ 원래이런가ㅜ
아니야 요찌 맘에 안들면 바꾸면 돼! 어떤 상담방식이 본인한테 도움이 되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자나 여시 하고픈대로 편한대로 해도대여.
여시가 내 글에 답글 달아줘서 (성적 언제나오냐고ㅎㅅㅎ;;...학교칭구커뮤대신 번번이 여시에 묻지요?) 어쩌다 오게됐는데... 나 작년말쯤에 한번 병원가서 비보험으로 진료받았거든.. 근데 심리상담처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좀 뭐랄까 약타는거 위주의 진료+보험문제 때문에 한번가고 그뒤로 가질 않았오.. 지금은 종합보험에 가입한지 좀 됐는데 우울증 진료 받는거 나중에 보험금에 불이익 있을까 싶어서.. 보험사에 내일 문의해보려 하는데 혹시 여시는 이런 고민 하고 진료받은건지.. 그리고 의사쌤이 처방위주일땐 병원 바꿔도 되는걸까..? 가려니까 막상 불안해 그냥 막연히.. 우울해서 너무 무기력해..ㅋㅋㅋㅋ 하..
그래도 여시 덕에 다시 병원 재방문해볼 생각이나마 들어서 고무적인것 같아 고마워요 진심으로..!!!!!! 댓글도 고마웠고 그 덕에 이런글로 흘러 올 수 있어서 더더욱 감사해요...!!!
우울증이력 있음 다른보험 들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지금 보험료가 오르고 .. 그건 나도 잘 모르게써...다닌지 1년이 안지나서ㅠ.. 상담자의 태도가 맘에 안들면 바꾸면대!!! 성형외과도 고를때 이런저런 기준이 있자나. 정신과도 똑같애!! 병원 다시 알아볼거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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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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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계속 켜두고 있어! 혼자가 아님을 이렇게 계속 때때로 느낀다! 여시도 그렇기를 바라! 진짜 다스릴 생각하는 우리 진짜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