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스타
원제 : Black Sunday
1977년 미국영화
감독 : 존 프랑켄하이머
원작 : 토마스 해리스
음악 : 존 윌리암스
출연 : 로버트 쇼, 브루스 던, 마르뜨 켈러
프리츠 위버, 스티븐 키츠, 마이클 V 가조
윌리암 다니엘스
'디제스타'는 테러를 준비하는 테러범 조직과 이에 맞서서 테러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간의 숨가쁜 공방을 다룬 서스펜스 영화로 60년대 '맨츄리안 캔디데이트' '알카트라즈의 조류가' '5월의 7일간' '대열차 작전' 등을 연출했던 사회 스릴러물의 대가 존 프랑켄하이머가 1977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양들의 침묵'의 작가 토마스 해리스의 '블랙 선데이'가 원작이지요.
1977년 원작과 동일한 제목인 'Black Sunday'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크리스마스, 연말 특선 프로로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하기로 했고 대대적인 광고와 예고편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상영보류가 되었고, 결국 개봉불발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묶여버린 영화가 되었는데 1980년대 후반 CIC 비디오에서 '블랙 선데이'라는 원제목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테러를 소재로한 부분과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비판하는 내용 등 다소 무거운 주제가 원인이 되어 개봉을 못한 것 같은데, 일설에는 당시 중동국가와 활발한 수교가 이루어지는데 중동의 테러라는 소재가 민감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개봉할 뻔 하다가 못했고, 비디오로 한국팬들과 만난 작품인데 뜬금없이 1992년에 '해금'을 외치며 개봉했습니다. 개봉당시 제목은 1980년에 사용하려고 했던 '디제스타'라는 제목을 그대로 다시 썼고, 1980년에 개봉하려고 했던 중앙극장에서 결국 개봉했습니다. 위의 광고 사진을 보면 왼쪽이 1992년 광고, 오른쪽이 1980년 광고인데도 거의 광고 디자인이 동일하고 개봉극장도 중앙극장입니다. (심지어 부산 부영극장까지 똑같죠) 12년간 창고에 묵혀두면서 개봉일을 계속 기다리며 준비해온 느낌입니다. 이렇게 시기를 놓쳐서 개봉했고, 더구나 이미 비디오까지 나왔던 영화라서 실패는 예견되었지만 그 수치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처참합니다. 중앙극장에서 15일간 상영하면서 모은 관객수는 고작 4,947명, 5천명도 안되는 처참한 흥행실패를 하였습니다. 하루 330명 정도가 관람하였으니 단관 극장시절 정말 보기 드물게 실패한 할리우드 오락영화였습니다. 15일이나 상영해준게 민망할 정도였지요.
국내흥행을 개봉시기를 놓쳐서 이렇게 망했지만 어쨌든 제법 볼만한 테러 소재 영화입니다. 존 프랑켄하이머가 펄펄 날던 60년대 영화들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테러를 시도하려는 사람들과 테러를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숨가쁜 머리싸움이 아주 볼만합니다.
'검은 9월단'이라고 불리우는 팔레스타인 테러단이 대대적인 테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개심을 갖고 있는 인물들로 미국 땅에 엄청난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들의 소굴을 이스라엘 출신의 테러 진압단 카바코프(로버트 쇼)가 이끄는 소탕조직이 습격하여 거의 몰살을 시킵니다. 하지만 카바코브는 결정적 실수를 하는데 샤워를 하고 있다가 놀란 여인을 무심히 살려주는데 그녀는 바로 그 조직의 핵심인 달리아(마르뜨 켈러)였습니다. 살아 나온 달리아는 베트남전 참전 영웅이었지만 포로로 잡혀 고초를 치루고 이후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된 비행선 조종사 마이클(브루스 던)을 부추켜서 플라스틱 폭탄 테러를 준비하게 합니다. 거의 광기에 가깝게 미국을 증오하는 마이클은 이 어마어마한 테러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되는데 시기는 1월초,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수만명이 운집할 대형 경기장에서 마이클이 조종하는 비행선을 통해서 폭탄 투하를 할 예정이고 그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테러시기는 하루 하루 다가오고 카바코프는 필사적으로 달리아를 찾으려고 하지난 달리아와 마이클은 그들의 추격을 교모히 따돌리고 배를 통해서 대규모 폭탄 반입에 성공합니다. 테러조직과 테러범 소탕조직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벌이지고 여러 사람이 죽게 되면서 D-Day 는 점점 다가오는데.....
수만명이 운집한 운동장 위에 비행선이 다가오면서 폭탄 투하를 준비하는 그 클라이막스는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그 전에 벌어지는 달리아, 마이클 일행과 카바코프 일행과의 숨가쁜 공방전이 꽤 볼만합니다. 추격과 도주, 그리고 많은 사상자의 발생, 잡힐 듯 하면서 도망치고, 따돌린 듯 하면서 꼬리가 잡히고, 폭탄의 밀반입과 불법시험, 그리고 비행선 장착까지의 과정도 무척 험난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테러준비를 진행하면서 방해자가 되는 인물들은 무자비하게 제거하고 그 와중에 동료도 죽고, 반면 보이지 않는 테러범들을 쫓으며 자신의 오른팔같은 동료도 살해되고, 추격끝에 중요한 요원을 처단했지만 정작 핵심은 빠져나가고 그런 와중에 무고한 사람들도 죽고....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장 클라이막스는 슈퍼볼 경기가 벌어지는 수만명의 운집한 경기장 인근에서 폭탄을 실은 비행선과 그 비행선을 쫓는 카바코프의 헬기에서의 총격전과 공방전, 그리고 그 두 대가 경기장으로 가까이 다가오면서 로버트 쇼가 공중에서 벌이는 필사적인 폭탄 제지 행위 등입니다. 나이든 로버트 쇼가 이런 연기를 하기에는 다소 육중한 느낌인데 '에어포트 75'에서 거구의 찰톤 헤스톤이 날아가는 바행기와 비행기 사이를 관통하는 장면보다 더 부담스런 느낌입니다. 아마도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같은 아담하고 날쌘 느낌의 배우가 했다면 훨씬 박진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1978년 51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짐승남 배우 로버트 쇼의 후기 작품인데 그는 1973년 '스팅'부터 '죠스' '슈퍼 다이아몬드' '디제스타' '디프' '나바론2' 그리고 유작인 '지옥의 사자들' 까지 70년대 중반 이후 사망 전까지 출연한 영화들이 매우 활발히 개봉된 배우입니다. 70년대 중반 이후 년간 외화 개봉작이 20여편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알랑 들롱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초인기 배우 이외에 유독 활발하게 영화가 개봉된 배우입니다. '디제스타'에서는 테러범을 집요하게 쫓는 요원 역으로 후반부 공중전까지 보여주며 온몸의 열연을 합니다. 테러범 역의 브루스 던은 여러 영화에 감초 같은 조연으로 많이 등장하는 인물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유작 '가족음모'에서 비중있게 등장했고, 존 웨인 주연의 '11인의 카우보이'에서 사악한 악역으로, '위대한 개츠비'에서 부호인 톰 부캐넌 역할 등 비중있는 조연연기로 많이 낯익은 인물입니다. 테러범 여인 달리아 역의 마르뜨 켈러는 스위스 출신의 여배우로 거의 인지도가 없는 여배우인데 '페도라' 라는 영화에서 늙지 않은 신비의 여인 페도라를 연기한 것이 인상적인 역할이었습니다.
시기를 놓쳐서 개봉시에는 사장되다시피한 작품이지만 실력파 감독 존 프랑켄하이머의 연출이므로 제법 볼만한 부분이 있는 영화이며, '테러'라는 소재를 꽤 흥미롭고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물론 존 프랑켄하이머의 번뜩이던 젊은 시절 작품들인 '알카트라즈의 조류가' '5월의 7일간' '대열차 작전' 등의 흑백 걸작들에 비견할 영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테러'라는 소재의 작품을 생각할때는 먼저 떠오르는 영화 중 한 편입니다.
ps1 : 비행선에 과연 어떤 방법으로 폭탄을 싣느냐 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비행선에는 조종사 뿐만 아니라 몇 사람이 있고, 방송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수백킬로미터의 폭탄을 비행장으로 반입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과정이 제법 흥미롭게 다루어졌습니다. 물론 꽤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지만.
ps2 : 로버트 쇼가 그 무거워 보이는 몸으로 꽤 오래동안 뛰는 장면을 보여주고 아슬아슬하게 비행선에 매달려서 공중쇼를 보여주기도 하니, 상당한 몸 연기를 보여준 셈입니다.
ps3 : 블랙 선데이 라는 제목도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어감인데 왜 굳이 디제스타 라는 제목을 고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디제스타(Black Sunday 77년) 개봉시기를 놓친 비운의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