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선거 담당은 2월? 부터 선거 준비를 하느라
거의 모든 주말에도 출근하고 엄청 바빴다고 한다.
ㅠㅠ
선거 담당이었던 동기 오빠는 선거 끝난 지금,
이제야 좀 살 거 같다고 했다.
살 거 같다고 해도 선거 끝난 바로 다음 날인
16일부터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직접 방문 신청을
받기 시작해서 동에서는 콜 수가
거의 1000까지 찍는다고 했다.
얼마나 바쁜 건지 감히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여튼!
사전투표날 이틀 중 하루인 토요일에는
주민센터 직원들은
신분증을 안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주기 위해 번갈아가며 출근했고,
본투표날에는 자치구 거의 모든 직원들이
투표든 개표든 뭐든 하러 간다.
그래서 나는 사전투표를 했고
직원들 대부분이 사전투표날에 투표를 마친 거 같았다.
일 하는 곳이랑 투표소 안 맞으면 못 하니까.
4월 14일, 내가 갈 투표소 담당 주임님의
몇 시까지 와서 투표소 설치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점심 먹고 투표소를 설치하러 갔다.
얼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어디로 들어와서 발열체크 하고 손소독제 뿌려주고
비닐장갑 주는지 동선 짜는 것부터 해서 기표소 만들고
다른 장소에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임시기표소도 만들고
화살표 붙이고 간격 유지를 위한 청테이프에
코로나 안전수칙 붙이는 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다 우리가 하는 거였다.
그나마 나는 학교 로비에서 해서 치울 게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동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학교 과학실이
투표소여서 책걸상 밀기 부터 해서 힘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했다.
전날에는 이렇게 투표소를 설치하면 끝이었다.
4월 15일.
새벽 5시까지 투표소로 출근을 한다.
버스, 지하철 첫 차도 없는 시간이라 택시를 타고 갔다.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을 하고
선서를 한 후 정리를 하다보면 금방 6시다.
두 명 - 두 명 - 두 명씩 짝을 지어
처음 두 명은 등재번호 적어주는 역할을,
두 번째 두 명은 선거인명부에 투표용지 받아간다는 서명을 받고
세 번째 두 명은 투표 용지를 나눠준다.
당에서 나온 참관인도 있고 안내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었고,
투표함 보는 분, 관리감독하는 분도 있다.
나는 오전에는 선거인명부에 서명을 받는 걸 했는데
모두들 6시만 기다린 건지 “들어오세요!!” 한 마디에
와.. 깜짝 놀랐다. ;;;;;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서명 빨리 빨리 받아서
착착착 해야 하는데 처음 하다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선거인명부가 가로로 길어서 엉뚱한 곳에 서명 받기 쉬운데
그런 큰 실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쉴 새 없이 선거권자들이 왔다.
아침, 점심은 짝이랑 번갈아가면서 먹었는데
먹은 거 같지도 않았다.
우리 투표구 선거인명부에 약 3700명이 있었고
담당 주임님이 이걸 반으로 분철해서 가지고 와주셨는데
혼자 하면 두 권 봐야하니까 일은 더뎌지고
선거권자들은 기다리고 ㅜㅜ
대충 먹고 허겁지겁 와서 계속 서명을 받았다.
가족 단위로 오다보니 줄이 길어지는 건 금방이었다.
점심도 먹는둥마는둥 하고 와서 서명을 받았다.
오후에는 업무를 바꿔서 투표용지 나눠주는 걸 했다.
투표용지 두 장 번호가 잘 맞게 나가는지 잘 보고 줘야한다.
어르신들은 이건 왜 이렇게 기냐며..
이거 누구냐며 묻는 질문에 계속 모른다고 대답했다.
15시쯤 되니 졸음도 몰려왔다. ㅜㅜ
그래도 선거권자들은 끊임없이 왔다.
12시간 진짜 길더라..
우리 투표소에서는 기표소에 손잡고 같이 들어가려고 하셨던 몇몇의 할머니할아버지 부부, 투표소 잘못 찾아오신 분들 빼고는 큰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18시에 따로 와서 따로 투표한 자가격리자들의
표까지 투표함에 넣고,
투표함 싣고 떠나는 걸 끝으로 내가 할 일은 끝이 났다.
남은 주임님들이랑 기표소 철거랑 모든 뒷정리 다 끝내고
6시 40분 쯤 퇴근했다. (동 주임님은 뒷정리한 물건들 동으로 다시 날라야 해서 퇴근 더 늦게 하심...)
3700명 중 2000명은 온 거 같았는데
1400명 왔다고 했다.
그리규 체감상 전국 투표율 80%는 나올 줄 알았다....
히히😆😆
개표사무원으로 일한 동기는
15시에 개표장소에 모여서 교육 듣고
18시 조금 넘으니 투표함들 하나둘 들어온다고 했다.
개표를 원래는 기계로 해서
개표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길어서 수작업 해야한다고 했다. 𐌅𐌅
20시였나.. 그때까지도 사전투표용지 개표하고 있다고 했었다. 난 집에서 개표 방송 보고 있었는데!
개표는 안 해서 과정을 모르겠지만
우리 구 개표는 새벽 3시에 끝났는데 참관인이 이의제기를 해서 다시 한다고 새벽 6시에 끝났다고 했다.
그리고 개표하러 간 공무원들은 선거일 바로 다음날에 쉰다.
나는 출근했다.
나에게 선거날이란 신분증 주고 투표용지 받아서 도장 찍고 나와서 인증샷 찍어 올리고 하루 쉬는 날이었는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생이 담긴 하루라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도 선거날에 차출돼서 힘이 들어도 좋으니
투표하러 많이 많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자세한 후기 감사해요^^
해보지 않으면 안되는 세계의 이야기 흥미(?)로워요~
곧 하게 될 일인걸요!!!!
@지금목표: 공무원 안되는이 아니라 모르는 인데... 잘못 적ㅋㅋㅋ
해보면 힘들겠지만 그 신분으로 해보고 싶어요^^
선거 차출에도 많이 바쁘군요ㅠ 전 아직도 발령이 안나서 답답한 심경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보니 반갑고 좋네요 :) 글 또 기다릴게요 ❤️
발령 빨리 내주세요오오 ㅠ____ㅠ 바쁜 곳도 엄청 많은데 😭
앞으로는 투표하게되면 등재번호를 꼭!!!!! 알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ㅋㅋ
지난 한두 달 간의 여정이 생각났네요ㅎㅎ 한줄한줄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ㅜㅜ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에요!!!!!
고생많으셨어요~^^
왜 힘들다고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