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대 대통령 선거 3일 전인
12월 15일 국민당의 김동길 선거대책위원장은
특별 기자 회견을 갖고 "지난 11일 아침 7시 부산시 대현동 소재
'초원복집' 지하 밀실에서 김영삼 후보와 동향 출신인 전법무부장관 김기춘 씨
주도하에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우명수 부산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9명이 참석한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있었다"고
폭로하고는 사진과 녹음 테이프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이 날 국민당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 감정을 자극해야 하고,
신문사 간부들을 매수, 김영삼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 보도를 하며,
정주영 후보에 대한 비방을 유포하고,
상공회의소 등 민간 단체가 유세장에 인력을 동원하도록 하며,
현대그룹에 대한 탄압 수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교환하였다는 것이다.
국민당측이 선거 직전에 폭로한 이 같은 충격적인 내용은
당시 정주영 후보와 김영삼 후보의 접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가운데
달아오른 선거 정국을 일대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이 날 모임은 김기춘 전법무장관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모임에서 지역 감정 문제와 관련,
"다른 사람이 되면 부산·경남 사람들 영도 다리에 빠져 죽자",
"정주영 운운하는 부산 놈은 쓸개 빠진 놈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하여 이러한 의견을 나눈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지부장,
김대균 부산기무부대장 등은 이 날짜로 직위 해제되었다
뒤어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선거 후인 12월 22일 검찰은 이 사건은
국민당측이 안기부 직원으로부터 이들의 모임 정보를 제공받아
현대그룹 고위 간부의 지휘하에 문종렬(당시 42세, 국민당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의 강원 출신 주민 담당) 씨 등 6명이 도청 작업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들은 8일 부산시 광복동에서
도청 장치를 구입한 뒤 10일 낮 12시께 이곳에서 4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면서 이 방의 장롱과 창틀 등 2곳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였으며,
모임 당일인 11일 새벽부터 초원복집에서
20m 정도 떨어진 인근 주차장 담 부근에 잠복,
오전 7시 경부터 2시간 동안 FM 주파수를 맞춰
대화 내용을 완벽하게 녹음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부산지검은 기관장 모임을 주선한
김기춘 전법무장관을 대통령선거법 위반 혐의로,
국민당 정몽준 의원을 도청 관련자 범인 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또 도청에 참여한 문종렬 씨 등
3명을 형법 317조 위반혐의(주거 침입)로 불구속 기소하고,
사건 직후 해외로 도피한 현대중공업 안충승 부사장을
범인 도피 및 은닉 혐의로 기소중지했다.
이 사건은 발생 4일 만인 15일
통일국민당측이 당보를 통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국민당측은 선거 하루 전날 이 같은 엄청난 사건을 폭로,
선거에서 국면 전환을 모색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폭로 초창기에는 국민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됐던
이 사건이 오히려 부산 경남 지역 유권자들에게
김영삼 후보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켜 국민당은 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