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3 [일루전ILLUSION]제2부 은신"은 남로당 경북도당의 테러 조직인 민애청이 칠곡의 창랑 사저를 공격하기 위하여 도경의 경비 전력을 분산하기 위해서 먼저 대구 시내 부청 이웃에 있는 도경국장 관사를 공격하기로 합니다. 나름 성동격서의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도 바로 관사를 공격하지 않고 그 이웃에 있는 부청의 목조 건물 한쪽을 방화함으로써 국장 관사의 경비 전력이 그쪽으로 쏠리게 합니다. 그리고는 관사 뒤쪽 여중 쪽 담장을 넘어 대원들이 사공의 지휘에 따라 넘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넘어 들어가자 말자 그 담 안 쪽에 은신 대기하고 있던 뜻밖의 병력에 의해서 일제히 타격당하고 체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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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2부은신 (제145회)
12. 단정 반대 운동-7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였다고 할 것입니다. 어떻게 경찰이 사공 일당의 침입을 알고 그 소란에도 불구하고 은신해서 끝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역습할 수 있었는지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들이 총기나 도검류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긴 막대기 같은 것을 휘둘렀을 뿐이었으며 사람을 끌고 갈 때도 수갑 같은 것을 이용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고 했습니다.
이로보아 경찰 같지 않았다는 짐작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바로 경찰에 구금된 것으로 보아 경찰의 작전이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무술하는 경찰들이 사복을 하고 우리들의 작전을 알고서 대기하고 있다가 무성 무기로써 덮친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훨씬 나중에 그들은 경찰이 아니라 경찰에서 고용한 흑백사라는 대 테러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이 어떻게 우리가 흘린 정보가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칠곡 쪽으로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경찰국장 관사에 배치했을까 참으로 궁금했는데 그것은 곧 그들이 경찰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수께끼는 풀렸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경찰력은 칠곡 쪽에 집중하면서, 비록 흉내만 내는 관사의 공격이라 할지라도 대비 태세는 필요한 것이었으므로 경찰력이 아닌 민간 조직을 동원해서 경비하게 했던 것으로 판단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청 쪽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우리 공격 조직을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반드시 이곳을 공격하리라고 믿었을 뿐 아니라 부청의 화재는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책략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뜻으로 봐야했습니다.
그 흑백사라는 조직이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이 고용한 앞잡이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사공은 그들이 일반적인 우익 테러 조직처럼 쌈꾼인 어깨나 폭력배가 아니라 막대를 휘두르거나 우리 대원을 제압하는 무술 자세로 봐서 특히 검도와 유도로 단련된 무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뒷날 그 흑백사라는 조직을, 바로 그 전해 팔월보름 무렵 동촌에 있는 이윤옥 학생의 과수원에서 만났던 황준호 학생이 이끌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너무 놀랐습니다.
그러한 사실까지 알게 되었을 때는 전쟁이 한창일 때였습니다. 그 조직의 리더였던 황준호 학생은 국군 장교로 입대해서 소대장으로 전사했다는 소식까지 감옥에서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는 한참동안 아연해 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알던 이윤옥 학생의 외사촌인 지막철은 혁명가를 자처한 공산주의자로 그해 연말 6연대 반란 사건 때 연루자로 나중에 팔공산에 들어가 빨치산이 되었다가 빨치산 소탕 때 죽었으며, 이윤옥 학생의 애인일 수도 있었던 황준호는 동란이 터지자 국군에 들어가 장교로 전사했다고 하니, 결국 이 나라 민족이 겪는 모순적 비극이 이윤옥 학생을 중심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