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다.
It is the mark of an educated mind to be able to entertain a thought without accepting it.
, Aristoteles
<아리스토 텔레스(BC 384~322)와 필리스>
아리스토 텔레스(BC 384~322)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스승이다. 그는 플라톤의 제자이며 알렉산더 대왕을 가르쳤다. 그의 아버지는 마케도니아의 의사였다. 어려서부터 해부학과 생물학, 과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쌓아왔다. 현대 서양철학의 기초를 이루고 알렉산더의 도움으로 리케이온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다. 세계 최초의 동물원을 만들었다.
17세 때(기원전 367년)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에 입문하였다. 스승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를 존중한 것에 반해 그는 현실주의 입장을 취했다. 스승 플라톤은 남성과 여성은 비슷하기 때문에 동일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자인 아리스토 텔레스는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여러 면에서 발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질투가 많고 강하고 다투기를 좋아하고 게으르고 거짓말도 잘하고 겁도 많고 나약하다고 했다. 많은 남자들이 그의 의견을 오랫동안 신봉했다. 최악의 성차별주의자인 그의 사랑은 어떠했을까?
알렉산더는 동방원정 중에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왕이 사랑에 빠져 업무를 소홀히 하자 스승은 여자를 멀리하라고 했다. 대왕이 그녀를 피하자 그녀는 앙심을 품고 노철학자인 아리스토 텔레스를 꼬시기 시작했다. 그는 황진이가 그토록 열망했던 남자! 화암 서경덕처럼 정신적으로 승리했을까?
아니다, 우리의 상남자 아리스토 텔레스, 아카데미아의 정신은 서경덕과 너무나 달랐다. 춤을 추며 유혹하는 그녀에게 위대한 철학자는 사랑의 노예가 되었다. 그의 말대로 어머니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도 안 걸린다.
그는 여자를 등에 태우고 재갈을 물고 말 흉내를 내었다. 여자는 채찍을 휘둘렀다. 그녀는 헤타이라(고급창녀)인 필리스(Phyllis)라는 여인으로 제자 알렉산더의 애첩이었다. 그녀는 알렉산더와 자신을 떼어놓은 아리스토 텔레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그는 제자에게 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흰 눈썹이 빛나는 이성의 완전체인 노철학자도 사랑의 노예였다. 사랑은 그렇게 간악하고도 사악했다. 노인의 뇌를 잠식하고 웃음거리고 만들어 버렸다. 끼로 가득 차 사랑이 직업인 여자에게 노철학자의 수비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진짜 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화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여성에 관한 비하발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진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지족선사(知足禪師)와 황진이>
30년 넘게 벽을 바라보고 도를 닦은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황진이는 비가 오는 날 절로 향했다. 요사채 마루로 올라서는 그녀의 흰 버선발 소리는 그의 심장에 불이 일었다. 마음은 구르는 낙엽이 된다.
오성대감 이항복(李恒福)이 말한 ‘해군성(解裙聲) 벗을 해(解), 치마 군(裙), 소리 성(聲)- 이 그녀의 비장의 무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인 ‘해군성’(解裙聲)을 이용해 선사를 유혹했다. 고즈넉한 산사의 밤, 지족선사가 바라보는 벽에 옷을 벗는 여인의 그림자는 불빛 따라 제왕의 상징인 코브라처럼 춤추었을 것이다.
적막한 암자, 관세음보살의 수많은 얼굴들이 연등처럼 날아다니고 희미한 어둠 속에서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는 그의 심장을 뒤흔든다. 들숨과 날숨이 섞인다. 생살을 저미고 들어오는 정교한 회칼처럼 지나온 세월의 고통을 파고 지나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로다! 무상한 몸, 무엇하리오! 도가 무슨 소용이요? 모기떼처럼 달라붙는 사념들! 수없이 난사되는 질문에 스스로 당황했을 것이다. 젖은 옷 속살에 달라붙는 속옷처럼 그의 마음은 그녀에게로 향하고 파계(破戒)의 길로 간다.
늙은 몸에도 사랑은 저리도 농도 짙은 독약이었던가! 난 언제쯤 그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을까? 속속들이 대철학자의 삶을 파도 놀라울 것 같진 않다. 사랑은 언제나 시대를 넘어서지. 하늘과 땅이 뒤집어져도 사랑의 잔혹함은 바뀌지 않는다. 태초부터 가장 힘든 일이 사랑의로부터의 도피였다.
어디든 따라온다. 해와 달이 밀고 당기듯 어디서든 나타난다. 할머니 몰래 덜 마른 솔가리를 태우면서 눈물흘리던 날들, 정말 숨기고 싶었던 것은 상실의 아픔이었다. 해독제가 없는 독약을 마신 나에게 주는 가장 초라한 의식이었다.
당신이 언제 사랑의 노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리스토 텔레스와 필리스, 지족선사와 황진이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일까? 사랑에 부심 부리는 자가 가장 어리석은 자이다. 세상에 와서 난 빼앗기기만 하고 산 줄 알았다. 어느 날 알았다. 태초에 내것은 없었나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