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실험실에 가다
수비드 조리법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19 Autumn vol .29
글 신원준, 재료공학부 2
편집 김소현, 기계항공공학부 2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 번엔 기름 없이 튀김 요리를 만들어내는 ‘에어 프라이어의 마법’에 대해 함께 알아봤지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흥미로운 소재를 함께 알아볼까 벌써부터 설레지 않나요?
새로운 조리법과 주방 기구들이 등장함에 따라 음식과 요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현대의 주방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입니다.
‘수비드(sous-vide) 조리법’은 재료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조리법입니다.
지금부터 어떠한 과학적 원리가 수비드 조리법에 담겨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해요!
▲ 진공 포장된 식 재료
분자요리법은 주방에 과학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통해 탄생한 요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입니다. 분자요리법이란 재료의 성질을 분자 단위까지 들여다본 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맛과 질감을 내도록 개발한 요리법을 말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주사기, 스포이트 등의 화학실험도구와 알긴산과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기에 요리보다는 화학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마치 실험을 하는 듯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요리를 분자요리라고 합니다.
수비드 조리법
수비드 조리법은 분자요리법 중 가장 대표적인 요리법입니다. 각 식재료의 특성에 적합한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하여 만들기 때문에 저온 조리법이라고도 하지요. 완전 밀폐와 가열처리가 가능한 비닐 속에 재료와 양념을 넣은 상태로 진공포장을 한 후, 일반적인 조리온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60℃ 정도의 온도에서, 많게는 72시간 동안 조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수비드 조리법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향, 질감, 수분, 그리고 영양소까지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수비드 기계
조리과정
우선 진공포장기와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수비드 기계를 준비합니다. 이후 식재료를 양념과 함께 내열성 비닐에 넣어 진공포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다음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물속에 넣어 장시간 가열합니다. 재료와 원하는 식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물은 대략 50~80℃ 정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단 몇 도 차이로 원하는 맛과 식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온도 설정 및 유지에 신중해야 하지요.
수비드 조리법의 원리
수비드 조리법은 육류, 어패류를 비롯한 야채, 과일 등 모든 식재료에 활용할 수 있으나 주로 육류와 생선 등의 고기 요리에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고기 요리를 할 때에는 아주 뜨거운 온도에서 조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수비드 조리법에선 미지근한 물로 고기를 익힐 수 있을까요? 육류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단백질은 각각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입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조리 과정에서 열에 의해 육류 내 단백질 분자의 입체 배열과 형태가 크게 바뀌면 고유 한 성질을 잃어버립니다. 이러한 변성의 결과로 고기의 질감이 바뀌는 것이지요.
육류 내 존재하는 단백질 분자들의 종류는 다양한데, 조리 시 신경 써야 할 주요 단백질들의 변성온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요 단백질에는 미오신, 콜라겐, 엑틴이 있으며, 이들의 변성온도는 각각 50℃, 40℃, 66℃입니다. 이 중 미오신과 콜라겐은 변성되었을 때 질감이 더 부드러워지지만, 엑틴은 변성 시 더욱 질겨지기에 50℃ 이상 65℃ 이하의 온도로 장시간 조리한다면 미지근한 물로도 고기를 부드럽게 익힐 수 있지요. 실제로 수비드 조리법으로 조리한 고기는 굽거나 삶았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합니다. 이때 재료의 근육조직에 어떤 단백질이 얼마나 있냐에 따라 단백질 변성온도는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수비드 조리법의 핵심 원리는 온도에 의한 단백질의 변성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재료 내 단백질의 종류에 따른 변성온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단백질의 변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수비드와 안전성
많은 사람들이 수비드 조리법을 떠올리면 식중독에 대한 우려하곤 합니다. 수비드 조리법은 비교적 낮은 온도로 조리하기에 조리온도를 정확하게 지켜주지 않으면,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진공포장이 산소를 제거해 산화작용과 호기성● 식중독균의 증식을 막아 부패를 방지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는 하나, 혐기성●●균에게는 좋은 환경일 수 있으며 아포●●●를 생성하는 균들이 멸균되지 않으므로 조리 후에도 얼마든지 증식할 수 있습니다.
살균이란, 균체에 물리적이나 화학적 자극을 가하여 세균을 단시간에 죽이는 것을 말합니다. 미생물 내 세포벽을 무너뜨리거나 단백질을 변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요리할 때엔 일반적으로 고온에서 가열하여 살균합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수비드 조리법에서는 저온 살균법을 활용하는데요, 저온 살균법(Pasteurization)이란 100℃ 아래의 저온에서 장시간 가열하여 살균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파스퇴르에 의해 고안된 포도주의 살균법으로, 고온에서 변질되기 쉬운 식품을 살균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지요.
▲ 육류의 일반 조리법과 수비드 조리법 비교
수비드 조리법은 살균을 위해, 구체적 조리온도를 제시합니다. 약 55℃를 넘기면 대부분의 병원성 균은 사멸되므로, 55℃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하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온도를 10℃ 올리면 시간이 10배는 단축되므로 가급적 식재료의 엑틴 변성온도 직전까지 온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더욱이 잘 가열되지 않는 중심부 온도까지 긴밀히 신경 써야 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식재료를 얇게 만들어 중심과의 거리를 짧게 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재료와 조리과정을 분자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새로운 맛과 질감을 선사하는 분자요리인 수비드 조리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온으로 익히지 않기에 영양 파괴가 적고 맛과 형태, 육즙을 보존해주며 부드러운 식감을 선물해주는 조리법이지요.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에 주로 사용되던 이 조리법은 현재 한식에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육류가 메인 재료로 사용되는 보쌈, 갈비찜 등의 고기요리 전문점을 가면 수비드 조리법을 사용한 메뉴를 간간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비드 조리법으로 조리한 고기의 보다 부드러운 식감, 그 안에 가득한 육즙과 풍미를 앞으로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분자요리 실험실에서 수비드 조리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주해석
● 공기 중의 산소를 좋아한다는 뜻.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
●● 공기 중의 산소를 싫어한다는 뜻.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
●●● 특정 균체 내부에 형성되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구조. 포자라고도 함.
사진
출처
1,2 AIO 수비드, aiosousvide.com/2016/11/08/kakapolater-html/.Accessed 6 August 2019.
3 AIO 수비드, aiosousvide.com/2016/11/24/by-htm/. Accessed 6 August 2019.
참고자료
1 권성훈 기자,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 ‘수비드 요리법’ 관심.” 매일신문,
7November 2015, news.imaeil.com/Life/2015110701095512246. Accessed 30 July 2019.
2 송우영 기자,
“음식점주방의 新성장동력 저온진공조리법 ‘수비드’” 머니투데이 월간 외식 경영, 27 September 2010, news.mt.co.kr/mtview.php?no=2010092719163717129. Accessed 30 July 2019.
3 수비드림, sousvidream.com/page/index?tpl=etc%2Fsousvide.html. Accessed 30 Jul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