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우리 학교에 신규 선생님 다섯 분이 발령 받아 왔다. 12학급에 신규 교사 5명은 상당이 높은 비율에 속한다. 신규 선생님 면면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있다. 춘천, 서울, 전주, 인천, 진주교대 등 전국 각지에서 이곳 삼척까지 왔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오다보니 숙소 잡을 걱정이 큰가 보다. 새학기를 준비하는 사흘동안 거의 모두 원룸이든 투룸이든 보증금에 월세든 전세든 뚝딱 숙소를 정했다고 한다. 신속한 결정에 또 놀랐다. 만약 나라면 어리벙벙해서 누군가에게 부탁을 했을터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쉽게 정보를 찾아내고 정확하게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에서는 나이 오십줄에 들어선 나보다도 지혜롭고 어른스럽다.
후아유? 아마도 신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들었거나 눈짓으로 무언의 질문을 받았던 것 중에 하나가 이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규 선생님들이라 딸랑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받은 정보는 핸드폰 번호가 전부였다. 발령이 터졌을 당시 출장이었던 나를 대신해서 교장님께서 직접 손수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친절하게 다음 주에 있을 일정에 대해 안내해 주었을뿐만 아니라 각각의 특징과 신상을 대충 파악해서 나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당장 어떤 학년을 맡겨야 할 지, 무슨 역할을 맡겨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첫 대면하는 당일 날 나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교직원 모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도 실례인지라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중에 다행히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이 있어 이번에는 커다란 이미지 카드를 펼쳐 놓고 자신과 연관된 사진 2~3장을 골라 설명하게끔 했다. 물론 참석한 모든 교직원들에게. 그래도 가장 집중이 되었던 시간은 신규 선생님들이 나와서 직접 소개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 하는 것, 가정 환경, 취미와 기호 등이 술술 터져 나왔다. 5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표정과 말투, 소개하는 내용에서 꽤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신규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색했었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이었고 또래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이 많았는데 갑자기 교장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근무하게 될 학교에서 어색한 만남을 가지니 뭐라고 얘기는 못하더라도 긴장감과 함께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리가 바뀌면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어색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사실 나도 작년에 이곳에 처음 와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20년 이상 학교 현장에서 근무했는데도 불구하고 근무 장소가 바뀔 때는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신규 선생님들은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사흘 간 진행된 새학기 준비는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만나게 될 학생들을 상상하며 학교에 놓인 환경과 실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사흘 간의 모임이 몸은 와 있으나 아마도 정신은 혼돈 속에 머물지 않았나 싶다.
신규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시 고민하게 된다. 작년에도 이런 경험을 해 봤고 제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해 봤지만 매년마다 새롭다. 아니 작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만으로만 충분치 않다. 나는 이미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익숙해 진 사람이고 새로 부임 받아 온 신규 선생님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사람이다.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단지 곁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친절하되 적당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도한 친절은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벽에 부딪쳐 도움을 요청해 올 때 그만큼만 가까이 다가가야지 무턱대고 다가가면 독이 될 수 있다.
다른 별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그들이 향유해온 문화와 내가 살아온 문화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입장에서는 다 아는 내용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므로 안내를 할 때에는 최대한 자세하게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상대는 내가 자란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여기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후아유>는 결혼 이주민이 된 한국 여성의 자서전적 이야기다. 본인이 이주민이 되어보니 다문화 가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서로 자리를 바꾸어보는 삶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백날 존중과 배려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들 실효성은 떨어진다. 신규 선생님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더라도 금방 잊혀질게 뻔하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발령이 나서 타시도에 가게 되어 근무하게 된다면 분명 그분들의 심정을 즉각 공감하게 될 터인데.... 결혼 이주민 여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책을 읽으며 신규 선생님들, 멀리서 전입해 오신 선생님 생각이 났다. 교감으로써 그분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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