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시를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벚꽃은
땅위에 섧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땅위에' 또는 '땅위'라는 낱말이 있는가 싶어서 인터넷 어휘사전과 국어사전을 펼쳐도 없다.
'섧다'는 인터넷 어휘사전에 뜬다.
'원통하고 억울하여 슬픈 느낌이 마음에 차 있다.'
즉, '땅위에 원토하고 억울하여 슬픈 느낌이 마음에 차 있다'일까?
도대체 '땅위에'가 무엇이냐고?
이해하기 쉽고, 사전에 나오는 낱말로 글 썼으면 싶다.
어려운 한자말에 절절매는 나처럼 국어사전에도 없는 우리말(?)로 쓴 글을 읽는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나잇살 먹은 내가 요즘 우리말과 한자말을 인터넷 어휘사전으로 검색하고, 두꺼운 국어사전을 펼쳐가면서 새롭게 공부한다.
내가 서해안 촌구석에서 농사 짓던 사람이라서 그럴까?
나만 빼놓고는 모두가 다 유식한 것같다.
이해가 안 되는 낱말을 쓰고, 어려운 한자어로 글 쓰고, 이해불가능한 방송어, 신문어를 쓰는 세상이라는 사실에 주눅이 든다.
서해안 산골마을인 시골로 내려가야 한다면서도 이때껏 내려가지 못한 채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안에 갇혀서 지내자니 성깔이 났다. 봄은 벌써 와서 저만치로 달아나는데도 아직도 서울에서만 맴도는 내 꼬라지가 답답해서 화가 잔뜩 난다.
어떤 수필가는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냈다. 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책이다. 100살이나 가까운 그분처럼 나도 '칠십년을 살아보니'라고 자조하는 것일까? 눈 귀가 자꾸만 어둡고 행동거지가 굼뜨니까 이래저래 말투가 거칠어진 요즘이다.
요즘 남의 詩를 읽으면서 고개를 마구 흔든다.
그들은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하다.
나는 호적신고가 늦는 바람에 아홉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로부터 일흔두 살인 지금까지 글을 읽고, 또 일기를 쓴다. 날마다 문자생활을 한다.
배우지 못하고 출세하지도 못해서 바깥세상을 모르는 촌사람들과 어울려서 산 탓일까? 산골마을 사람의 심성을 지녔을까? 나는 그냥 쉬운 말로 말하고, 쓰기 쉬운 한글로 글을 긁적거린다.
1.
띄어쓰기의 예다.
'오늘밤먹자'
'오늘밤 먹자'
'오늘 밤 먹자'
어떤 밤이냐?
붙여서 써야 하나?
띄어서 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