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노래가 절로 나는 된장수제비[펀펀(funfun)한 요리]
오락가락 날씨에 잘 어울리는 구수한 국물 요리
요즘 같은 날씨에 내 몸이 원하는 바로 그 국물.
찾아보면 분명 기온은 똑같은데, 불과 며칠 전에 비해 에어컨 바람이 유독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이 비로소 가을에 당도했나 보다. 비까지 오락가락해 습기도 같이 차오르는 이런 서늘하고 습한 날에는 불 앞에 앉아 팔팔 끓어오르는 ‘국물’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지다. 더운 김이 공기 중에 흩어지는 모양새가 이 집안의 모든 습기를 다 없애줄 것 같은 기분.
오늘 기분, 오늘 온도, 오늘 습도에 딱 맞는 바글바글 국물 요리를 생각하다가 역시, 엄마가 만들어주던 집된장 수제비를 단박에 떠올렸다. 사실은 언제든 그랬다. ‘무얼 먹으면 좋을까’를 시작하면 늘 그 끝은 옛날, 나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던 그것들에 가 있다. 오늘도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잠깐 어린 시절을 맛보고 돌아왔다. 내가 아는 모든 요리의 기원은 바로 엄마니까. 항상 엄마로부터 배운 입맛을 끄집어내 추억으로 맛을 낸다.
언제고 비 오는 날 점심 무렵이면, 콧노래 흥얼거리며 만들어주던 엄마의 된장 수제비. 맑게 끓인 허연 수제비 대신 엄마의 수제비는 대부분 갈색이었다. 직접 만든 집된장 풀어 넣고 쿰쿰하게 끓인 수제비에는 남편이고 자식들이고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주문 같은 소원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밀가루의 풋내보다 된장 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오던 그 맛. 숭덩숭덩 썰어 넣은 감자며, 애호박이며, 채소들과 함께, 몇 알 몇 알 들어 있는 조갯살도 시원한 국물을 내는데 아주 일품이었던 한 그릇.
버섯이 들어간 장국수제비는 보통 경기도, 경상도 지역에서 즐겨 먹던 향토음식이라고 한다. 토장(장 가르기를 하지 않아 간장의 성분이 배어있는 된장) 국 베이스에 밀가루 반죽을 넣어 끓였다는 것. 보통의 수제비와 달리 된장을 풀어 국물을 내는 것이 포인트가 되는 음식이다. 우리 엄마는 이 향토음식을 알고 끓여준 걸까, 모르고 끓여준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엄마표 된장수제비를 만들 때의 방점은 된장을 미리 볶는 것에 있다. 기름과 잘 어울리는 된장을 식용유 둘러 팬에 미리 볶으면 더 고소하고, 더 짭조름해진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이렇게 볶아 올리는데, 이 과정을 수제비에 적용하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참으로 좋다.
반죽을 만들 때는 밀가루 중력분과 물, 연두, 약간의 식용유를 넣어 굴리고 치대고를 반복하면 되는데, 이 반죽을 냉장고에서 30분 숙성시킨 다음 밀대로 넓게 펼친 후 얇게 뜯어내면 찰기가 쫀득한 수제비 반죽도 금세 완성이다.
해감한 조갯살 준비하고, 좋아하는 채소들 국물 맛이 쏙 밸 수 있게 찹찹 썰어 놓고, 토장 볶아 기름 맛을 내준 다음 물 부어 모든 재료들과 팔팔 끓여주면 완성. 매콤한 맛이 좋은 어른들은 끝에 청양고추 쓱쓱 썰어 넣으면 끝맛까지 시원하게 즐길 수 있으니, 어린이 한 그릇 먼저 퍼주고 남은 국물에 청양고추 넣어 마무리하면 된다.
모락모락 김 오르는 채로 먹는 따뜻한 된장수제비를 입에 물면, 엄마가 이거 만들 때마다 콧노래 부르던 이유를 나도 저절로 알게 된다. 맛있다! 오락가락 날씨에 좋은 구수하고 달큰한 된장수제비. 상세 레시피는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콧노래가 절로 나는 된장수제비 재료
수제비 1인분(150g), 감자 1/2개(100g), 애호박 1/4개(50g), 조갯살 1줌(90g), 청양고추 1/3개(3g), 홍고추 1/3개(3g), 토장 3스푼(60g), 포도씨유 1스푼(10g), 물 3컵(600ml)
✅콧노래가 절로 나는 된장수제비 만들기
1. 해감한 조갯살을 준비하고 감자와 애호박은 은행잎 모양으로 썬다.
2. 양파는 깍둑 썰고, 홍고추, 청양고추는 어슷 썰어 준비한다.
3. 달궈진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양파, 토장을 넣어 2분간 충분히 볶는다.
TIP. 샘표 토장은 된장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비법 장. 간장을 빼지 않고 통째로 발효 숙성해 별도의 육수를 준비할 필요 없이 토장만으로도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다.
3. 2에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1을 넣어 중불에서 5분 정도 끓이다가, 수제비를 넣고 익을 때까지 더 끌이면 완성!(칼칼한 맛을 위해 마지막으로 썰어둔 고추를 넣는다)